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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Journey of daily life

2022 2022년 1월 1일 ~ 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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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 01 



새해 첫날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5시 30분 관악산 등산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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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시간 10분 뒤. 

6시 40분. 연주암 도착.


산 위에서 바라본 야경과 

아직 하늘 위에 걸려 있는 달. 


달의 보여진 면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가려진 부분이 동시에 보여서 

참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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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와 노지의 친구인 뀰님이라는 분과 함께 등산을 시작했는데,

초반에 같이 수다를 떨다가 평상시의 버릇처럼 

또 성큼성큼 한참 먼저 도착해버렸다. 


한번 몰입하면 앞, 뒤 안 보이고 

돌진하는 습관이 등산을 하면 항상 나온다. 


그 습관을 잘 알고 있는 노지가 뒤늦게 올라오며  

"이럴꺼면, 왜 같이 왔냐요 ~" 라고 말했다.


이상하게 이 습관을 잘 고쳐지진 않을 것 같다.

이때도 저벅저벅 걸어올라가다 문득 주변을 돌아보니 

불빛 하나 없는 까만 적막이 공기를 감싸고 있었다.


달빛에 의지해 어둠과 적막 속을 홀로 걷는 일이 

너무나 좋아서. 너무나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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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하늘의 색을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해가 정말 빨리 뜬다는 걸 알게 되었다.


2022년도의 첫 해. 

사람들이 첫해니 뭐니 해도 해는 분명 나는 늘 그 자리에 떴을 분이라고 하겠지만, 

환호성을 지르며 벅차하는 사람들을 보며 

이러한 의미 부여가 삶을 더 충만하게 만드는 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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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보는 건 좋았는데 발이 너무 시려웠다.

뀰님이 발 시리지 말라고 내 발등 위에 핫팩을 올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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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에 발견한 글귀. 



< 1월 1일의 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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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탕화면 배경을 에릭 로메르 영화의 한 장면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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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린이 선물해 준 드림캐처를 방문 앞에 달았다. 



○●



친구들이 2021년도의 자신이 담긴 사진을 sns계정에 올려놓길래 

나도 한번 해보고 싶어서 핸드폰에서 잘 나온 A컷 사진을 고심해서 골라보았다. 


올리기 직전 왠지 탐탁지 않은 기분이 들어 지우고 

멍청해 보이거나 못생기게 나온 것 같아 핸드폰 속에만 간직했던 

B컷들을 골라 1분 만에 슥슥 골라 올렸다.


내가 아는 나는 사실 좀 멍청하고 허술하고 단순하고 연약하고 

못생길 때도 아주 많은데. 사실 그 모습을 싫어하지 않는데. 

그런 모습도 나의 일부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인정하면서 살고 싶다.

그런 일종의 선언 같은 게시물이었달까. (후훗. 몰랐지?)


굳이 근사하고 정돈된 모습만 사람들에게 내보이지 않아도 

충분히 건강하고, 매력적이고, 용감하다는 걸 아니까. 내가 아니까.


그래 ! 내가 알면 되쓰.  



01 / 02



새벽 4시 30분에 눈이 떠져서 

이른 아침부터 일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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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말할 용기 2 챕터. 


일에 들어가기 전, 전략과 시스템부터 잘 정비해서 

효율적이고 건강하고 일하는 워커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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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 책 2 챕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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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환경이 호텔이든 민박집이든 100% 적응할 수 있는 사람.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캐릭터만을 연기하는 사람.

영화의 프로젝트가 곧 기간제 공동체 생활임을 정확하게 이해한 사람. 

그래서 이상한 허세를 부리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 사람.  

역할이 주어지면 그때부터 카메라가 꺼지는 영역에서도 

그 사람이 되어 버리려는 사람. 


나는 이런 사람을 좋아했구나.

나는 이런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



하루 종일 재정 부분을 정비했다.


소설책과 에세이 책 안에만 언어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숫자에도 언어가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작년보다 숫자 언어에 개방적인 상태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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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저녁 2번의 산책을 했다.

노래 없이 천천히 걷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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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하지도 못한 순간에 떼어지는 딱지.

툭. 탁. 

 

그 위에 어떠한 흉도 남아 있지 않게.



01 / 03 





인생에 '절대로', '반드시' 란 없다.

극단적인 단어 사용이나 표현을 많이 쓴다면 

중립적인 언어도 조금은 바꿀 필요가 있다. 


오전에 했던 다짐이 오후에 무색해지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에. 

그래서 신년 계획 안 세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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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고레에다, 배두나 인터뷰 보고 

진짜 기분이 너무너무 좋아져서 

덕질이 건강에 좋다는 참말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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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달리기를 했다. 

대공원 3바퀴, 6.6k를 꽉 채웠다. 


달리고 난 이후의 기분을 얻기 위해서 달리는 것 같다. 



< 어제 읽은 것 > - 김설, 한수희 (격주 연재)


1. 이 책 읽어보셨어요? -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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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 - 황선우 


황선우 작가님 짱멋져. 

고등학교 선배였으면 피구할 때 구령대에서 기다렸다가 

포카리 스웨트 수줍게 줬을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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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피부과에 상담을 하러 갔다. 

진짜 큰돈 쓰려고 마음먹고 갔는데 결국 예약을 하지 않고 돌아왔다. 

그 이유는 


1.피부과 선생님 낮빛이 최근 본 사람들 중에 제일 안 좋아...

4,50대 되는 아저씨 같아 보였는데 그분한테 오히려 

잠 잘 자고 먹는 거 건강하게 먹으라고 되려 잔소리하고 나올 뻔.


2.1년에 걸쳐 시술을 6번 해야 한다고 하는 250만원 달라고 함.

250만원 듣는 순간 250만원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수십 가지의 다른 선택지들이 떠오름.


공연히 피부과에서 상담비 5000원만 내고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마침 눈앞에 백화점이 보여서 지하 식품 코너를 갔고 한 3바퀴 돌았다. 

뭘 먹을까, 저걸 살까 말까 수십 번 고민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사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을 탔다.

그래, 집에 밥도 있고 반찬도 있고 심지어 남은 빵도 있는데. 참자 참아. 


그러니까 너도 사실 또래 친구들이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고 싶은 거지? 

때 되면 비싼 곳에서 관리도 받고 싶고, 매번 고민하지 않고 외식하고 싶고

분기마다 수영장 딸린 (응~ 너 수영 못해) 호텔이나 리조트 가서 인생 샷도 박고 싶은 마음이 

사실 깊숙한 어딘가에 있는 거지?  


근데 넌 친구들처럼 따박따박 월급이 나오는 직장인이 아니잖아.

그리고 네가 선택한 삶은 그것들을 다 포기하더라도 얻는 자유잖아.

직장인 친구들은 주5일 동안 내내 스트레스를 받다가 그렇게나마 스트레스를 날리는 거라면 

거의 대부분 너만을 위해 시간을 쓰는 사람으로서 뭘 가지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 쪽으로 너를 단련 시켜야 하지 않을까? 


피부과 시술 대신 소로의 웰든을 읽자. 라고 나 스스로를 충분히 다독이고 이해시켰다. 


그래서 집에 돌아가 뭘 했냐고?

