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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Journey of daily life

2024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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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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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수십 번 다시 태어나자! 하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나를 다독이고 있다.


나에 대한 다독임은 무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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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서브웨이 샐러드를 먹으면서 

엄청 기다렸던 이동진 평론가의 <퍼펙트 데이즈> 인터뷰를 보았다. 


그리고 대만 편 낯설게하기 원고가 드디어 완성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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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힘을 주러 갔는데 덩달아 힘을 받고 왔다. 


친구는 더 자유롭고 행복해질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



사는 게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이 결코 나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떤 문 하나를 똑똑똑 두드렸을 때 그 문이 열리 지 않으면 

반드시 다른 문 하나가 열려 새로운 길로 나를 데려간다.


그 길은 아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채롭고 창조적인 길일 것 같다.


퇴사를 하고 백수 시기 동안 

나랑 점점 밀도 있게 친해지고 있다. 

못난 구석도 많이 보였다.


사는 것이 마음처럼 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점점 더 나에게 더 바짝 깊게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다. 

그게 오히려 인생 전반적으로 큰 이점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건 과거 내가 특별한 프로젝트 하나를 맡게 되고 

이걸 하면 아마 내 인생이 미묘하게 달라질 것 같다는 그런 예감과 

비슷하지만 또 결이 다르다.


오늘은 호연씨가 퇴근 후 집에 오면 오이냉국과 유부초밥을 만들어 먹을 생각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달린다는 걸 안다. 

나는 그 시기를 조금 더 자주, 당장 당겨오기로 했다.


더 좋은 내일을 위해 현재가 수단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내일은 내일이고 현재는 현재이다. 

매일매일 충실하고, 충만하게. 



8/4



철저하게 현실 직시하기.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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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홈페이지에 일기를 쓴다는 게

귀찮기도 하고 여기다 내 근황을 올리는 게 

솔직히 좀 쪽팔려서 안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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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동안 몇몇 근사해 보이는 디저트와 브런치 파는 식당들에 

이력서를 쓰고 면접도 2번이나 봤다. 

가뜩이나 오래 고민해 도전한 것인데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되니 의지가 금방 꺾였다. 


솔직히 나에게 실망했다. 

이 정도의 실패로 또 게으름의 늪에 빠지려고 하다니.


쉽게 포기하는 믿음을 스스로에게 심어주고 싶지 않다. 

내 생계를 다른 사람에게 책임지라고 하고 자아만 비대해져서는 

과거의 영광만을 읊조리는 빈 깡통이 되고 싶지 않다.


내 일로 생계도 책임지고 자존감도 얻고 싶다. 

그게 내가 요즘 가장 바라는 일 중 하나이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고 

지난주 일요일에 집 5분 거리의 김밥 집에 면접을 보고 왔다. 


사장님께서는 나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묻지 않으셨다. (이 부분이 가장 좋다.)

그리고 오늘 김밥 집 알바를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내가 가고 싶었던 브런치 가게보다 

김밥 집에 가깝고 또 시급도 높다. (취향 허세를 좀 버려야 한다.)


좀 더 해봐야 알겠지만 

몸을 쓰는 일이라 시간이 잘 간다.


오전엔 컴퓨터 앞에 앉아서 편집을 하고  

저녁 늦게 딱 3시간 동안은 김밥 집에 가서 몸을 써 돈을 번다. 

일단은 이렇게 시작해본다. 

(미래는 나도 몰러)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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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의 게으름 때문에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투두리스트는 빼곡하고,

어떻게든 스스로의 신뢰를 회복하려고 

부단히 그것들을 지키려 노력한다.


어제는 딱 한 가지를 미쳐 하지 못하고 잠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그 한 가지를 마쳤다.


투두리스트는 내가 어디로 갈지 혼란스러울 때 나를 잡아주는 길잡이다.

이게 나의 강박이 되어선 안된다. 강박이 되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더 불안해지고 슬퍼진다. 

투두리스트에 대한 압박이 들면 그런 것은 없다는 듯 행동한다. 

느긋하게 느긋하게. 


어제 지은, 노지와 페스티벌에 갈 약속을 잡았고

오랜만에 미현에게 연락이 와서 금요일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역대 경쟁률을 꿇고 뉴발란스 러닝 참가 신청도 성공했다.

혼자 있는 시간들이 늘어나는 만큼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고,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마지막 여름, 

나와의 싸움으로 사투를 벌이는 만큼 (이제 나 스스로와 좀 그만 싸우길) 

신나게 놀아야지. 


어떻게 하면 내가 나에게 가장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8/13 


마음이 점점 불안해진다.

우울은 마음이 과거에 가 있는 것이고 

불안은 마음이 미래에 가 있는 것인데

내 마음이 미래에 너무 멀리 가 있는 것일까?


나는 불안할 때 상황을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 증거가 빽빡하게 적은 투두리스트이다. 


