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022년 7월 16일 ~ 7월 31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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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밝았다.
언제 보아도 한 폭의 그림 같은 창문.
아침 일찍 일어나 성경 필사와 간단한 감사 일기를 썼다.
어제 들이를 재우고 나레이션 녹음을 하려고 했는데,
모두 피곤했는지 뻗어버려 자연스럽게 풀 잠을 잤다 ㅎㅎ
촬영 시작.
새삼 앵글에 담아보니 주방이 참 아름답다.
영봉 오빠가 공들여서 가꾼 집이 빛을 발하는 순간.
무언가를 발산하거나 창작해야 하는 사람들은
예술을 직업으로 삼지 않아도 필연적으로 자신의 예술성이
어디에서건 발견되고야 만다.
자신의 삶의 화단을 정성스럽게 가꾸는 점, 꼭 배우고 싶다.
들이가 덥지 않게 우산으로 에스코드 해주던 희찬씨.
희찬씨는 동엽이가 모셔온 스탭분이다.
처음 뵈었는데 인상이 참 선하시고 너무 센스 있게 움직이셔서
덕분에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들이가 와앙하고 울어버렸고 희찬씨가 들이를 달래주는데
우리 모두 그 모습이 뭔가 안쓰럽고 귀여워서 와하하 하며 웃어버렸다.
언제나 고마운 착한 동엽이.
동엽이도 나도 쑥쑥 커서 따듯한 작품 많이 만들면 좋겠다.
송희를 카메라에 담으면서,
내 친구 기운이 참 밝고 예쁘구나 내내 생각했다.
왠지 카메라가 체질인 것 같이 능숙하게 잘 해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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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후에도 많은 순간들이 있었지만 촬영으로 인해 사진을 찍지 못했다.
그래도 마음속으로 기억나는 순간을 더듬어 보자면....
1. 명호씨도 참 하드캐리 해주셨다. 들이와 너무 잘 놀아주셔서 수월하게 촬영을 끝냈다.
2. 들이가 정말 잘 협조해 주었다. 방긋방긋 잘 웃고. 안 울고 있어주고. 잘 때 푹 자주고. 복덩이네 들이.
3. 송희와 영봉오빠 가족을 모델로 영상을 찍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요 사진은 명호씨가 찍어준 우리 둘.
사실 내 몰골이 너무 ㅋㅋㅋㅋㅋㅋ 그지 (?) 같이 나와서 짱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왠지 좋아서 올려 본다.
오히려 서울 사람같은 송희씨와
더 시골 사람 같은 송미씨 ㅎㅎㅎ
7 / 17
민지씨가 우진장 건물을 리모델링 해 지은
카세트 플레이어에서 하룻잠 잤다.
잠깐 미라클 모닝으로 시나리오를 끄적(?) 거리고
(원래 1시간 쓰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잘 안됨...으그... 김송미 허세...)
다음날 아침 7시 숙현이 클래스 101 촬영에 갔다.
촬영을 어찌저찌(?) 잘 마무리했다.
뭔가를 만들어 내는데 뚝딱뚝딱하는 숙현.
점심을 먹은 후 숲속에서 오프닝 영상을 찍은 후
목포에서의 촬영은 모두 마무리.
그리고 내게 남은 시간은 하루뿐이니
바아로 사적인 시간을 갖었다.
나에게 '편안함'이라는 마음을 주는 친구들.
둘 다 나에게 있어서 신뢰할 수 있고, 따듯한 사람들이다.
아 ! 그리고 하펜시티클럽.
사장님이 정말 정말 .... 재주가 많으시다.
계속 감탄하면서 그 공간을 즐겼다.
(진짜... 이 사장님도 아티스트 같음)
다소 체력이 소진된 우리 셋.
밤 바다를 잠깐 걷다가 이른 저녁에 헤어졌다.
시간 내줘서 다들 고맙다. 짜식들.
7 / 17
아침 일찍 일어나 프록시 변환을 걸어 놓았다.
미리 보기 화면서 보이는 귀여운 들이의 얼굴.
좋아하는 책의 글귀를 필사해 보았다.
종종 메일함에 도착하는 성은이의 뉴스레터.
"같이 산다는 건 상대의 좋은 점을 누리고 배울 수 있는 거구나.