집에 있는 반찬이랑 맛있게 밥 먹고 신나게 책 읽고 푹잤롱.



01 / 04 





상처받지 않게 방어하는 건 더 능숙해진 것 같은데

사모하고, 애틋해 하는 마음의 영역은 어째서 더 자리를 잃게 되는 걸까.


기차를 타고 창밖을 보며 하염없이 울던 순간들도 

다 아름다운 기억이구나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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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원 3바퀴를 달리고, 1바퀴를 산책했다. (총 8.8k)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고, 양 볼이 빨갛게 터질 것만 같을 때 

은혜와 지수에게서 영상 통화가 왔다. 


지수 은혜가 눈 내린 한라산 풍경을 보여주었고 

답례로 눈 내린 대공원의 호수를 보여주었다. 



○●



나이가 든다는 건 참 좋은 일이구나.  

모두 자신의 인생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01 / 05 



아 일기 쓰려고 하는데 창문에서 빛이 싹 ~ 내려오는데

정말 기분 좋다. 공짜로 받는 바이러민 ~ c (tmi) 


아침 일찍 일어나서 (무려, 드디어) 시나리오를 썼다.  

사실 썼다고 하는 표현하기엔 좀 우스운 분량이었는데

그동안 썼던 내용을 다시 쭉 읽어보고 불필요한 부분과 대사를 엄청나게 삭제했다.


필요한 부분을 채워 넣는 것만큼이나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대사들을 행동하는 김에 말하는 방식으로

오히려 대사가 주가 아니라 행동이 주가 되는 관점으로 

문장을 바꿔 보았는데 마음에 든다. 


시나리오를 쓰고 대공원 3바퀴를 달리고 1바퀴를 산책했다. (총 8.8k) 

얼마 전까지 느꼈던 달리기 권태기가 마법처럼 사라지고 다시 재미있어졌다. (역시 이럴 줄 알았어) 

지금도 일기 쓰고 당장 밖에 나가서 한 시간 정도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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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탈 때, 책 읽는 습관 들이려고 새 책을 펴봤다. 

프롤로그를 읽자마자 명치가 뻐근해졌다. 


엄마랑 아침 먹다가 "어떤 사람들이 결국 행복하게 살아가게 될까?" 라는 

다소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는데 김송미라는 딸에 단련이 잘 된 엄마는 

5초 정도 고민하듯 하더니 이런 말을 해주셨다.



"송미야, 물론 사방 천지가 빛으로 둘러 싸인 사람들은 빛으로 걸어가기가 쉽겠지.

그런 걸 보면 세상이 그리 공평하진 않지. 

그런데 빛들 가운데에서도 기어이 어두움을 찾아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사방 천지가 어둠이어도 떨어지는 빛 한줄기를 발견해 내는 사람들이 있어.

어떤 나쁜 상황 가운데에서도 늘 좋은 점은 존재하는데 그걸 찾아내는 사람들이 결국 행복에 더 가까워 지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은 또 공평한 것 같기도 해"



이슬아씨 책을 읽으면서 엄마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왜 이슬아씨 글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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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봤던 사울 레이터 전시가 참 좋아서 

사울 레이터 다큐멘터리를 보러 갔다. 


정말 캠코더 하나들고 촬영기간 일주일도 안 걸렸을 것 같은 다큐멘터리.

솔직히 기술적으로는 대학생 졸업작품에도 못 미치는 퀄리티였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하지 않아?라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유럽 감독들의 자존감 높은 마인드는 좀 배울 필요가 있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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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희연 진아 미현과 만나는 날. 

진짜 희연과 나 마스크 쓰니까 더 쌍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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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세쌍둥이.

웃는 눈 모양 진짜 비슷하게 생겼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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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아님은 진짜 소녀다. 

맛있는 거 먹으면 너~~~~무 맛있다고 같은 먹는 사람도 덩달하 신나게 감탄하고,

내가 시시껄렁한 농담 하나를 툭 던지면 꺄르르르하며 엄청 좋아해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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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말 술 한 방울 마시지 않고 새벽 4시까지 대화를 했다.

떠들었다고 쓰려다가 대화를 했다고 방금 고쳐 썼다.

그 이유는 떠들었다고 하면 와하하하 하는 왁자지껄함이 떠오르는데

어제는 정말 철학적인 느낌의 진중한 대화가 끊임없이 오고 갔다. 


그동안 내 이야기를 많이 들어준 사람들이 많아서

오늘 약속 장소에 가기 전에 마음속에 3번이나 다짐을 했다. 



송미야 오늘은 입 좀 다물고  

사람들이 뭔 이야기하는지 듣자. 듣자. 듣자.



다짐의 효과가 있긴 있었다. 

귀를 여니 말들 속에 그 사람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 미현이 저렇게 긍정적이고 맑은 단어만을 선별해서 말하는 사람이었나?

아 ! 진아님은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말할 때 

온 몸의 에너지를 끌어보아 (약간 얼굴이 빨개지기도 함) 100 몰입해서 말을 전달하시는구나 !

오호라, 마냥 잘 웃고 장난기 많은 친구라 생각했던 희연은 참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판단력을 가졌구나.  


다들 너무 말을 잘해서 다양한 학파의 철학자들이 모인

토론의 장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대화의 주제들도 너무 근사했다. 


수다쟁이 김송미는 

듣는 것의 재미를 점점 더 알아가는 중 ~ 



○●



아침에 종종 민지가 메일로 보내는 뉴스레터를 읽는다.

직관력이 발달한 나는 약간 멋대가리 없게도 행간을 잘 놓치는 사람인데

다행히 행간을 잘 읽는 민지 같은 친구가 있어서 

이해 안 가는 시 문구나 함축적인 언어가 있으면 

민지에게 조르르 달려가 이거 어떤 의미냐고 언제든지 물어볼 수 있다. 


뉴스레터에 민지가 첨부한 뮤직비디오가 참 좋다. 

주인공이 어딘가에 진짜 살아 있을 것만 같다. 

주인공의 등을 가만히 쓰다듬어 주고 싶어진다. 





01 / 06



친구들이랑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하다 보니 막차 시간을 놓쳤는데 

괜히 택시비를 내기 싫어서 (요즘 택시비가 너무 아깝다.) 

친구네 집 거실에서 3시간 정도 자고 거의 첫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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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하니 진아님이 보내준 디퓨저가 도착해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늘 많은 것을 받는 것 같다.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좋은 것을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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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자마자 모닝 루틴을 하고 있는데 

엄마가 내가 좋아하는 월드콘 세일해서 10개 사 왔다고 자랑하듯 보여줬는데

순간적으로 기분이 너무 좋아지면서 엄마가 참 귀엽다고 생각했다.


엄마를 보면 거의 대부분 기분이 좋아지곤 하는데

그건 세연이 정말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잘 감탄하고,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며 

누구도 험담하지 않고 

유쾌하며, 기본적인 마음이 선하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대단히 안 고쳐지는 취약점은 있다.)


