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월
본문
6/1
"찬란한 순간이 다가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오늘, 찬란한 순간을 살 것"
호연이 한길한우에서 소고기를 주문해서
같이 장도보고 맛있게 점심도 먹었다.
같이 새로산 수건을 빨고 반듯하게 개었다.
밥먹고 하루종일 웨딩슈즈 보러다닌 날.
하루종일 나를 따라다니며 여기저기 데려가준 호연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
카페 비하인드 지나가며 생각난 것
"그래! 저렇게 인테리어를 하고 싶단 말이지~"
긴 하루를 마치고 딱 정당한 타코집에 들어서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콜라는 역시 닥터페퍼 ~
날이 참 좋고,
오늘 우리는 최고로 젊기에
가게 앞에서 한장 찍어 보았다.
저녁에 김보통 작가님 책을 읽고 잤다.
하루를 꽉꽉 채워 잘 보냈다.
6/2
집에 있는 냉장고를 털어
호연과 아침으로 카레라이스를 먹었다.
점점 시켜 먹는 걸 줄이고
해먹는 습관을 들이고 싶어 ~
왜냐면 그래야 제대로 사는 기분이 들거든 ~
-------------
곧 제주도 사진 촬영 날이 다가온다.
그동안 고생해서 모은 옷들을 쫙 착장해 보았다.
그리고 이건 호연씨에게 부탁해 찍어본 개인샷들
(피팅용 사진만 찍기엔 ~ 날씨가 너무 좋잖아~)
김송 감성 모르면 나가라 ~
호연씨가 찍어준 사진을 활용해 콜라주를 만들어 보았다.
(자기애 폭발 ㅎㅎㅎ)
호연씨랑 빠이빠이 하고
혼자 그녀를 죽었다를 보러 cgv에 갔다.
이상하게 예전부터 꼭 보고 싶었던 영화.
영화를 보고 묘하게 스릴러의 재미에 빠져
집에 돌아가 변영주 감독님 '화자'까지 쭉 보았다.
화차는 정말 명작이구나...
김민희 배우와 이선균 배우의 연기가... 정말로 명품이다.
특히 에스컬레이터 씬...
'너로 살아...','너로 살아....'
그 묘한 공기를 잊지 못할 것 같다.
영화를 보고 언제나 먹고 싶은 투움바 파스타를 먹었는데
아직 후각이 다 돌아오지 않으니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없었다.
냄새를 잘 못 맡게 되니,
냄새가 그동안 나에게 주었던 감각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하루
6/3
아침 독서
언제나 다음 단계에 대해 생각하며 살았다.
어떠한 일을 시작하기 전, 늘 이것이 나를 다음 단계로 이끌어줄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 '다음'이란 것이 불확실하거나 무의미할 경우 시작하지 않았다. 낭비라고 생각했다.
무의미한 것에 시간을 쏟을 수는 없었다.
세상은 바쁘게 돌아갔고, 모두가 전력 질주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다음으로 이어지지 않는 짓을 할 여유가 없었다.
당연히 쉬지도 못했다. 즐거움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았다.
휴식과 즐거움은 나중에 이 기나긴 경주를 훌륭한 성적으로 마쳤을 때에야
얻을 수 있는 보상이라고 생각했다.
- 김보통
호연씨와 같이 먹은 소고기가 너무 맛있어서
연진이를 집에 초대했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연진이가 떠오른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연진이와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카페를 갔다.
막상 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큰 감흥이 오진 않았다.
6/4
김보통 작가의 책을 완독하고
하루 종일 여행지를 찾아보고 계획을 세웠다.
여행을 떠나야 할 것만 같아서
여행 루트를 찾아보는 건 즐거운 일보다 고역에 가깝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기엔 아직 용기가 부족하다.
지리산 둘레길을 가볼까? 하며 찾아보면
야생 곰이 출몰할지도 모른다는 글귀를 보고 다시 가슴이 쪼그라들고
다른 루트를 찾다 보면 온통 돈을 내고 먹고 마시는 일 뿐이다.
그저 나는 커다란 자연 속에 둘러싸여 걷고 또 걷고 싶을 뿐인데.