홈페이지 일기도 3년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적었는데

완벽주의를 조금 내려 놓기 위해 쓰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쓰려고 한다. 


일의 부재가 나를 너무 초라하게 만든다.

완벽주의가 나의 결정을 더욱 지연시킨다.


오늘은 긍정적으로 일기를 마무리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 감정 자체를 인정해야지. 



8/14


사람들은 상대방을 통해 이런 말을 듣고 싶어 한다.

"너는 불완전하고 끝까지 불완전하겠지만, 그래도 너는 아름다워"


그 사랑을 다름 아닌 내가 해줄 수 있어야 한다. 

나의 불완전함을 끌어안으면 

타인의 불완전함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나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해방' 시켜주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


대만 영상 시리즈 3편 잘 끝나길.

(시리즈 1편은 어제 드디어 완성!)


조금 더 긴 호흡과

크게 덩어리 진 시간을 누리고 싶다. 



8/15 



요즘 낯설게하기를 편집하고 있는데 

또다시 꾸역꾸역 편집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조금 편집하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하고 릴스라도 트는 날에 3시간도 순삭이다.

그리고 또 송미야 이러면 안 되지 하며 정신을 차리고 앉아서 편집을 하고...


'왜 너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도 열심히 하지 않는 거야?'


마음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학생을 오래 기다려주다 복장이 떠질 것 같은 지도 교사처럼

또는 이해하는 척하고 있다가 갑자기 열불이 오르는 부모처럼 그렇게 나를 바라본다. 

답답하고 복장 터지는 나. 


그런데 생각해 보니...

체코에서 영상을 만들 때도 장편 다큐를 만들었을 때도 내내 이런 기분이었던 것 같아.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해도 '책임', '의무'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책임과 의무를 거쳐야 즐거움을 만날 수 있는 거라는 믿음이 깊게 심어져 있다.

그래서 내가 창작 영상 만드는 걸 잠시 멈췄었지.


최근 살아낸다와 살아간다의 차이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 보게 된다. 

살아낸다에 꾸역꾸역 어떻게든 버텨낸다의 느낌이 강하다면

살아간다는 다가오는 것들을 그때그때 감각하며 

조금은 더 가볍게 앞으로 걸어간다의 느낌이 강하다. 


그동안 일하면서 내내 살아냈구나. 

즐기지 못하는 마음이 근원적인 원인이다. 


장항준 감독의 가훈은 '인생을 여름방학처럼'이라고 하는데 

이건 뭐랄까. '인생을 여름방학 숙제처럼'에 더 가까운 것 같아.  


돌이켜 보면 내가 내내 질투하고 미워해왔던 사람들은 꼴리는 대로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욕구와 감정이 언제나 솔직하다.

자신에게 즐겁지 않다면 타인과의 약속도 잊고, 의무 따위에도 갇히지 않는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거기에서 오는 죄책감보다 본인의 욕구가 늘 앞서간다.

나는 죄책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타인과의 약속을 지키면서 동시에 의무와 책임에 갇히고 싶지 않은 방법을 찾고 싶다. 

죄책감이 원동력이 되기 보다 진심으로 즐기는 마음 자체가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 


골방에 갇혀 나를 나무라며 왜 그걸 한 번에 못하냐며 생산성이 그것밖에 안되냐며 나를 타박하고 싶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내 마음을 더 섬세하게 들여 봐주고, 욕구에 충실해 보겠다. 

발목에 붙은 족쇄를 내 손으로 풀겠다.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고, 즐기는 것만큼 유통기한이 긴 것이 없다. 



8/17 


이 시기를 통해 내가 얼마나 마침 챙김이 필요하고 

동시에 마음에 관련된 것에 다방면으로 관심이 많은지 느끼고 있다. 

현재에 머물러 있는 연습을 그치지 않을 것이다.


우선, 책을 읽을 때는 독자로서 호연씨와 통화할 때는 애인으로서 

컴퓨터 앞에서는 영상 제작자 혹은 창작가로서 늦은 저녁엔 알바생으로서 

부모님 앞에서는 딸로서 친구들 앞에서는 좋은 친구로서 

각각 존재하는 연습을 할 것 이다. 


작업실에 앉아 있는 나는 내 미래에 대해 

힘껏 고민하고, 좌절하고, 계획해도 괜찮다. 

다만 일에 대한 불안함을 다른 카데고리까지 가져오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 



8/19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심장이 터질 것 처럼 달리기를 했고

오늘은 오래전에 연진이가 선물해준 

류시화 시인의 <좋은지 나쁜지 누가아는가>를 정독했다. 

읽는 내내 마음속 안이 지르르했다. 


한 시기를 빠져나가게 도와주는 책이 늘 있었는데 

이번엔 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일고 난 후 

지금이 다시 좋아졌다.  


내가 기꺼이 사랑할 수 있는 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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