이건 삶이 나에게 공짜로 준 대단한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라 

나에게 매일 좋은 에너지가 공짜로 막 온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에너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입을 약간 닫고, 귀를 열기 시작하면서부터 

한 사람, 한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에너지 자기장 (?) 같은 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 사람이 자주 뱉는 말, 자주 짓는 표정, 무의식적인 습관 

타인을 바라보는 태도, 자주 선택하는 물건과 옷의 색깔 

에너지를 가장 많이 주고받는 주변의 사람들 선택한 책과 

그 책을 읽었을 때의 시선이나 생각 생활 습관 

본인을 어떤 곳에 자주 노출시키고 어떤 곳을 최대한 피하려는지. 


그 모든 선택들이 그 사람만의 에너지 장을 만든다. 


어제는 인스타그램 피드와 팔로잉, 카카오톡 프로필도 한번 싹 정리를 했다. 

푸릇푸릇한 생명력, 사랑, 건강함, 여유로움의 에너지와 사람들이 착 ! 달라붙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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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에너지를 흠뻑 가지고 있는 장면과 그림. 


팔로잉하고 있는 사람들의 목록을 살펴보며

 

색을 잘 활용해서 자신을 개성 있게 가꿀 줄 아는 사람들,

너무 생각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들, 

자신과 타인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상쾌한 온도로 유지되는 사람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나 그림이 전시된 피드를 좋아하는구나 느꼈다. 


그리고 해외 계정 같은 경우에는 일본, 프랑스 쪽 스타일이 많았는데 

일본 특유의 여백과 단정함 

프랑스 특유의 주체적인 자유로움의 에너지를 좋아하는 것 같다. 


색으로 따지면 하얀색, 갈색, 초록 계열의 색, 살구에 가까운 주황색, 남색


작가나 지식인 같은 경우에는 

과잉적인 혹은 도취된, 생각이 낳는 생각보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작가가 쓴 

책임감 있고 밸런스가 좋은 글 읽기를 좋아한다는 것도 알아챌 수 있었다. 


혼자만의 세상에 지나치게 몰입해 여러 가지 생각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한 번이라도 더 현실 세계에서 구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지. 

거대한 세상에 쉽게 무력해지기 보다 어떻게든 삶의 주도권을 쥐어보겠다 ! 하며 

표현하고, 직면하고 그러면서 차차 개선해나가는 태도의 글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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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로 나에게 달리기는 참 좋은 운동이다. 

대공원 3바퀴를 달리고 1바퀴를 천천히 산책했다. (8.8k) 



01 / 07



1.아침의 깨우는 4명의 선배들 



아침에 일어나면 총 4명의 생각을 읽는다. 

백은하 (기자님이 쓴 배두나 이야기), 황선우 작가, 한수희 작가 

봉부아 작가님 (봉부아님은 책 낸 작가는 아니지만 내 마음에 작가니까 작가)

생각해 보니 5명이라고 하는 게 더 맞네.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면 2챕터씩만, 한 꼭지씩 야금야금 읽어도 1시간이 안 걸린다.

5명의 특징은 자신의 삶에 대해 부지런히 고민하는 40대 선배들이라는 점.

그거 빼고는 공통점이 없다. 


공부 잘하는 선배, 학생회장 선배, 매점에서 항상 보는 웃긴 선배 (왠지 교복 치마에 츄리닝 입고 있을 것 같아) 

체육 대회에서 달리기 1등 할 것 같은 선배의 생각을 상큼한 샐러드 볼처럼 먹음직스럽게 버무려 아침마다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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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은하 <배두나 액톨로지> 



(조금 재수 없지만) 책을 읽을 때마다 두나 언니와 내가 타고난 성정이 좀 비슷하다는 걸 많이 느낀다.

나도 원하는 앵글을 건질 수 있다면 어제 산 새 옷을 입고도 흙 바닥을 길 수 있다.

그리고 그게 엄청나게 대단한 거라고도 생각을 안 한다. 

(실제로 메이킹 필름에서 내가 바닥에 누운 장면 많다.)


그리고 또 다음 촬영에서 단정한 옷을 골라 입고 또 골라 입고 그 옷을 더럽힌다. 

촬영장에 갈 때 좋은 옷을 입으려는 이유는 내 업에 대해 스스로 예의를 갖추기 위함이고 

그 옷을 더럽히는 건 촬영이 끝나면 되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100% 몸과 마음을 다 던져도 원하는 영상 나올까 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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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희 <이 책 읽어보셨어요>



나는 작가님께도 말한 한수희 키드다. 한수희 키드는 김송미, 한소영, 이미화로 구성되어있다. 

한수희 키드라는 건, 20대 가장 중요한 자아의 성장 시기에 그녀의 글을 읽고 영향받아 성장한 

다 큰 사람들을 뜻한다. (다 컸나? 아니다. 우리는 아직도 크고 있다.)


어쨌든, 한수희 작가님이 일본드라마를 보는 이유와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 이유를 깊게 공감한다.

책 안 읽는 사람들을 앉혀서 숨 막히게 진지한 표정으로 "너 왜 책 안 읽냐 !" 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자신의 즙을 짜내 메마른 껍질이 된 채 집에 돌아오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책 읽기 부담까지 주고 싶지 않다.

다만, 나 또한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하면 그들의 <꺼내먹어요> 가 될 수 있는지 고민할 뿐이다.


그래, 자이언티의 <꺼내먹어요>



그럴 땐 이 노래를
초콜릿처럼 꺼내 먹어요
피곤해도 아침 점심 밥 좀 챙겨 먹어요
그러면 이따 내가 칭찬해줄게요
보고 싶어
많이 좋아해요
더 많이 안아주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마음을 상쾌하고 따듯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마음의 앙금을 남기지 않는 가볍고 단순하지만 

인생이 꼭 필요한 장면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2.조선 시대에도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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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방뚱 지수가 새로 발견한 어학 정보를 알려줬다.

옛 조상들이 유머로 쓰던 말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고조선 개그라고 할 수 있겠다. 


"네 평생 소원이 꼭 누룽지 같구나 ~" (에헴) 



3. 이야기로 만난 인연은 신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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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를 응원해주는 말을 들으면 엄청 힘이 난다.

5년 전 낯설게하기를 연재하고 그 이후로 낯설게하기는 한 개도 만들지 않았는데 

구독자분들이 영화제도 와주시고 심지어 아직까지 가끔 연락을 주시는 분이 있다.

주로 올해도 정주행했다. 아직도 당신을 응원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마라.이런 맥락의 메시지다.


사적인 어떠한 부담도 주지 않고 그렇게 무심하고 따듯하게 응원을 툭. 문 앞에 놓고 다다다 달려간다. 

난 그 뒷모습을 보고 약간 눈물이 고이는 마음이 든다.

그래서 나도 그 사랑을 세상에 되돌려 주려고 좋아하는 책, 영화 sns에 꼭 공유하고 

굳이 굳이 감독님, 작가님 테그해서 응원의 글귀와 함께 공유한다.


앗. 그래 위에 글귀는 얼마 전 십일월에 이력서를 내주신 한 분의 메일 내용이다. 

생각해보니 최근 2달 동안 낯설게하기 구독자 3분의 이력서를 받았다.

스튜디오 십일월의 스탭 혹은 작업자의 포지션으로. 