어쩐지 계획해서 가는 여행에 재능도 흥미도 없는 것 같은 나.
나이가 들며 더 겁쟁이가 되어만 간다.
그래도 내일은 내 등을 떠밀어 어딘가로 떠난다. (반드시)
6/5
가까운 곳으로 당일치기 여행 정도는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버스터미널로 무작정 갔다.
원주역 도착
오늘의 목적지.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소로에 도착했다.
건물 외관에서부터 느껴지는
평양냉면 같은 담백함.
참 좋았다.
소로는 좋아하는 공간 섹션에 따로 아카이빙을 해둬야지.
그래도 파스타 2그릇 먹은 건 너무 욕심이었어 ㅎㅎㅎ
지도를 보고 천을 따라 쭉 걸었다.
역시나 내 눈에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이토록 소박한 풍경들.
한가롭게 그리고 깔깔깔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떠는 노인들의 모습이 참 좋다.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책방이라도
가봐야지 하며 찾아본 무인 책방.
마침 생리도 터지고 핸드폰도 방전이 되었는데
이 책방 덕분에 응급처치 (?)도 하고 핸드폰도 충전할 수 있었다.
책방에 있던 손님들이 나를 따듯하게 맞아주셨고
더울까 봐 음료수 한 잔도 건네어주었다.
낯선 분들과 정겹게 수다를 떨던 중
제천으로 출장을 다녀온 호연이 나를 데리러 왔다.
(백마 탄.. 아니 테슬라 탄 왕자가 따로 없다.)
마음씨 넉넉한 사장님을 위해
가득 찬 책방의 모습 한 컷 !
감사한 마음에 책 한 권도 데려왔다.
호연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집으로 가는 도중 함께 새 차를 했다.
6/6
어제 책방에서 산 책.
열심히 읽어주겠어 !
호연과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하는 날.
호연이 참 좋아라하는 평양냉면을 먹으러 갔다.
아름다운 만두의 단면 ! (맛도 정말 훌륭)
단순한 모양이라 참 예쁜 평양냉면 ~
호연이 미리 예매했던 까르띠에 전시
평소에 보석이나 사치품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호연이 전시를 데려가 준 덕분에
전에는 몰랐던 아름다움을 실컷 구경하고 올 수 있었다.
꽤 사이좋은 우리 커플
6/7
유명한 텍스쳐 샵에서
물건들을 싸게 내 놓은 다길래 혜화역까지 찾아갔다.
화병 한 개와 예쁜 초록 컵을 가져왔다.
여기저기 그릇을 보러 다니며
서울 여기 저리를 누비고 다녔다.
덕분에 서울 여행을 실컷 했다.
(서울은 정말 멋지구나)
남산도서관도 들렀다.
도서관이 주는 느낌이 참 좋아.
우연히 다다른 내가 참 좋아하는 카페.
소월길 밀영.
보기만 해도 힐링 되는 케이크와 아이스 냉차.
여름의 맛
나에 대한 기준들이 생기면서
동시에 겁쟁이가 되어가는 걸까?
무엇이 그렇게 겁나는 거니 ~
민지가 내가 올린 스토리를 보고 카페로 왔다.
얼마 전 다녀온 일본 여행에서 사 온 선물들을 들고 :)
우리 집 화장실에도 두고 싶은 작은 화병
민지와 도란도란 그동안의 이야기들을 실컷 나누었다.
중간에 슬기도 잠깐 와서 얼굴도 보고.
멀리 가지 않아도
최고의 여행을 하고 온 기분.
6/8
전날 술을 먹으면 꼭 골골골 거린다니까.
느즈막이 일어나 내일 담글 매실 장아찌에 쓸
유리병 하나를 사서 끓는 물에 소독했다.
6/9
시녕네 집에 매실 장아찌 담그러 왔지요.
햇볕에 말린 매실들 너무 예쁘다 :)
시녕과 천천히 매실 손질을 하면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눴던 시간들이 너무 재미있었다.
시녕네 건강 집밥 !
그리고 예~~전부터 먹고 싶었던 요아정까지 !! +_+
후식으로 클리어 ~
아 ~ 살 것 같다 :)
온전하고 건강한 하루 !
