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023년 12월 1일 ~ 12월 15일
본문
12/1
팀장님, 경찬 펠님과 점심 먹은 후 간단한 산책.
일하는 중간, 잠시라도 여행 다녀온 기분.
저녁엔 아영, 수빈과 월말정산을 했다 :)
12/2
부모님과 샤브샤브를 먹고
양영희 감독의 디어 평양을 시청했다.
영화 레슨을 보러 갔다.
꼭 개봉이 되었으면 좋겠다.
영화 보러 와준 호연. (오늘 배우님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이었음)
2주 만에 만나자마자
다시 제천으로...^_ㅠ
진짜 장거리 연애 중임을 실감했던 날.
호연과 빠이빠이하고 배우, 스탭들이 있는 뒤풀이 장소로 이동.
이날 배우님들이랑 언니, 오빠, 친구 먹고 너무 재미있었다.
근데 술도 취하고, 기분이 좋아서
너무 멋있는 척하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나 싶다. ㅎㅎㅎㅎㅎ
그 점만은 스스로 꼴 보기 싫지만
그래도 올해 손에 꼽을 정도로 술 많이 마시고
기분 좋게 취했던 드문 날.
○●
이제 타인을 볼 때 취향, 느낌, 분위기 그런 거 별로 안 본다.
(예전에는 엄청 많이 보고, 따라할려고 노력도 많이 함)
좋은 물건, 좋은 공간, 좋은 옷을 가졌다는 것은
그냥 나 스스로의 기호일 뿐이라는 것.
그게 타인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 나에게도 좋고 타인에게도 좋은 것은
따뜻한 마음씨와 유머이다.
12/4
월요일,
기분 좋게 출근을 했다.
간식을 자제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회사에 있던 (무려) 바질 소금 빵도 참았다.
집으로 들어가는 상가에 붙여진 글귀.
아니요 ^__^ 족발 냄새 짱 좋은데요?
저녁에 호연과 스쿼트를 한지 2일째.
○●
여기저기서 섭섭한 마음이 많이 들었던 날이었다.
작게는 조금씩 조금씩, 어떤 것들은 큼지막하게.
'나 요즘에 온기가 필요하구나'
되려 온기가 필요한 시기인 줄 모르면서
너무 많은 마음을 쓰고 있었구나.
알아차렸으니,
그 온기들을 (일시적으로) 회수해서
나 자신에게 가장 많은 마음을 쏟아줘야겠다.
그게 모든 방면에서 더 좋게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요즘 내 주변을 따듯하게 비춰줬던 사람들을
떠올리는 것도 온기를 보존하는 방법이다.
오늘 출근길에 얼마 전에 친구를 먹었던 봉준군이 해줬던
좋은 말 몇 마디가 떠올라 기분이 좋아졌다.
나와의 시간과 약속을 소중히 대해주는
친구의 마음도 떠올랐다.
소영과 재필이과 함께 나눈 시시껄렁하지만
다정한 대화들도 참 좋았다.
그러고 보니, 나에게 섭섭함을 안긴 사람들도 언젠가 나에게 온기를 준 사람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섭섭함과 온기를 번갈아가며 안긴 사람이겠거니 짐작해 본다.
삶은 원처럼 동글동글 돌아간다.
12/5
마침내,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를 다 읽었다.
가족을 위한 길고 긴 기도 같았다.
호연이 친구 아들의 산타를 해준다고 해서 ㅎㅎ
말 바뀌기 전에 얼른 산타 옷을 구매했다.
1년 이상 호연을 만나고 있는데
새로운 모습이 아직도 많이 발견된다.
요즘 새롭게 발견되는 것들은,
그가 참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퇴근 후 오랜만에 지은이를 만났다.
언제나 든든하고, 착하고, 아름다운 울 지은이.
그동안 묵혀둔 이야기들을 잔뜩 했다.
○●
1.
타인 앞에서 화풀이하듯 누군가를 욕하는 일이나
감정을 함부로 뱉는 일은
앞으로도 가장 조심하면서 최대한 하지 말아야지.
듣는 사람 입장에서 그게 폭력이 될 수 있으니까.
2.
그러고 보니, 내 삶에 기도가 빠졌구나.
마음에 기도가 있으면 사랑, 기쁨, 소중함이 넘쳐난다.
기도를 해야지.
12/6
호연씨랑 요즘 퇴근을 하면 영상통화를 켜 놓고
런지와 스쿼트를 100~200 세트씩 한다.
○●
에효. 사람 마음과 몸 보다 뭣이 더 중헌디 ~
12/7
강아솔, 루시트폴의 앨범 맨 앞에 있는 연주곡들을 좋아한다.
말 없는 위로가 이런 것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존재론적인 위로. 영혼의 위로 같은 것.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지은이가 준 그림과 편지를 읽어보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편지를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비싸고 귀한 것인지...
지은이는 요즘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그때 그 나였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상상한다고 했다.
너처럼 신중하고 멋진 사람이 나를 떠올려주다니
영광입니다.
회사는 온통 크리스마스 느낌이다.
연말의 분위기가 참 좋은 요즘.