이력서를 확인해보는데 한 분 한 분 너무나 귀하고 훌륭한 분들이셔서 

그분들을 다 모시고 싶어서, 심지어 각자 모르는 분들이시지만

이분들이 촬영장에 모이면 서로 얼마나 친해질지 벌써부터 짐작이 가서 


와 김송미 진짜 잘 성장해야겠구나. 

이분들 다 모시려면 능력과 지혜를 더 갈고 닦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사람들이 해주는 칭찬 의심하지 말고 고스란히 받기. 



4. 부지런한 몸, 기다려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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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원 4바퀴를 뛰고 걸었다. (9k) 

내가 강박적으로 뛰고 있나? 싶을 때 발을 멈춰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 그래도 운동 끝나고 저녁에 만두는 먹지 말걸.

속이 하루 종일 더부룩하네.



○●



같은 의도를 표현해도 다정하게 하는 것, 책임감.

이 두 개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같은 영화, 음악 취향 같은 것은 

중요도 100가지 중에 102번째 정도?


크리스토퍼 놀란을 좋아하느냐  

오즈 야스지로를 좋아하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말이다.  



01 / 08





비가 오는 날 좋아하는 사람과 각자 따로 우산을 쓰고 

다리를 건너며 일상적인 주고받는 상쾌한 대화의 공기와 

비 냄새를 떠올리게 하는 노래로 하루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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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가 만든 바다의 물결 책갈피를 쓰고 있다. 

주변의 사람들이 전달하는 기운이 책 갈피를 통해서도 

일상에 천천히 스미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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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k를 부지런히 달리고, 산책했다. 


오늘은 부산에서 올라온 기랑이와 이른 점심 약속이 있어서 

아침 일기와, 운동을 부지런히 마치고 지하철을 탔다. 


주말 아침 지하철에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친구들이 올린 

신선한 소식들을 보는 걸 좋아한다. 


지희가 올린 글이 요즘 내가 하는 생각과 일치해서 스토리에 답장을 보냈다. 

그렇게 10분 정도 대화가 오고 갔는데, 그 짧은 10분이 참 좋았다. 


지희가 나에게 '안정감'을 받는다고 말해줬다.

최근 들었던 말 중 가장 기분 좋았던 찬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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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랑이가 부산에서부터 올라오는 거니, 

근사하고 좋은 식당을 예약하고 싶었다. 


2022년도 새롭게 시도해 보려는 것은  

안 하던 것에 대해 편견 갖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경험해 보기이다. 


그중 하나가 오래 기다려야 하는 맛집 굳이굳이 찾아가는 일인데, 

관성을 좀 깨보고 싶어서 삼각지에서 요즘 가장 인기가 많은 samsamsam을 검색해 

기랑이가 오기 전 미리 웨이팅을 걸어놓고 벌벌 떨면서 순서를 기다렸다.


기랑이가 도착하고도, 30분 정도의 웨이팅이 있을 것 같아 

얼른 근처 코코아 집에 가서 따듯하게 몸을 녹였는데 참 잘한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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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샘샘샘으로 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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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레스토랑을 가보고 싶었던 건 

소개하는 문구와 컨셉이 명확해서였다. 


내가 살다 온 샌프란시스코의 온도가 느껴지는 공간
따스한 햇살, 음식, 사람들, 그리고 우리


 

취향이 멋진 (전) 회사 선배들이 진행하는 

인터뷰 프로젝트에도 등장한 곳이라 더욱 기대가 되었다. 


미국 영화에 등장하는 그런 식당의 기분을 기대했다. 

아침에 신문을 펼쳐 놓고 조용히 모닝커피와 해쉬 포테이토를 먹거나 

연인 혹은 친구와 머리에 각자 둥지 하나씩 만들고 눈곱을 떼며 

누추한 모습으로 바나나 셰이크에 프렌치프라이를 찍어 먹으며 

헤헤헤 바보같이 웃을 수 있는 그런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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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자냐와 스테이크 모두 평범하게 맛있었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몇 십분씩 기다려야 간신히 도달할 정도의 맛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 공간의 컨셉과 분위기에는 딱 어울리는 정도의 맛이라고 생각했다. 


샌프란시스코의 (가보진 않았지만) 기분을 가져오려면 일단 

손님이 좀 적당히 있어야 할 텐데 너무 심하게 대박 맛집이 되어버린 것이다. 


슬렁슬렁 동네를 걷다가 "저기 적당해 보이는데 가볼까?" 

하며 생각 없이 들어간 식당에 막 전 테이블의 서빙을 마친 

활기찬 웨이트리스 혹은 웨이터가 물병에 물을 따라주며

"오늘 날씨 참 좋죠?" 혹은 "방금 애플파이가 다 구워졌어요. 운이 좋으시네요~"

같은 인사를 주고 받으며 식사를 즐기기에 딱 좋은 식당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러기엔 너무 지나치게 바빠 보였다. 


사장님이 식당을 만들게 된 과정에 대한 인터뷰를 미리 읽고 왔던 터라 

식사를 다 마치면 당신 정말 대단하다고 간단한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당장 눈앞에 있는 걸 해결해야 하는 굳은 표정의 사장님께 환한 인사를 건넬 순 없었다.

대신 서빙 하신 분께 잘 먹었다며 인사를 드렸다. 


접시에 써진 슬로건을 간직한 채 식당을 나왔다.  


enjoy here, think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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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것도 벌고 싶은 돈도 만나고 싶은 사람도 

생각도 계획도 스케줄러 빈칸도 늘 빈큼없이 꽉 채워져 있는 기랑이.


기랑이도 참 많이 바빠 보였다.

몸이 편해 보여도 마음이 바빠 보였다.

기랑이는 바쁜 게 좋다고 했다. 

기랑이가 바쁜 게 좋다면, 바쁜 건 좋은 것이다.


하지만 난 바쁜 건 싫다. 

내가 바쁜 게 싫으면 바쁜 건 나쁜 것이다. 


각자 바쁨에 대한 선호도가 있을 뿐 ! 


이솝우화에 우리 둘이 등장하면 베짱이는 나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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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랑이와 함께 간단한 대화를 하고 

카페에 가서 각자 책을 읽었다. 


교훈이 안 남고 기분이 남는 소설이 참 좋다.

글을 읽은 뒤, 이 글이 왜 좋은지 설명할 수 없어서 좋다.

그냥 마음에만 간직할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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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또 책을 읽었다.

소로의 웰든. 너무너무 재미있다. 


요즘 책을 너무 많이 읽는 게 아닌가 좀 걱정이 되긴 하는데 

요즘처럼 또 활자가 잘 읽히는 시기도 없다.

(이러다가 책은 한 장도 넘기는 시기 분명 온다. 내일 올 수도 있다.) 


아, 이러면 책만 읽는 고고한 사람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솔로 지옥도 봤구나. 

핫한 언니 오빠들 나오는 연애 프로그램도 넘나 흥미롭다. 

그 속에서 다들 얼마나 심각한지 모른다 ㅎㅎㅎㅎ

심각해질 때 재미있다. 난 못됐다. ㅋㅋㅋㅋ



○●



다가오세요. 여유, 공백, 농담, 유머, 편안함, 지혜로움. 현재에 머무르는 모든 것. 