6/10
어젯밤 우리 집에 다녀간 호연의 흔적 (?)
귀엽게 과자 두 봉지를 책상 위에 두고 갔다.
새로 사 온 접시에 올리브 파스타를 해 먹고 싶어서
휘뚜루마뚜루 만들어 보았는데
맛은 그닥 (?)
내 입에 딱 맞는 레시피를 찾고야 말겠어 !
○●
멀리 떠나는 여행은 마음이 차오르기까지 조금 기다리기로 한다.
왜냐면 서울에서도 충분히 멋진 여행을 할 수 있었으니까.
떠나는 것 대신 지금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해나가보자.
예를 들면 집에 커튼을 다는 일이라든지
밀린 편집 거리를 끝낸다든지
집안 구석구석 필요한 수납장을 찾는다든지
음식 해먹을 조미료를 하나씩 채워넣는다든지.
6/11
하루 종일 물건 서칭 & 정리
(꽤 인내심이 필요함)
6/12
후영, 시녕에게 추천받는 서촌 두 번째 인도에서
거실에 달 예쁜 커튼을 구매했다.
오늘 나의 동행인은 연진이 ~
서촌의 이런 느낌이 참 좋다니까?
연진이와 하루 종일 걷고 대화해서 좋았다.
중간에 스윗가이 승우씨가 차로 데리러 와서
연진이네 집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우리는 야식으로 엽기 떡볶이를 시키는디....
+ 밤새 연진이랑 영화 보고 또 수다 떨었음 (야한 영화 ㅋㅋ)
우리는 만나면 할 얘기가 왜 이리 많냐 ㅎㅎㅎㅎ
6/13
아침에 일어나 어제 먹었던 그릇 설거지를 싹 하고
개운한 마음으로 연진이네 집에 나왔다.
커튼을 한번 달아보았다.
그런데 안방보다 거실이 더 어울리는 것 같냐 (?)
부모님 과천 집으로 가서 밀린 잠을 실컷 자고
엄마표 밥을 배불리 먹었다.
영화 <김씨표루기>를 집중해서 봤다.
이 영화 만든 감독 분명 따듯한 사람 일거야.
내가 너무 좋아하는 느낌의 이야기.
/
맘에 드는 공간에 지원서를 냈는데
결과가 좋았으면 좋겠다 ! ㅜㅜ
○●
부모님 집은 너무나 모든 게 편리하고 좋다.
거기서 쉬어야 제대로 쉰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제는 너무 그것에 의지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집에 더더욱 정을 붙여 봐야겠다.
조미료들을 주문했다. 내일 호연씨와 먹을 부추전 재료들도 함께.
6/14
이사한 집 근처에 운동할 만한 공원을 찾기 위해
근방을 1시간 30분 정도 쭈욱 돌았다.
그 길에서 우연히 발견한 숲속 옹달샘 작은 도서관.
집에서 만들어 먹는 간단한 식사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가 문득 보고 싶어졌다.
그때의 심드렁하고 털털한 배두나의 연기를 보고 싶었기 때문.
호연 퇴근 시간에 맞춰
여름 메밀 소바와 부추천을 만들어 보았다.
집에 함께 있을 때 최대한 만들어 먹고 싶다 ~
부추전 부칠 때 용기 내서 후라이팬을 휘리릭 올렸는데
두 번째 전이 잘 뒤집혀 진짜 큰 성취감을 느꼈다. ㅎㅎㅎㅎ
6/15
드디어 드디어 제주도 웨딩 촬영 날 ~
옷도 화장도 모두 셀프 !
(가기 전까지 샵 섭외해야 하나? 했는데
혼자 하기로 한 거 정말 탁월한 선택!)
후영 시녕 덕분에 우리 다운 웨딩촬영을 할 수 있었다.
스트레스 하나도 없고 그저 재미있기만 했음
첫날 촬영 끝내고 흑돼지 먹으러 가는 길
가게로 가는 길이 너무 예뻤다.
걷는 내내 정말 정말 기분이 좋았다.