닮고 싶은 사람이랑 살아야지 생각했다."
내 생각과 같다.
최근 인생 처음으로 이제는 결혼이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족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
어떤 사람과 삶을 나누면 서로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흥미롭고 새로운 사람보다, 편안하고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특별한 날 한두 번 꺼내 입는 그런 옷 말고,
내 몸 같아서 매일매일 입게 되는 그런 티셔츠나 청바지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청바지 같은 아영과 함께
좋아하는 음식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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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 있는 동안 민지님께서 연락을 주셨다.
ktx를 타기 전까지 민지님과 시간을 보냈다.
서울에서 근사한 직장을 다니시던 민지님은
명호씨와 결혼한 후 목포에 내려와 숙소 사장님이 되었다.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라 이런저런 고민이 많다고 하셨다.
게스트 노트에 익명의 누군가가 이런
멋진 그림과 글을 남기고 갔다며 보여주셨다.
민지님, 걱정할게 뭐 있어요 !
이렇게 하나씩 쌓이는 거라니까요,
카세트 플레이어를 듣는 컨셉의 숙소.
특히 god 섹션이 가장 맘에 듦 ㅋ
숨은 그림 찾기.
소영의 소설 세 권을 숙소에 놓고 왔다.
좋은 인연의 씨앗이 되었으면.
"민지님, 사람과 사람 사이는 역시 기브 앤 테이크일까요?"
"음.... 저는 서로가 기브해서 더 기브하고 싶은 걸 추구해요."
민지님의 답변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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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가는 ktx를 탔다.
혜은씨가 공유한 김태리에 대한 인터뷰를 읽었다.
내가 나를 의심하고 있는 건 뭐가 있을까?
내가 진짜 가진 '레알'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나의 레알은.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려는 마음이다.
좀 더 눈을 쳐다보고, 상대방의 중요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 하고
내 얘기도 성심을 다 해 말한다.
상대방이 나와 거래를 하고 싶어 하면,
나도 거래를 하고 싶지만 그 마음에서만 그치려고 한다.
상대방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더라도 시간의 힘을 믿으며 다른 국면을 보려 노력한다.
최대한 내 마음을 다스리며 그 자리에 여전히 남아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 노력만큼은 진짜 레알이다.
사람을 사랑한다.
나이가 들며 사람을 사랑한다는 말이 점점 부끄러워진다.
고생은 하나도 겪어보지 못한 순진한 애송이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데 어쩌랴, 이 세상의 모든 고난을 이겨내는 힘은 사랑인데.
맞잖아.
우리 모두 사랑의 힘으로 어찌저찌 여기까지 왔잖아.
7 / 19
집으로 복귀 !
여름 이불로 바꿨다.
아침도 잘 차려 먹고
길가에 예쁜 꽃들을 구경하며 상담도 다녀왔다.
상담을 하면서 펑펑 울었다.
분명 상담하기 전에는 기분이 좋았는데
상담을 하고 나니 기분이 훨씬 더 안 좋아졌다.
계속 나의 어두운 부분을 마주하라고 하는데....억지로 마주하는 기분이 들었다.
과거에 힘들었던 걸 끄집어내서 다시 되새김질 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으면서도
너무 밝은 면만 보려고 하는 것도 일종의 결핍 같다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어두운 감정이 마음속에 오래 머무르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런데... 두려움 슬픔과 자꾸 마주하려는 것이 진짜 좋은 걸까? 의문이 든다.
나도 사실 날 잘 모른다.
저녁엔 아빠가 케이크가 먹고 싶다 하셔서 만보 채우기도 할 겸
집에서 가장 먼 빠리바게트를 다녀왔다.
그래서 케이크는 ....?
10분 만에 순삭.
7 / 20
하루 종일 앉아서 편집만 한 결과 ㅎㅎㅎㅎ
만보를 채우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나가기 전엔 분명 귀찮았는데
막상 나가니까 참 좋았네.
○●
우리가 무해한 존재가 되고 싶다고 해서 정말 무해해질까.
진짜 무해해지려면 완전 소멸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을 거 같아요.
- 황선우
무해한 존재가 되려고 많이 노력하다가
최근 무해함의 한계를 깨닫고
유해함이 존재하는 세상에 다시 걸어 들어갔다.