저리 가세요. 지나친 몰두, 무책임함, 행동보다 앞선 말들, 행동을 막는 지나친 생각


현재에 머무르지 못하는 모든 것. 



01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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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상체 근력 운동을 열심히 하고 

가볍게 대공원 한 바퀴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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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케이크가 있었다. 


"엄마 이거 뭐야?"

"응...엄마 교회 초등부 교사 이제 그만하는데 고생했다고 받은 선물이야"

"엄마 몇 년이나 애들 가르쳤지?"

"20년?"

"엄마는 뭘 시작해도 최소 10년 이상이구나.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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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관련 일을 몇 개 처리할게 있어서  

좋아하는 카페로 굳이 굳이 가서 노트북을 열었다. 


돈 관련된 일을 말할 땐 늘 '처리'라는 단어를 쓰는 것 같은데 

그만큼 나에겐 빨리 벗어나고 싶은 일인 것 같다.


가장 싫은 일을 견뎌 내기 위해 좋아하는 공간의 힘이 필요했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 중 드물게 아직도 남아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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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다 사라지고 마는가?


영영 사라지지 않을 것 같던 가장 좋아하는 카페도 작년에 갑자기 문을 닫았다. 

그래 갑자기는 나에게만 해당하는 갑자기겠지.


뭐든 영원한 건 없으니까 자주 찾아가는 방법으로 

공간에 대한 애정을 표해야겠다. 


후회는 늘 늦다. 

나는 후회 없이 살 것이다. 



영원히 살 것처럼 살고 있는 우리들은 끝에 가서는 분명 

아 좀 잘 살걸, 후회 없이 살아 볼 걸

이라며 지난날의 나태를 반성할 것이다. 


나는 반성하기 싫다. 

다 지나서 반성은 무슨 반성

나는 후회없이 살아갈 것이다.


후회 없이 살이 위해  

내 모든 에너지를 총동원하여 

가장 근면할 것이다. 


저축과 연금을 위한 근면 말고 

경험과 채움을 위함 근면을 이어나갈 것이다. 


<이지보이 블로그>


 

나는 후회 없이 살 것이다. 라는 문장을 쓰자마자 이 문장은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블로그 이웃 이지보이씨의 문장을 빌려왔다는 걸 깨달았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노력한 게 있다면 두석과의 화해다. 

세상을 덜 미워하고 더 사랑하며 살고 싶어서  

12년간 끊임없는 노력 끝에 아빠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냈다. (받았다가 아니라 받아냈다가 정확)   


처음으로 두석의 인생 이야기를 오래오래 들을 수 있었다.  

그때 나한테 왜 그랬느냐고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고 

그가 한 인간으로 깊숙하게 이해가 되던 최초의 순간이었다.  


두석과 화해하니, 그의 성악회에 축하하는 마음으로 갈 수 있었다.

두석과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고, 웃을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카드에 "두석과 진심으로 친해지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아" 라는 말도 쓸 수 있게 되었고 

두석은 그 카드를 받고 무척 기뻐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에 아... 아빠랑 좀 친하게 지낼걸. 

후회하기 전에. 지금. 당장. 서로 좋아하며 지내고 있다. 


어쩌면 2021년에 내가 이룬 가장 큰 성취가 아닐까.


두석이 알려준 인생의 쓴맛은, 두석으로 향하는 미움이 아니라 

세상에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사랑으로 환원할 것이다. 


바코드라는 노래 가삿말처럼. 


남겨줘 난 내(네)게 사랑만 남겨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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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통화를 하며 숙대입구에서 을지로 입구역까지 걸었다. 


전날엔 이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는데 하필 그때 눈이 절반 감길 정도로 피곤한 타이밍이라 

약간 대강대강 대답하고 통화를 끝냈다. 


그런데 카페에서 일을 다 끝내고 '앗! 어제...위로가 필요해서 전화 건 게 아닐까?'

라는 짐작이 불현듯 떠올라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내 짐작이 맞았다.

친구는 비참한 기분을 안고 내 목소리가 듣고 싶은 거였다.

 

어제 통화를 했을 때 컨디션을 솔직하게 말하고, 어떤 일들과 감정이 찾아왔는지 찬찬히 들었다.

그래, 힘이 필요했던 거구나. 그런데 어제 내가 그 힘을 주지 못했구나. 

내가 힘들 때마다 곁을 지켜주는 너인데. 내 마음이 참 게을렀었구나. 반성했다. 


친구와 통화하며 걸으니 같이 산책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통화를 끊고 우리 서로 마음이 너무 포근해졌다.


그래, 후회하지 않기 위해 당장 전화 걸길 잘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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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을 지나치며 노숙자 텐트를 보게 되었다.

처음으로 얼른 겨울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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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상반되는 신세계 백화점의 화려한 분위기. 


들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구경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착 붙어 전구의 불빛을 구경하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마침 이어폰에 흘러나오는 노래가 너무 신나서 깡충깡충 뛰면서 거리를 활보했다.  

(누가 보면 .... 도라인 줄 ^^. 나한테만 내 인생 뮤지컬이지 뭐 ^^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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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 큣.벜유. 


이 그림 보는데 안 센대 엄청 센척하는 

귀여운 사람이 떠올랐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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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그래 마지막 목적지는 여기. 

생일 선물 사러 엄청 멀리까지 걸었네그려.


친구에게 어울릴 셔츠와 카키색 가디건 하나를 포장했다.

친구의 취향을 알고 있다는 건 이럴 땐 참 유용하다. 



○●



다 안다고 자만하지 말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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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들인 것


무인양품에서 친구 선물을 사는 김에 

새 샤프와 샤프심을 샀다. 


천 오백 원짜리 나에게 주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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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린 것 


한 달 전쯤 분갈이했던 화분에 곰팡이가 피어서 

씨앗이 든 흙을 비닐봉지에 잘 싸서 버렸다.

화분 키우는 방법이 미숙했던 것 같다. 


좋은 햇볕과 부지런하게 물을 주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구나.

(어쩌면 너무 부지런하게 물을 줘서 생긴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다음번에 좀 신중하게 공부하거나 알아보고 식물을 들여야겠다.


그리고 안 쓰는 계좌의 통장과 카드들을 아주 잘게 찢어서 버렸다.


불필요한 물건들을 자꾸 쌓아두다 보면

현재에 집중하려는 마음이 분산된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나 컴퓨터 속 폴더까지 

그때그때 정리하고 버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버려야 앞으로 채울 수도 있겠지만,

더 원하는 것은 버려야 얻게 되는 여백이다.



https://blog.naver.com/htera2001/222617460130



어제 읽었던 인상 깊은 봉부아님의 블로그 글.


나는 요즘 무엇에 진심이고 싶은가?

나는 요즘 무엇에 몰입하고 있나? 


요즘 내가 진심이고 몰입하고 있는 것은 내 삶 자체이다.

진짜로 내 삶을 가치 있게 하는 모든 범주의 것들을 침착하게 선별하고 

양보다 질을 높이기 위해 몸과 마음과 행동으로 정진하고 있다. 


"송미는 과거에 했던 말을 진짜로 하나씩 이뤄가는 것 같아.