뭔가 청춘영화의 한 장면 같은 넉김이랄까 ~
게다가 오늘은 후영씨 생일 ~
다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6/16
웨딩 촬영 2번째 날 ~
송미 신부와 호연 신부 ㅎㅎㅎ
중간에 호연씨가 장난으로 내 허리를
너무 확 꺾어서 삐끗할 뻔했다. (빡침)
너무 짜증 나서 한 10분간은 웃는 표정도 안 나옴.
(여러분 이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내가 호연씨 등에 업히고
호연씨 고생 좀 시키니까 화가 싸~~~악 풀림.
덩달아 인생샷 건짐 ㅎㅎㅎㅎㅎ
최고의 저녁을 먹고
밤늦게까지 이어졌던 딥토크.
후영 시녕 커플이랑 대화하는 거 너무 재미있다.
함께 대화하면 과묵한 호연도 수다쟁이 되는 매직.
6/17
아침부터 장난으로 미저리 컨셉 ㅎㅎㅎㅎ
잘 머물렀던 굿나잇플리즈 숙소
웨딩 촬영 마지막 날 ~
수국 찍으러 보롬왓을 왔다.
우리의 마지막 촬영지 !
이상하게 잘 어울리는 커플 ~
마지막 날에 비가 왔다.
(원래 첫째 날에 비 온다고 했었는데
마지막 날에 비가 온 것 정말 럭키비키다!!)
비 온 것은 온 것 나름대로 멋지게 촬영되었다.
○●
후영씨 신영과 함께여서
정말 좋았던 제주도 촬영 :)
6/18
다음날 어제 촬영했었던 옷들도 싹 빨고
밀린 집안일을 했다.
밀린 편집도...
남은 재료로 부추전도 냠냠
6/19
도서관에서 보고 싶은 책 잔뜩 빌렸다.
오랜만에 중,고딩 친구 민이네 집에 놀러 갔다.
벌써 두 아들의 엄마가 된 민이 !!! (럴수럴수 이럴수!!)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해도 정말 재밌더라.
학창 시절 친구가 주는 편안함 ~
의리있고 진국인 울 민이 :)
6/20
집에 애착을 갖는 방법 !
(1) 얼마 전 사둔 화병에 꽃을 넣는다.
(2) 옥수수차를 끓인다.
오늘의 수확 ㅎㅎㅎ
(3)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예쁜 그릇에 담아 먹는다
호연 생일을 맞아
초당 옥수수밥을 지어보았다. (생각보다 짱맛)
내일 평창으로 차박하기로 해서 집밥을 못 먹고
전날에 소박하게 생일상을 차려보았다.
어떤 음식이든 늘 맛있게 먹어주는 호연씨 !
배불리 먹고 동네 산책 한 바퀴 !
6/21
호연씨 출장 따라왔는데
호연씨 일할 때 틈틈이 살인의 추억을 봤다.
다시 봐도 정말 명작이여...
이것이 바로 K-수사물.
한국 특유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는 방식이
너무나 개성 있고 좋았다.
역시 갓봉감독님 ~!
점심에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쫄면을 먹었다.
육백마지기 도착 !
원래 산타고 건너가
예전부터 너무 가고 싶었던 이화에 월백하고라는 카페를 가려고 했는데 실패.
(길 자체가 없었음)
빨리 포기하고
캠핑의자 펼쳐서 좋은 풍경 앞에서
감자전도 먹고 과자도 먹고 자두도 먹었다.
호연씨는 차로 먼저 들어갔고
나는 미니멀유목민 부부가 쓴 책을 완독하였다.
"그렇다면 안정과 경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무조건 경험이겠네?"
"당연하지"
3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그런 건가 보다.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엔 어줍잖게 세상이 어떤 곳인지 알아버렸고
그렇다고 기운 없는 중년이기엔 뭔가 아직 속에서 꿈틀 거리는 것 같은 그런 나이.
겁도 많아지고,
세상에 대한 규칙도 많아져 쉽게 도전하기도
무작정 순수하기도 힘든 나이.
맨 첨에 이 어중간함 앞에서 고민이 많았는데
지금은 좀 달리 해석하려고.
젊었을 때처럼 무작정 달려들고 무작정 뛰어드는 게 좋기만 한 건가?