모처럼 한가한 날.
마음이 뭔가 헛헛해
쉑쉑버거를 포장했으면서 굳이 밖에서 밥을 사 먹고 들어왔다.
남은 쉑쉑버거는 아빠에게.
수제비를 먹으면서 빠니보틀 대만 여행 편을 보았다.
어쩐지 빠니보틀의 팬이 될 것 같아.
○●
가난은 일종의 불편함이지
삶 자체를 무너트리지 않는다.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마음을 쓰며 살아가는 주변의 사람들은
이 시각에서도 충만하게 반짝이며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12/8
점심에 극적으로(?) 유지를 만났다.
유지만 만나면 너무 진지한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지루함을 연습해 볼 생각이다.
이 책에서도 말하는 것은 결국
여백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
여백을 급하게, 아무렇게나 메꾸며 살아갈 때
불만족스러운 인생의 쳇바퀴를 살게 될 것이다.
정말 좋은 것이 올때까지 무덤덤하게
無의 시간을 견디는 것.
아니, 견디는 것을 넘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애인을 따라 ufo 페스티벌을 왔다.
애인이 덕분에 생전 신기한 경험을 해본다.
어벤저스 영화에도 쿨쿨 잠들었던 나는
신나는 지루함을 못 견뎌 먼저 차로 가서
읽던 책을 마저 읽고 쪽잠을 잤다.
12/9
들이의 산타가 되기로 한 호연
문신 산타... 괜찮을지...? ㅎㅎㅎ
삼각지에 있는 테디베어베이커리에서 아점을 먹었다.
요즘 계속 예전 해외 생활들을 그리워하는데,
이 가게가
시드니에서 새벽 청소하기 전에 사먹었던 딸기 데니쉬와
프라하에서 종종 들렸던 커피숍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해
잠시 향수에 젖게 되었다.
혼자서 훌쩍, 프라하로 떠나는 상상을 한다.
거기에서 있었던 외로움, 고독, 슬픔 모두
기억 속에서 미화되었다.
내 생에 가장 행복했던 3개월과
괴로웠던 6개월을 보냈던 곳.
집에 돌아와보니 송희의 선물이 도착해 있었다.
키키 일기장.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만화영화.
종종 일상 속에서 송희 생각을 한다.
송희가 과거에 줬던 편지를 다시 읽어보면
어쩔 땐 종이에 적힌 글이 내 마음보다 더 정확해서 눈물이 난다.
위로받고 감동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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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언니,형부와 호연씨가 처음으로 만났다.
언니와 나는 180도 다른 사람이기도 하고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았다)
아직 나와 형부는 서로 거의 타인처럼 어색한 사이이기도 하기 때문에.
언니나 형부가 나에 대해 하는 말들이나
애써 노력해 준 말들이 거의 대부분 틀렸지만
그런 오해마저도 듣는 애인이 알아서 해석하게 두는 것도 맞겠다 싶다.
그럼에도 이 자리를 만들어준
언니의 마음이 너무나 고맙다.
12/10
게으름을 연습해 볼까 하여
눈을 감고 멍을 때리다가 스르르 잠들어 버렸다.
문상훈씨 책 나오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멍하게 흘려보낸 시간 덕분에
닭강정을 픽업하러 처음 밖에 나가
아파트 단지를 걷는데도
새삼 그 기분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작업실 책상에 앉기가 점점 어려운데
좋아하는 음식 먹으면서
큰 모니터로 홈페이지 일기 쓸 때 그렇게 기분이 좋다.
연말이다.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 아내의 연인의 사랑과
그 가삿말에 노래를 부르는 남편.
이 노래를 들으면 눈물이 난다.
한 곡에 너무 많은 진심과 사랑이 담겨있기 때문에.
○●
솔직히 나는 내 영상이 참 좋다.
서툴고, 미숙하지만 그것마저도 좋다.
따듯하려고 인생 전체를 노력했기 때문이다.
아, 나 술 취했나.
이런 말이 잘도 술술 나오네.
12/11
아침부터 온종일 우울함에 휩싸여 마음을 다스려야 했다.
마음이 우울하고 불안할 때 가장 좋은 점은
내 생각과 타인의 활자를 깊게 들여다보게 된다는 점이다.
월요일 아침마다 전달되는 밑미 뉴스레터.
내 우울의 원인은 아마도
이전부터 느껴왔던 이물감의 원인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려고 하지 않은 채
관성대로 선택하며 살았던 것.
더 깊게 들여다보며 살아갈 것.
회사에 들어오니 신기하게 불안감이 또 사라진다.
회사에서도 책을 들여다보게 되는 하루 (감사하다.)
대부분 우리의 행동은 95% 직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합리적 5%의 생각으로 움직임을 만든다는 건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최진석 철학가의 말처럼
지구가 평평하다는 생각은 쉽고 직관적이지만
지구가 둥글다는 생각은 깊고 넓게 들여다봐야만 알 수 있으니까.
○●
생활과 생계를 벗어난 창작 활동이 더 이상은 하고 싶지 않아
의식적으로 내 삶을 변화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남의 것을 탐하는 욕심은 끝도 없지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 그게 또 그렇게 부러워지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 두 개를 잘 굴릴 수 있을까?