 네가 과거에 이렇게 살겠어! 했던 것에 조금이 가까워지는 게 신기하게 보여"


수많은 다짐들을 끝도 없이 들어줬던 엄마와 두 명의 친구가 최근 해줬던 말.   

그러면 내 반응은 똑같다.


"엥? 그때 내가 무슨 말을 했더라 ~~!?"


사실 아직도 기억이 안 난다.

그런데 가족과 친구들이 해줬던 말이 참말로 용기가 되어 

슴슴한 일상을 견뎌가는데 진짜로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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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집필불가 ! 라는 일본드라마를 2편 봤다.

아이돌로 이름 날리던 이쿠타 토마의 중년을 본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그 드라마를 보면서 글 쓰는 사람들이 겪는 딜레마는 똑같구나 생각했다.


나 역시 어제 너무 시나리오가 써지지 않아서 고통에 시달리다가 

갑자기 영감님이 찾아와주셔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함께 3시간 정도 시나리오를 쓸 수 있었다.


이제는 이 고통도 노하우가 생겨서 글이 잘 안써지면 

바로 요리를 한다던가 설거지를 한다던가 청소를 하며 에너지 방향을 바꾼다. 


글을 다 쓰고, 조금 게으름을 피운 후 

대공원 3바퀴를 달리고 6.6k, 어깨와 하체 스트레칭을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



슴슴한 하루를 보내면 좋은 점은 

삶을 이루는 고요한 것들의 소리가 다시 들린다는 것.    


매일 걷는 산책길의 나뭇잎과 바람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한 것

편하게 잘 수 있는 공간과 영양분이 되어주는 음식

언제든 꺼내 읽을 수 있는 몇 권의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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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차를 내려 마셨다.

너무 일찍 일어났다. 시벽 3시 30분. 

아침 루틴을 하고 다시 잤다. 


오늘 내가 한 일은 영화 3편을 연달아 보는 것.

우연히 장 마크 발레 감독의 비보를 듣고 그의 영화 2편을 연달아 보기로 했다.

오래전 재미있게 봤던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와일드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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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몰리션 


완벽하게 세팅된 공간과 상황을 다 부숴 버리고 싶은 욕망이 들 때가 있다. 

다 거짓이라는 생각이 들 때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조각 내 버리고 해체해 버리고 싶은 욕망이 들 때가 있다.


영화를 다 본 후 서로의 모순과 위선을 적당히 눈감아 주고, 그것을 절대로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방식으로 지켜냈던 평화를 깨고 

옆 사람을 흔들며 네 진짜 솔직한 마음이 뭐냐고 내가 사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장 거지 같은 솔직한 속내를 말해볼까? 하는 충동에 휩싸여 A4 용지 가득 무의식을 적어 내려갔다. 


나는 그것들이 얼마나 위험하고 불건전한 생각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쓴 그 자리에서 A4용지를 조각 내 쓰레기통에 버렸다. 


요즘 건강하고, 밝은 쪽으로 조심조심 걸어가고 있어서 내 안에 부정적인 감정들의 개념이 사라진 줄 착각했다.

그 불건전한 감정과 충동은 없어진 게 아니라 솜씨 좋은 양치기처럼 그들을 한 곳에 슬슬 내몬 후 

담장을 높이 쌓아 단단히 잠그고, 담장을 뛰어오르지 못하게 양들을 자극 하지 않는 방법에 가까웠다.  


영화를 본 후 내 안에 여전히 언제든 튀어 오를 수 있는 불완전한, 불건전함, 불건강함이 자리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누군가를 공감하고 이해하려고 상상력을 동원할 때 그 담장을 잠깐 바라본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결국 모든 감정을 다 안고 갈 수밖에 없다.

다 안고 가기 위해서 매일 운동을 하고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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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혼신의 연기와 말하지 않고 보여주는 방식의 연출에 감탄했다.

하지만 작품성과는 별개로 이제 너무 많은 여성의 나체가 대상화되는 영화를 소비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건 꼭 영화를 위해 필요한 장치였어! 영화의 주제와 맥락을 봐."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종류의 비판을 하겠지만.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 나오는 수많은 창녀 역할의 배우들은 

자신의 실루엣과 가슴과 엉덩이만 소비된 채

감독으로부터 그 어떤 영혼도 부여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박쥐에 나오는 송강호의 나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 나오는 엘노이즈와 마리안느의 나체

더 리더에 나오는 케이트 윗슬릿의 나체는 그것과는 성격이 달라 보인다.



나체에는 독립된 인격이 있다. 골격이나 살집, 처진 모양, 형태, 털의 숱

피부색, 손질한 정도, 그런 데서 인생이 드러난다. 나체라는 인격을 무시할 수 없다.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나체를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 고독한 직업 中 - 니시카와 미와 감독 (유레루 연출) >



심지어 가장 존경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 영화에서도 비판하고 싶은 몇몇 맥락이 있다. 

아무리 존경하는 사람일지라도 그의 눈에는 안 보이는 것이 내 눈에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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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CALL IT LOVE


성인이 된 소피 마르소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담아낸 영화. 

이 영화는 내용보다 캐릭터의 성격과 영화 미술이 인상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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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문학을 전공하고 교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5년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공부해온 발렌타인의 인텔리 한 무드가 좋았다.

그녀는 이동하는 지하철 안에서도 늘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있다. 


빽빽하게 바쁜 일정 안에 연인과 만나는 시간을 어떻게든, 기어이 확보한 후  

그 와중에도 자기 삶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차 안에서 책을 펼치며 공부하는 열정이 

과거 내가 했던 연애를 떠올리게 했다.


누구도 만날 수 없이 빽빽한 시간의 틈도 

왜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자꾸만 어떻게든 나게 되는 걸까?


상대방이 나에게 그만큼의 믿음을 줄 수 있다면 

나는 당장이라도 비행비 표를 끊고 내일이라고 뉴욕으로 날아갈 수 있 

(지만 그만큼의 믿음을 주는 사람을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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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너무 뜨거워 서로 불타올라 재가 되어 버린다. 

이들은 끊임없이 서로를 질투하고 소유하려 들고 변덕이 죽 끓듯 하며

싸우고 싸우고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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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러니까 소피마르소 언니.

서로를 바꾸려고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여.

상대방의 장점에 딸려오는 ㅈㄹ병을 우유에 붙은 요플레처럼 끌어안으라고. 

다 끌어안을 수 없다면 우유도 요플레도 사지말자 ! 


프랑스 사람이나 한국 사람이나 

사랑 앞에서 무력해지고 비이성적이어 지는 건 똑같구먼.


-------------


앞으로 누군가의 연인이 된다면 가장 잘 하고 노력하고 싶은 건 

그 사람 자체를 받아들여 주는 것이다. 


내 가치관으로 상대방의 단점을 고치려고 하거나 섣불리 짐작하며 충고하기보다

그의 슬픔과 기쁨을 가만히 지켜봐 주는 최초의 목격자가 되고 싶다.

불빛 하나 없는 까만 밤길을 함께 걷는 산책 동료가 되고 싶다. 


잘 할 수 있을까?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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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어제 저장한 착샷.