조금은 덜 나를 소진하는 방법으로 균형 있게 가기 위해
신중히 매뉴얼을 읽으며 가는 거라고 해석하는 건 어떨까?
나에게 중요한 것을 늘 마음과 머리에 품고 있으면 반드시 타이밍이 온다고.
조급함에 남들이 정해 놓은 외딴길로 서둘러 가는 것보다
불안함을 내려놓고 더디더라고 맞는 방향으로 차근차근 걸어가는 것이
목적지에 가장 빠르게 도달하는 길이라며
나를 천천히 타일러 걸어가는 중이다.
6/22
인생 첫 차박 !
퉁퉁 부은 두 얼굴
집에 도착해 빨래를 하고
치킨을 시켜 먹었다.
○●
호연씨 출장에 1+1 처럼 끼어서 가는 것은
평창 출장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허허.
너무 오래 차를 타면 괜히 호연에게
짜증을 한바가지 내더라고.
호연과 함께 하는 여행은
온전하게 여행으로만 갈 것!
6/23
에디토리얼 씽킹 드디어 시작 !
집밥을 잘 차려 먹고
브런치 가게에 면접을 보러 갔다.
사장님께서 주방 일이 어떤 일인지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는데
설명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마음이 너무 무거워졌다.
"본인이 열정만 있으면 많이 얻어 가실 수 있을 거에요.
지금 근무하는 친구들도 다 본인 가게를 열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거든요"
(근무하는 친구들 대부분이 20대이고... 힙한 친구들처럼 보였음)
아이고야. 이 말을 듣는데 나 진짜 번지수 잘못 찾아왔구나 싶었다.
그저 즐기는 마음으로 해보고 싶어 지원했던 브런치 가게.
큰 의욕이 있었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일할 수 있었을 텐데
이 일은 내 기회가 아닌 것 같아 기회를 놓았다.
면접을 보고 나서 내가 진짜 용기가 없어진 건가?
이런 것 저런 것 재면 어떡하냐? 이런 자책을 하다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두려워 했던 게 새로운 것의 시작 자체가 아니었던 것 같다.
너무 힘이 빡 들어간 '비장한 시작'이 하고 싶지 않을 것이었다.
즐기다가 점점 스며들며 진지해지면 안 되는 건가?
왜 한국에선 처음부터 늘 마음을 많이 먹어야 하는가.
사실 '열정'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오히려 힘이 쫙 빠진다.
나에게 필요한 건 가벼운 시작이다.
그저 부담 없이 한 발짝 뗄 수 있는 시작.
이 면접을 통해 동시에 알 수 있었다.
나는 요리를 일로서 (사활을 걸며) 진지하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는 것을.
면접이 끝난 후 잠깐 민지와 만나 한잔했다.
중간에 호연씨도 합류 !
올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성완씨를 만나기 위해
그의 옥탑방으로 향했다.
의리 있는 성완씨가 호연에게 깜짝 케이크 선물 !
(호연씨 조금 감동한 것 같다. ㅎㅎㅎ
안 먹을 것 같다고 케이크 안 사주는 짠순이 여자친구보다 낫네 ㅎㅎ)
어쩐지 예수님(?) 같은 호연
6/24
민지와 인사이드 아웃 2를 보았다.
나의 메인 감정은 아마 기쁨이 + 불안이가 아닐까?
영화 한 편을 보며 나 자신에 대해서 더
알아가게 된다는 건 엄청난 일이다.
나도 세상에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
멋진 픽사 직원들 ~
불안이가 눈물이 고일 때
나도 울뻔했다. (민지도 그랬다고...)
민지와 타코를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결혼 정보회사 카피를 보고 깔깔 웃었다.
6/25
날씨가 좋아 안 뛸 이유가 없어
대공원 한 바퀴를 쉼 없이 달렸다.
백수여서 좋은 점
그동안 못 만났던 옛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음.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좋은 추억들 많이 쌓았던 친구.
그 어린 나이 때부터 나에게 연어 스테이크를 해주며
"송미야 탄단지 잘 챙겨 먹어~"
했던 야무진 혜원이.