7 / 21
하루 종일 편집하느라 바빴다.
그 사이에 운동도 열심히 했다.
뭔가에 오랜만에 몰입하는 기분이 참 좋았다.
사진으로 남길 틈 없이 뭔가에 집중하는 하루도 참 좋아.
그러고 보니 나는 뭔가에 몰입해 있는 상태를 가장 좋아하는구나.
그러지 못하는 시간을 좀 불안해하는구나.
7 / 22
솔직히 고백하면 시나리오 매일 1시간씩 안 썼다.
역량 부족이다.
대신 2주간 매일 새벽에 일어나 무언가를 했다.
바쁘게 지낸 2주간의 시간.
새벽 4시 30분에 퇴근.
솔직히 힘들지 않다. (아마 가끔 있는 일이라서...)
재미있고 뿌듯하다.
노동은 좋은 거다.
좋은 노동을 계속하고 싶다.
토요일에 아티스트 토크 진행 보는 일이 있어서
아무리 바빠도 전시는 미리 보고 와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DDP 가장 조용한 집 전시에 갔다.
이걸 끝끝내 결과물로 만들어낸 모든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감각적이지만 권의적이거나 새침하지 않고
따듯했던 아티스트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수무님께서 내일 아싸중에 인싸처럼 입고 오랬는데
도서관 사서 룩으로 입고 가야겠다.ㅎ
DDP 전시를 보고 난 후,
안국역 쪽에서 민지 시상식이 있다는 소식을
시상식 시작하기 10분 전에 들어서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갔다.
꽃 사 오라고 한 것 같은데 시간이 너무 없어서
건물 밖에 있던 화단에 풀 때기를 뽑아갔다. (이미 시상식 시작했던 상황)
친구가 수상소감 읽고,
상 받는 거 사진도 찍어주고
끝나고 시인들이랑 뒤풀이가 있는 것 같아
눈치껏 조용히 건물을 빠져나왔다.
안국까지 왔는데 뭐 할 거 없을까? 하다가
노티드 도넛을 가서 도넛 2개 중 한 개는 테이크 아웃 했는데
먹다 보니 두 개 다 먹었다. (꿀꺽)
근데 두 개를 먹다 보니까 아... 이러다 진짜 돼지 되는 거 아닐까?
걱정이 들어서 왠지 한입은 안 먹고 버렸(?)다.
참나.
그렇게 노티드 도넛을 빠져나와 걸었다.
우울했다.
불안했다.
갑자기 뭔가가 확 하고 다 빠져나간 느낌.
아까는 막 신나서 인스타 스토리도 올리구 그랬는데 ...
원래 그러는 사람이 아닌데,
뭐에 홀린 듯 종로에 사주 보는 천막에 들어갔다.
아주머니는 내 관상도 손금도 사주도 문제없이 좋다고 하셨다.
그런데 이상하게 사주를 보고 나니 기분이 더 울적해졌다.
나는 종교가 있는 사람인데 왜 점을 봤담.
지금 나에 대한 믿음이 많이 흔들리고 있는 걸까?
이만원으로 맛있는 걸 사 먹거나 책을 살걸....
친구에게 전화했다.
친구가 마음을 다독여줬다. 그게 점 보다 나았다.
7 / 23
나이트 워크 굿즈들이 도착했다.
그런데... 쓰레기가 많아도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이제... 어딘가에서 주는 굿즈나 제품들이 부담스럽다.
어딘가에서 행사를 할 때마다, 뭔가를 알릴 때마다
이렇게 많은 브로셔와 상품을 만들면...
그럴 때마다 계속 쓰레기가 쌓이는 걸까.
어제가 아빠 생신이었는데,
오늘 축하 파티를 했다.
형부와 언니가 예약한 돼지갈비집에서
정말 맛있는 점심을 먹고 집에 돌아와 케이크 초를 불었다.
(경조사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우리 언닌 든든한 가족이다. 난 영락없는 막내구)
아빠, 생신 축하해요.
어제 아티스트 토크를 끝냈다.
이번 진행에서 좀 아쉬운 건 초반 10분을 역시... 좀 떨었다는 것.
친구가 티 별로 안 났다고 했는데 다행이네.