일상을 좀 더 깊게 사유하게 만드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
이전의 경험을 토대도
덜 고통스럽게, 악쓰지 않고,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고,
12/12
오늘은 하루 종일 촬영이 있기 때문에 일찍 눈이 떠졌다.
어제 회사에서 남은 피자를 몇 조각 가져온 걸 아침으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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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에 시작해서 오후 10시쯤 촬영 끝.
처음 의쌰의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마무리까지
일정 에너지와 의욕을 유지하는 지구력이 아닐까?
일벌리는 일보다
일 마무리의 선수가 되고 싶은 것
첫인상보다 끝인상이
더 좋고 싶은 이유도 일맥상통한다.
생각해 보면 작년에 찍는 장편영화 진범 감독님도
오늘 촬영 감독님도 에너지가 고갈되는 마지막까지
편안함과 의욕을 잘 유지해 주시는 듯하다.
그런 면모들을 닮고 싶다.
12/13
어제 몸에 약간은 무리가 올 정도로 긴 시간 일하고
다시 아침에 출근하려니 컨디션이 좋은 상태는 아니었지만
소희가 만든 예쁜 백팩과 바닷가 모양의 머리 곱창
그리고 연진이가 선물해 준 회색 맨투맨을 뜯어보며
마음이 조금 환기되었다.
퀄리티 너무너무 만족.
나에게 없던 '합'한 느낌
친구 덕분에 1+
계속해서 기다렸던 마지마레스토
크리스마스 이브 코스 예약 완료 !
생각보다 예약이 빡세지는 않았다.
어제 중요한 자리의 사진을 촬영하러 갔다가
대기시간이 있어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했다.
1. 또다시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게 뭐지?' 시즌이 왔다. (지겹다 ㅋㅋㅋ)
그런데 이렇게 내 변화를 미세하게 관찰했기 때문에
여태껏 나의 만족을 채우는 삶을 살지 않았을까 싶다.
계속 고민하고, 변화하는
나를 응원해.
2. 회사에서 외부업체로 수무님이랑 휴님을 만났다.
어찌나 반갑던지. 언제 마주쳐도 좋은 사람들.
3. 회사 안에서 호감을 가지고 있던 분의 퇴사 소식을 접했다.
둘 다 성격이 급하게 나가가는 편이 아니라
대화를 많이 나누진 않았어도
'저 사람은 나랑 동류일지도!' 하며
은은한 호감을 피우고 있었는데...참 아쉬웠다.
표현하진 못했지만 마음속으로 그분을 늘 응원하고 있었다.
부드럽게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종종 생각이 나면 연락을 드려봐야지.
앞으로의 길에 응원만 드리고 싶다.
4. 연진이랑 무려 2시간 50분이나 통화했다.
○●
내가 타인에 대해 궁금한 유일한 것은
그 사람은 어떤 열망을 갖고 살아가며
현재 마음의 나침판이 어떤 '화두'를 가리키고 있는지이다.
평소에도 그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는 나는
타인에게도 꽤나 일상적으로 그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벼운 안부나
농담, 맛집, 릴스 얘기를 하며 좀 더 가벼운 기분을
만들어주는 대화를 원한다는 걸 잘 알고 있고,
누군가에게 나의 질문이 지나치게 진지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있지만
그렇지만 또 집요하게 상대방에게
당신은 어떤 사람인지 묻고 또 묻게 된다.
12/14
목요일인데 휴무를 냈다.
금요일도 아니도 목요일.
애매한 날짜의 휴일일 수도 있겠지만
중간 브레이크는 사고를 휙~ 전환시켜 주기도 하니까.
연진이네 집에 갔다.
연진이가 해주는 건강한 밥 먹고
하루 종일 끝도 없는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밥을 먹고 나는 나에 대한 탐구를
연진이는 시험 준비를 했다.
연진이가 꾸벅꾸벅 졸길래 꽤 한참을 냅두고
너무 오래 자는 것 같아 흔들어 깨웠다.
연진이와 넓고 깊은 대화를 막힘없이 나누니
마음속에 있던 대화 욕구가 엄청나게 많이 해소가 되었다.
연진이가 곁에 있어 다행이다.
12/15
어플로 나이 먹은 나의 모습을 보았다.
꽤 다정다감하고 귀여운 얼굴의 김송미 할머니.
마음에 든다 ~ ㅎㅎㅎ
댓글목록
유사김계란님의 댓글
유사김계란 작성일안녕 친구들 빡빡이 아저씨야 운동 열심히 합시다.
song님의 댓글의 댓글
song 작성일^^;; 털보 아저씨겠죠
소쟈기님의 댓글
소쟈기 작성일나도 당신이 있어서 참 다행이야ㅎㅎㅎㅎ 잘 늙어가봐용 나의 꾸질꾸질한 모습도 이쁘게 봐줘서 좋넹 우케케
song님의 댓글의 댓글
song 작성일꾸질꾸질은 커녕 반짝반짝 빛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