아 ~ 왜그럴까 ~ 초록색을 좋 ~ 아 ~ 해 ~,



○●



어제 운동도 안 하고 빈둥거리면서 영화만 봤는데

이젠 이렇게 하루를 보내도 자괴감이 들지 않는다.   



01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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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솔직히 사진 너무 잘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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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풀세트로 해보고 싶어서 시간을 재 보았다.


근력 운동 + 러닝 + 상하체 스트레칭.


약 3시간이 걸렸고. 이건 진짜 좀 오바 아닌가? 생각했다. 

내가 무슨 태릉선수촌 선수도 아니고... (하지만 비쥬얼은...점점 ... 체육인...)

지금도 약간 삭신이 쑤신다. 하루 운동은 최대 1시간 30분이면 충분....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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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근데 책 읽고 몸에 대한 글 읽으니까 다시 운동에 대한 의지 불끈 !

나도 가장 마르고, 예쁘다는 소리 많이 들었을 때 

가장 예민하고 남 시선 많이 신경 썼던 게 기억이 난다.


내가 요즘 운동하는 목적은 튼튼한 몸.

생각을 지탱한 튼튼한 집을 만드는 것이 목적.

잘 먹고, 에너제틱 하게 일하고, 타인에게 다정하려면 체력 필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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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 책을 읽으면서 배두나 배우가 더 좋아진다.

그녀는 보이는 외면보다 생각이 정말 멋진 사람이다.

그 생각이 외면으로 표출되는 것일 뿐.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고 배우라는 직업을 사랑한다.

그녀 안에 건강한 사랑이 넘쳐나기 때문에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역할과 어떤 곳에 자신의 힘을 사용해야하는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드문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녀가 느낀 것을 나도 느끼면서 살고 있고,

그녀가 도달하고 싶은 세상을 나 역시 꿈꾸고 있다.


결국 나는 배두나라는 사람을 응원할 수 밖에 없다. 


황선우 작가와 배두나 배우의 글을 읽으며 부끄러워지는 지점이 있다.

나를 틀 안에 가둔 것은 그 누구도 나 자신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여성이라는 범주 이전에 나라는 개인이 있다.

여성으로서 존중받고 싶다. 는 욕망을 무의식적으로 품어왔다면 

여성이라는 단어를 사람이라는 단어로 바꿔야 할 것 같다.


사람으로서 존중받고 싶다. 


남성을 대할 때도 그 개인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존중받고 싶다면 나 먼저 눈앞에 있는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  


주변 동료를, 친구를, 가족 구성원을 한 사람으로 존중하고 싶다.  

여성, 남성이 아닌 다양한 감정과 영혼과 역사를 가진 개별적 존재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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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저녁을 먹기 위해 로제 떡볶이를 포장해갔다. 


4일째 작업실과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갑자기 쓰레기장에 버려진 거울 장롱에 비친 

내 모습을 찍어야겠다는 충동이 들었다.


사회성 떨어지기 전에 슬슬 사람을 대면해야것다. 



○●



공짜로 주어지는 시간이 가장 비싼 거 알지?

이제 그만 낭비하자. 관성을 깨자. 



01 / 13



새벽 4시에 목포에서 서울로 이사 오고 있는 

친구에게 sos 요청을 받았다.


"아니 이렇게 이른 시간에 연락을 한다고?"

"송미 5시쯤엔 깨 있잖아!"

"응... 그렇긴 그렇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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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도와주러 가기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천천히 아침을 먹고 모닝 루틴을 했다. 


따듯하게 입고 목장갑 끼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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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너무 맘에 드는 사진.

한국의 현실이 다 담긴 것 같음.


"어이 일꾼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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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뚝딱 척척해내는 둘. 

장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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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상체 근력 운동 열심히 한 보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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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만 주면 열심히 일하것습니다 ~ 

(이게 다 비건. 양념치킨은 사실 양념 버섯튀김인데 진짜 양념치킨 맛 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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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아 얘들아 !!!!!

웰컴 투 서울 ~ / ^^ 


집에 가서 싹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향수도 칡칡 뿌리고 노지를 만나러 신사역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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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흔들린 사진...ㅠ... 

수전증이 걸렸나 찍은 사진이 죄다 이렇게 역동적이다. 


좀이씀 노지 생일이라 미리 만나서 선물 증정을 했다.

노지에게 아주 아주 찰떡처럼 잘 어울려서 너무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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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카야에서 가장 좋아하는 돼지고기 부추 볶음 ! 

목포에서 한번 따라 만들어봤는데 너무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있어서 

담에 노지에게 한번 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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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랑 있을 때는 늘 즐거워. 
왜 즐거운 가를 생각해 봤거든? 


나는 네가 웃을 때 탁구공 모양으로 볼록 튀어나오는 장난기 가득한 볼이 너무 좋아. 

네가 과하게 열정적으로 살아서 스스로 지쳐서 힘아리 없는 목소리로 쏭....ㅠ 할 때마다 구박할 수 있어서 웃겨. 

너와 내 농담 코드가 점점 더 맞아가는 것도 좋고, 너랑 정말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친해졌던 속도도 좋아.

너와 내 의견이 맞지 않을 때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네 의견을 말해주는 점도 좋아. 

늘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측면을 볼 수 있게 해주니까. 

네가 "쏭 ~ 그 사람 참 좋다" 하면 나도 그 사람 좋아. 니가 좋아하는 것을 나도 좋아해 보고 싶어. 

그래서 자꾸만 너와 내 세상이 밝게 밝게 더 커졌으면 좋겠어.


네가 앞으로도 최고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너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니까 !!!



○●



이 일기장을 종종 보러 오는 사람들, 매일 보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아요.

노지에게 말한 앞으로도 최고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은 그대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에요.

조용히 제 곁을 지켜 봐주는 친구들 덕분에 매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돼요.  

다들 무지무지 행복한 하루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참 고마워요. 



01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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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주에 걸쳐 하루에 한 꼭지씩 읽어 오늘 마지막 장을 봤다. 

읽는 내내 행복했고, 많은 용기가 되었다. 


이 속도로 책 읽는 것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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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의 완성은 쪽진머리. 

BUT 쪽진머리가 잘 안 어울려서 난 앞머리를 내려야 할 운명인가.


-------


세금 신고와 문서 처리로 골머리를 앓았다. (골머리를 앓았다 표현... 발명한 사람 상 줘라.) 

국세청에 진짜... 몇 번을 전화한 건지. 한번 전화를 걸면 15분 대기. 


신고 항목이 작년 7월부터 16개로 늘어났다.

아니... 누가 이렇게 시스템을 복잡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야....

너무 간단한 일에 헤매고 있는 상황이 짜증 났다. 


그래... 그래도 처음 하고 배우는 게 있다는 것은 참말로..좋은...일...좋은...조....ㅈ...

는 개뿔. 긍정적인 생각이 스트레스를 밀어내지 못했다.  


대상 없는 분노와 화가 용암처럼 끓어올랐다.

차인표 분노의 양치질처럼... 밥알을 막 전투적으로 쑤셔 넣다가 

스트레스 받기 싫어서 심호흡을 5번 정도 했다. 후 ~ 하 ~ 후 ~ 하 ~.