그래도 조금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이번의 아쉬움을 기억하고 다음에 기회가 온다면 더 잘 해내야지.
어제, 가장 기분 좋았던 일은 두 가지.
첫 번째는 휴님의 아내분을 뵙고 인사를 드린 것. (뵙고 싶었던 근사한 분)
두 번째는 세린이가 전시장에 온 것.
오랜만에 세린을 보아서 참 좋았다.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맛난 것도 먹었다.
세린이랑 하는 대화는 정말 정말 재미있다.
전시장까지 와줘서 고마워 세린아 :)
○●
그동안 밀린 일기를 오늘 한꺼번에 올리게 되네.
사실 일기를 예전에 몇 개 썼는데 그게 다 지워져 버렸다.
너무 많은 말을 하고 너무 많은 표현을 하며 2주를 보냈다.
자주 즐거웠지만 내 안에 쌓아 놨던 깊이는 사라졌다.
다 가질 순 없나요?
7 / 24
어제 남은 케이크와 아침 식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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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업무를 하고 저녁에 외출을 했다.
트랜스젠더 주제의 단편 영화를 보기 위해
아주 오랜만에 에무 시네마에 갔다.
아... 정말 아끼고 아껴서 보고 싶은 영화 !
사람들 몸에서 어떤 에너지나 전류가 흐르는 것 같다.
예술, 독립 영화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형성하는 공간의 느낌이 정말로 좋다.
그리고 영화는 재미있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걸었던 거리와 밤공기도 참 좋았다지.
친구와 함께 쉑쉑 버거를 먹었다.
내가 먹었던 햄버거 중에 1등 ! 최고 !
○●
아침에 일어나는데 어제와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눈을 떴다.
뭐든 시작할 수 있는 아침.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아침.
내가 나와 나의 삶을 귀하게 여기는 그 마음만 잃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다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충분히 잘 걸어왔다.
7 / 25
오전에 해야 할 일이 참 많았다.
책상에서 아점으로 먹은 로제 떡볶이와 김밥.
제천국제영화제 영화 예매를 했다.
전주국제영화제보다는 덜 빡셌고,
영화 라인업은 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혼란스러울 지경.
갑갑한 마음에 수영을 하러 갔다.
그리고 아이폰 케이스를 잃어버렸다.
인스타에 올렸는데, 콩나물만 잃어버린 친구가 있어서
술 쏘는 걸 조건으로 충전 케이스 받기로 했다. (sns의 힘 !)
당분간은 아날로그 ...?
○●
아직도 일에 대해 감정이 들어가게 된다. 편집하게 되면서 생성되는 애정이랄까.
예전에는 일과 감정을 분리하는 게 프로페셔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프로페셔널이 아니라 감정을 잘 못 느끼는 기질이 타고났거나
아님 일 자체에 대해 애정이 없는 거거나.
나는 기질적으로 그렇게 못한다. (그럼 다른 방식으로 살았겠지)
1초 만에 단념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걸 만들어 일을 마무리 지으려던 적도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영상 제작자 입장에서 맞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어떻게든 설득을 하고 싶다.
고집이 아닌 선에서 끝까지 설득을 해보고 그래도 안 됐을 때 체념할 것. (아니 솔직히 끝까지 체념하고 싶지 않다 !)
일과 관계는 닮아있다.
7 / 26
예매 성공.
올해 나에게 주는 큰 선물.
오롯이 이 시간을 즐기고 싶어
혼자 조용히 즐기다 오려고 한다.
수영 가는데 줄 이어폰을 사용했다.
뭐, 나쁘지 않네 ㅎㅎㅎ
그리고 하딩레인 모자도 도착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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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영 발차기가 조금씩 늘고 있다.
조금씩 조금씩. 차근차근.
수영을 하고 바로 상담을 받으러 갔다.
저번 상담이 좋은 분위기에서 끝난 게 아니라
상담사님도 나도 꽤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 끝에 서로를 마주했다.
천천히 그림을 그리면서 내 감정들의 실마리를 하나씩 풀어갔다.
그간 내 마음에 먹구름처럼 껴 있던, 실타래 처럼 엉켜있던 감정에 이름 알게 되었다.