예나 지금이나 혜원이는 심성이 참 곱고 다정하다.
뉴질랜드로 떠나기 전 얼굴 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저녁에 오븐 스파케티 시켜 먹을까 하다가.
장 봐 와서 치즈 미트소스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었다.
○●
핸드폰 릴스, 유투브 중독 정말 심각.
진짜 심각심각 !!
송미야, 명상을 하고 운동을 해라.
큰 인물이 되지 않아도 좋으니
하루를 낭비하는 인간은 되지 말도록 해라 ~
6/26
쨍쨍 햇빛을 받으며 대공원 한바퀴를 쉼 없이 달렸다.
오늘은 엄마 생신.
백수는 시간이 많다.
이 많은 시간에 엄마에게 미역국 끓여드릴 여유가 없다는 건 유죄다.
릴스나 숏츠 볼 시간을 잠깐 미역국 끓이는데 쓰면 된다.
엄마랑 단둘이 미역국을 맛있게 먹었다.
/
인덕원 집으로 이동해 그동안 밀린 일기를 쭉 썼다.
지금 쓰고 있는 일기는 밀리지 않고 전날의 일을 오늘 쓰고 있는데
새삼 내가 왜 이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맨 첨엔 홈페이지에 자신의 일상을 계속 올리는
가수 루시드폴이 퍽 멋있어 보여 따라 한 것이 크다.
그러다 점점 일기 쓰는 일이 즐거워졌고
심지어 우울하거나 공허한 날에도 일기만 쓰면
꽤 괜찮은 나날들을 살아온 것 같아 금방 기분이 나아지기도 했다.
하루를 살고 그다음 날 그 하루를 쓰면 내 삶을 제대로 소화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루틴이 너무 익숙해지고 말았다.
삶을 우당탕탕 살아가고 홈페이지에 우다다닥 쏟는 일들이 비일비재해졌다.
오늘 좋은 책을 읽고 이렇게 느긋하게 일기를 쓰니
홈페이지 일기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금 상기하게 된다.
/
저녁엔 부모님, 언니, 형부랑 다 같이
맛있는 이탈리안 요리를 먹으며 64번째 엄마 생신을 축하했다.
/
노지가 결혼식 축사를 부탁했다.
(오마이갓 축사라니. 최대한 웃기게 써야지!)
6/27
오늘은 러닝을 패스하는 관계로
부모님 집에서 우리 집까지 한 시간을 쭉 걸었다.
아침 점심 저녁을 굉장히 잘 챙겨 먹었다.
냉장고에 남은 옥수수밥 드디어 다 먹기 완료 !
다시 사생활의 천재들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지금도 내 곁에 많은 책들이 읽어달라고 아우성인 것 같지만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으로 곧 장 달려가려고 한다.
이 책을 한 번 더 읽고 나면
분명,
내가 닮고 싶은 모습이 되어 있을 거라고 확신해.
호연씨 생일 선물들이 우리 집으로 배송되고 있다.
처박아두면 어디 있는지도 모르게 될까봐
좋은 물건은 '지금, 당장' 사용한다.
○●
'우리가 뭔가를 간절히 기다리고 그리워하면,
우리 자신이 바로 그 얼굴이 되어갈 수 있어'
이사하면서 두통이 날 정도로 나를 압박해왔던 건
사람답게 잘 살기 위해 구비해 놔야 하는
가구, 물건, 살림살이들.
무리하지 않고 (가끔은 무리하기도 하고)
천천히 하나씩 투두리스트들을 지워나가다 보니
어느새 그 길고 길었던 목록들이 거의 다 지워져 있고
이미 내 생활 속에 안착해있다.
소박하고 산뜻한 정겨운 집을
내내 가슴에 품도 살다 보니
점점 그런 집에 내가 살에 되는 것 같다.
6/28
최근 성은이의 글을 메일링 구독하고 있는데
그 친구가 요즘 경험하고 있는 덴마크의 스반홀룸 공동체가 점점 궁금해진다.
이게 어떤 마음인지는 모르겠으나, 성은이를 계속 응원하게 된다.
계속 쭉쭉 ~
어제도 아침부터 분주하게 부지런을 떨었다.