아 정말 김송미 못났네~. 참 못됐네~ 만다꼬 스트레스 받노 ~ 

니도 싫은 상황에선 조절 잘 안된다는 거 꼭 기억하래이 ~ 그래서 늘 겸손해야 하는기라 ~ 

(사투리 써본 적도 없는 경기도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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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식히고 일과를 시작해야 할 것 같아 낮잠을 자고 

8.8k를 달린 후, 상하체 스트레칭을 꼼꼼하게 했다. 


달리니까 화가 사아아악. 가라앉았다. 

한 바퀴 돌 때마다 점점 바뀌는 하늘의 색을 보며 엉킨 마음의 실을 한 가닥씩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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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깜짝 방문해서 사준 치아바다 샌디치 맛있게 먹었다. 

다시 건강한 마음으로 책상에 앉아서 시나리오를 썼다. 



○●



냉장고 파먹기 하듯 아직 활용도 안 해본 것들을 

내 안에서 발견하고 활용하자.  



01 /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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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하고 돌아오는 중에 발견한 새. (새 종이 뭘까?) 

귀여운 새. 콕콕콕 모이를 쪼고 있다. 

조금이라도 소리를 내면 날아갈게 분명해서 숨 참고 사진 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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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 야식으로 라면 먹고 싶은 마음 누르고 먹은 점심 진라면.

아, 점심에 먹으니까 생각만큼 그닥 맛있쥔 않네.

그래도 파도 넣고 계란도 넣고 행복.

복분자도 쬐끔 마셨다. (행복 두 배.)


혼술 하면서 라면 먹고 있는데 연진에게 전화가 왔다.

같이 낮술 하면 딱 좋은 텐데 (술도 못하면서 술 좋아하는 척 ^^오짐)  

기차 타야 해서 껄껄껄 수다 떨며 한 시간 넘게 통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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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약 12일 정도 머무를 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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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플 것 같아 자유시간이랑 생수 샀는데 

카운터 아저씨가 본인이 가져온 간식 봉지에서 스니커스 한 개 싸비쓰로 주심 ㅠㅠ.


"나는 스니커즈가 뭐니 뭐니 해도 최곤 것 같아 !!!"


이런 멘트도 하신 것 같은데

기분이 너무 좋아져서 함박웃음으로 화답 ! 

(하지만 마스크 껴셔 ... 아 아니다. 눈이 또 실눈이 됐겠지...)



기차에서 총 2개의 영화를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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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희야.


두나배 나오기도 하고, 꼭 봐야 할 것 같은 주제라 보았는데...음... 뭐랄까.

중간에 3번이나 끄고 다시 보고를 반복했다.

보는 내내 마음이 좀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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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남매의 여름밤


장항준 감독님이 행복해지는 영화라고 추천해 줘서 봤는데 

김송미 취향일 수밖에 없는 뽀인트가 넘 많은 영화.


감독님을 검색해 봤는데 거의 동갑내기. 

인터뷰를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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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인 느낌 없이 자연스러워서 좋았는데 (특히 남동생 연기가 너무 좋음. 인간 올라프) 

이런 부분을 많이 신경 쓰셨구먼....


사실 나는 다큐 막바지 작업 때 시간이 너무너무 촉박해서 

음악 좀... (내가 생각해도) 많이 썼는데... 반성되지만...

뭐 그땐 !!! 그럴 수밖에 없었어 ㅠㅠ (마감한 게 진짜 기적인 일정) 


게다가 게다가 윤단비 감독님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이랑 대담도 했다는 게시물을 보고...

사실 진짜 (좀 너무 쪼다 같고 못났는디) 질투 났다. 

동갑내기라 그런가 감독님은 벌써 이런 장편 만들었는데 

김송미 니는 시나리오 대체 언제 완성하냐 하면서 약 1분 34초간 비교했다가 

그렇게 못나게 비교할 시간에 시나리오나 써라 스스로 잔소리 좀 하고 노트북 열어서 약간 깨작거렸다. 


(그만큼 작품이 좋았어요. 질투 날 만큼!!!!) 



사실... 남매의 여름밤 너무나 좋았지만...

그전에 봤던 도희야를 보고 급격하게 안 좋아진 기분이 회복이 안돼서 

스스로 아...왜 이렇게 이유 없이 기분이 안 좋지? 안 좋지?

보통 목포역 도착하자마자 기분 좋아져서 당당하게 걷긔하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불쾌하고 힘들까... 축 처져서 슈퍼로 들어갔다. (엥?)


특효약으로 과자 두 봉지를 골랐다. 양파깡이랑 메이플콘. (우울한 와중에 단짠 구색은 맞춤)

계산대에 갔다가 아무래도 건강에 안 좋을 것 같아 다시 백-하고 메이플콘을 두고 양파깡만 샀다.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워 양파깡을 파삭파삭하면서 먹었다....

그리고 유투브에 '이유 없이 기분이 안 좋을 때'를 검색했다. 


너 진짜 똑똑하다 채널에 올라온 영상 한 개를 봤는데 

이유 없이 기분이 안 좋아지는 이유는 과거 불쾌했던 기억을 불러오는 사물이나 행동을 마주하면 

마음 깊숙이 자리했던 무의식이 그때의 감정을 불러온다는 이야기였다.

대체 도희야....의 어떤 부분이 내 무의식을 건드렸을까? 

그래도 원인을 알게 되니 불안함이나 우울함이 더 진행되지 않았다. 


내친김에 누워서 영상 한 개를 더 봤다. 

제목은 책 300권 7분 요약. 

여러 가지 책 속에서 말해주는 공통 주제는 사람은 타인 앞에서 자신의 완전한 부분을 노출시키지만 

사실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가! 다 이 맥락으로 이어진다는데 그게 왤케 위로가 되었을까 ! 


영화 한 편 보고 이렇게 픽. 저녁 내내 우울한 나 역시 

얼마나 얼나나 불완전하고 나약한가 ! 


그래도 양파깡은 잘 먹었고 누워있기도 잘했다.  


영상은 이렇게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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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우리 모두. 쬬빱이다. 

그러니 불완전하고 자잘 자잘 하게 타락한 스스로를 너무 자책하지 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이겨내보려는 의지에 박수를 보내자 !

과자 두 봉지 먹으려던 거 한 봉지만 먹은 것처럼 ! (에? 너무 하찮잖어 !!) 



○●



그냥 내 마음이 힘들다고 하면 몰아붙이지 말고 

오늘처럼 그냥 냅두기. 하고 싶은 거 하게 해주기. 


댓글목록

핫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핫산 작성일

우와! 목포에 새로 생긴 와인바에 언젠가 꼭 가보고 싶어요! 그나저나 115일까지의 일기만 이곳에 업로드되는 줄 알고 송미 님은 갑자기 왜 일기 안 쓰시지 하다가 들어와 봤는데 이어서 쓰고 계셨군요 :)

song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song 작성일

오마이갓 핫산님 ....  덕분에 제가 일기 날짜 구분 까먹는거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 (어쩐지 너무 길더라 .. ^^a)
고마워요. hot sannn 그대는 누군가요 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