'좌절'
좌절한 순간에 그 좌절을 오롯이 느끼기도 전에
'회복 탄력성'이라는 감정에 치중되어 너무 빨리 다른 행동을 취했던 게
마음을 불안하고 복잡하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
감정도 몸과 같은 게, 그 감정을 그때 그것으로 껴안지 않으면
다른 엉뚱한 곳에 불쑥 튀어나오게 된다.
감정에는 나쁨과 좋음이 없다. 환희 행복 즐거움 슬픔 좌절 화는 동등하다.
그걸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자리에서 잘 좌절하지 않으면, 그 좌절을 만회하기 위한 행동을 하게 된다.
만회하기 위한 여러 행동들은 해답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최초의 원인을 흐리게 한다.
좌절의 본질을 잃으면 마음은 갈피를 잃고 복잡해지며 불안해진다.
불안은 충동을 낳고 결국 충동에 의해 낳게 되는 마음은 제멋대로 날뛰는 망아지가 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원인은 타자와 나를 동일시하는 공감 능력이다.
타자의 감정을 나의 감정처럼 느끼는 경향 말이다.
공감 능력도 '건강한' 혹은 '성숙한' 공감 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타자와 나를 동일시하지 않으면서도 타인의 감정을 오롯이 공감해 주는 일.
타인의 감정을 내 기준으로 분석 판단하지 않고
저 사람은 그렇구나... 하며 그저 인정하는 것.
그것이 선행이 되면, 타인의 부정적인 말이나 기운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줄 수 있고
동시에 내 마음도 온전하게 지켜낼 수 있겠다.
좌절과 성숙한 공감 능력.
이 두 가지를 선생님과 함께 잘 배워가야겠다.
7 / 27
아침과 물을 잘 챙겨 먹고 오전 업무를 끝냈다.
점심에는 피자와 파스타를 먹었는데 맛은 뭐 그닥.
그제는 햄버거 먹고 어제는 치킨 먹고 오늘은 피자 먹고.
얼씨구 아주 인스턴트 잔치네.
몸에 군살이 붙는 것 같은 느낌이 난다.
내일부터는 슴슴한 일반식에 다시 적응을 해야지.
무브윙에서 산 운동복이 왔다.
진짜 편하고 디자인도 이뻐서 이번 달에 한 소비 중 가장 큰 만족 !
저녁에 수영을 한 후 근처 카페에 가서
두 시간 정도 책을 읽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
친구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자신의 반려견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의뢰했다.
사실 나는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과 동물 사이의 교감을 전혀 경험해 본 기억이 없다.
뭔가를 많이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매일매일 알 수 없는 거.
7 / 28
오늘 일기는 사진이 있지만, 자신은 올리지 않고 텍스트로만 올려보려고 한다.
어제의 일들을 회고하자면...
가벼운 노동 한 개를 끝내고,
내일이 마지막 출근인 선생님과 자유형과 평영을 배우고
저녁엔 선생님 영상 과외를 진행했다.
아... 이렇게만 정리하면 뭔가 아쉬운데.
그래, 어제는 한 사람의 리액션을 보고 놀랐다.
반사적으로 생각했다.
'아.... 그래도 저렇게 말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문득 선생님이 해준 말이 떠올랐다.
타자와 나를 동일시하지 않으면서도 타인의 감정을 오롯이 인정하는 것.
'아, 저 사람 입장에선 저렇게 행동할 수 있겠다. 이유가 있겠지'
내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타인도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
우리 모두 저마다 행동의 알리바이가 다 다르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화도 안 나고
상대방도 있는 그대로 흐르게 두었네.
이 일기를 마치고....오늘은 (7월 29일 아침)
이게 나를 설명했으면 좋겠다 하는 것들 외에
나와 맞지 않는 물건이나 생각이나 일들을 정리할 예정이다.
현재의 기준은,
하늘색과 연두색.
7 / 29
요즘 차가운 결명자차를 자주 마신다.
찬물 많이 마시면 몸에 안 좋다던데... 어쩌뉴.
아침마다 매일 쓰는 성경.
잠언을 끝내고 시편을 쓰고 있다.
전날에 낡고 때 탄 나의 마음을 정화하고
새롭게 하루를 시작하는데 정말 좋다.
다윗도 자기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하나님한테 막 조르고 따지고 다그친다.