내일 우리 집에 가장 많은 친구들이 놀러 오는데 (나까지 포함 무려 4명!)
친구들에게 해줄 요리 재료들과 그릇들을 바리바리 싸왔다.
마침 연진이와 함께 작업하기로 해서
예행연습처럼 여름 국수와 오이 김밥을 해줬다.
소박하게 한상을 차리고 나니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여름 식탁이었다.
연진도 나도 미각, 시각, 후각을 충족 시키며 맛있게 음식을 나눴다.
최고의 대화 상대 연진.
연진은 타인에 대한 수용력이 크다. (남편 부분 빼고 ㅋㅋㅋ)
반면 나는 싫은 것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어 놓는 사람인데 (이게 스트레스가 적긴 함)
어제 연진과 대화하면서 굳이 노력해 보거나 고려해 보지 않으려던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다.
마음이 열리고 내 생각의 좁음을 느꼈지만,
단단하고 단호한 것이 나의 오리지널리티라
나를 바꾸기는 쉽지 않겠지만 대신 수용적인 연진을 곁에 두고
그녀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기로 한다.
내 사랑 노지가 청첩장을 주었다.
축사 글을 쓸 때 내가 할 수 있는 세상에 가장 아름답고 좋은 말을 주고 싶다.
노지가 청첩장 모임을 정하고, 친구들이 참석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속상해 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친구들을 걱정해 주는 그 모든 과정들이 전부 사려 깊고 다정했다.
나의 상황만을 내세우기 보다 진심으로 타인의 입장에 서서
걱정할 수 있는 마음이 내 편의만 챙기는 것보다
얼마나 더 넓고 큰마음인지 생각하게 된다.
이 과정 전부를 나도 닮고 싶다.
○●
연진과 노지가 내 좁은 마음을 넓혀 준 하루.
매번 만날 때마다 새로운 그녀들.
미래를 사랑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특히 사랑할 만한 것을 다시 알아보기 시작했다는 말과도 같다고 하던데.
6/29
오늘은 지수, 수빈, 아영을 집으로 초대한 날
열 ~ 심히 3가지 요리를 만들었다.
친구들이 도착하고 약간의 조급한 마음이 들었지만
심호흡하고 하나씩 천천히 천천히 ~
아이들이 너무 맛있게 먹어줘서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도 종종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직접 식사 대접을 해야겠다.
요리는 내가 상대방에게 당장 줄 수 있는 확실한 즐거움인 것 같다 :)
후식도 야무지게 먹고 (지수가 요아정 시켜줌 ~ ㅋ 캬 >_<)
헤헤 즐겁고 유의미한 대화들도 잔뜩 ~!
다음엔 가을쯤에 지수네 집에서 모이기루 ~
모이기 전에 이루고 싶은 소망들을 적고
꼭 이루고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 :)
친구들이 가고 난 후 깨끗하게 설거지와 대청소를 하니
저녁 늦게 호연이 집을 찾아주었다.
야식을 먹고 싶어 하는 나를 위해
버거킹 드라이브 수르에도 데려가 주었다.
호연과 햄버거 세트를 나눠먹으며
기분 좋게 가벼운 영화를 틀고 노닥거리니
이게 행복이지 행복이 뭐 별거 있나.
○●
수빈이 오늘의 감상을 그림과 함께 보내주었다.
그리고 바쁜 직장 생활에 요리를 놓고 있었던 지수가
우리 집에서 해 먹었던 간장국수를 직접 만들어 봤다고 소식을 전했고
블로그도 아주 오랜만에 업데이트가 되었다.
함께 만난 이후 주변 사람들에게 유난히 표정이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하나같이 뿌듯하고 기분 좋은 소식들 :)
다들 건강하자 !
댓글목록
짱팬님의 댓글
짱팬 작성일일기업댓해주세요 그 뒤이야기 궁금해서 죽겠습니다 제발
song님의 댓글의 댓글
song 작성일짱팬님 댓글 읽고 그동안 밀린 일기 주르륵 다 적었습니다. 호호.
유사 이동진님의 댓글
유사 이동진 작성일행복한 폴 쉘던과 애니 윌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