약간 사이다라고 할 수 있겠다.
나도 하나님께 말하고 싶다.
아니... 이 정도면... 저도 좀 쉽게 쉽게 가면 안↗되↗나↘요↗ !!!!
문득 엄마가 설거지하는 뒷모습이 예쁘게 보일 때가 있다.
문득 내 책상이 예뻐 보일 때가 있다.
언니가 새벽 6시 30분부터 줄 서서 사 온 런던 베이글.
먹는 것에 늘 열심히인 언니 ㅋ
덕분에 얻어먹은 쪽파 베이글 !
7월 스케줄표.
성실하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송미 수고했오~)
아마, 정기적으로 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일이 들어왔다.
그래 이렇게 미래의 걱정을 반절은 부질없는 법.
어떻게든 먹고산다 ! 아잦자 !
최소 꽃 패턴 오타쿠 이세연 여사님.
어후 뭐 색맹 검사지인 줄.
일을 하다가 가끔 어리광이 피워지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면 엄마 방에 불쑥 들어가 손을 주물러 달라고 한다.
엄마가 책갈피로 쓰는 컵흘 사진.
이쁘네 ~ 하니까
한 장 더 자랑했다.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두 분 금술 너무 좋다.
아직도 2,30대 커플 같은 풋풋한 설레임이 보이는 게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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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다큐 회의를 하기 위해
연진이 집으로 왔다.
늘 뭔가를 가져오는 연진 까치 ㅋ
연진은 몇 안 되는 내 다이어리 애청자다.
가끔 작업 책상에서 밥 먹는 것 같길래 깔개를 사 왔다고 한다. 짜식.
(사실 패턴 보고... 괜찮아 ^_^ 하며 거절할 뻔했지만 ㅋ 잘 쓸게 인마)
이대근 같은 표정으로 찍은 사진이 있는데 그거 올릴라다가
너도 초상권이 있기에 사무라이 사진 정도로 타협봐서 올린다 ㅎㅎㅎㅎ
연진과 와인 한잔하면서 다큐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좋은 팀워크 만들자 !!!
빅토리 ! 빅토리 ! 얍 ! v^_^v
(아낀다 연진스 키키)
7 / 30
세린이에게 정유정 작가의
'자존감 중독 사회' '나르시스트 사회' 에 대한 칼럼을 공유 받아서 읽었다.
먼저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통쾌하고 시원한 기분이 들었고
동시에 많이 찔렸다.
행복 중독, 자존감 중독, 나르시스트 어쩌면 세 개의 다
요즘의 나에게 해당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관심이란 건 참 이상하지.
구걸하면 구걸할수록 점점 더 멀어진다.
구걸하고 있는 사이에 놓치고 있는 건 뭘까?
잘 살아가기 위해서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그 열심의 방향이 어딘가 어긋나 있다는 기분도 든다.
그럴 때마다 완성하지 못한 시나리오가 자꾸만 떠오른다.
매번 같은 자리를 맴도는 몸의 상태도 자꾸만 떠오른다.
주기적으로 올리지 못한 낯설게하기도 떠오르고
매번 다짐만 하고 끝내지 못한 영어 공부도 떠오르고
가족 챙기는 것을 매번 미뤄두는 나 자신도 떠오르고
독립, 자립, 자본 이런 단어들도 둥둥 떠오른다.
떠오르는 게 무지 많네.
떠오르는 것들이 삶으로 가는 열쇠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삶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그곳에 나를 데려다주게 하는 미션이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대단한 성실과 실천력이 있어야 하는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나 자존감은 그 성실과 실천력을 통해
시간 속에서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것일 텐데....
조금 더 마음이 강건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금 더 오래가고, 멀리 갈 수 있는 것에 열심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있을 수 있는 열심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나를 책임질 수 있다.
나는 나를 책임질 수 있다.
나는 나를 책임질 수 있다.
7 / 31
아주 많은 사진이 있지만 이 사진으로 축약하려고 한다.
5시간 14분을 내리 걸었다.
걷고 나니 내 몸이 한층 단단하게
업그레이드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노지와 걷는 길 대부분이 편안했고 행복했다.
내 곁에 있는 사람에 대해 떠올릴 때
꼭 떠오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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