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021년 6월 27일 ~ 6월 30일 [군산여행 그리고 돌아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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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너무 권태롭고 지루해서
군산 여행을 떠났다.
6/27
성준이에게 빌린 나의 드로잉 아이들란드.
군산 여행 내내 좋은 동행이 되었다.
기차 여행이 주는 기분 좋은 쓸쓸함이 좋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얼른 사진 찍고 나왔다.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월요일에 다시 방문해야지.
점점 사람들이 많은 공간을 잘 견디지 못하게 된다.
8월의 크리스마스 스쿠터씬이 떠오르는 도로.
군산에서 가장 좋았던 마이 페이보릿.
입구에서부터 붙어 있는 꼬마 배달부 키키 포스터가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소장하고 싶어서 포스터 두 장을 샀는데 결국 친구들에게 모두 선물했다.
은근 무심한 성격이라 누군가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는 일이 극히 드문데
요즘엔 내가 가진 것을 누군가가 원하거나 나보다 더 필요할 것 같으면 그냥 주고 싶다.
언제 어디서나 맛있는
명랑 핫도그 단짠단짠.
반가운 별이 다섯 개 장수 돌침대 아저씨.
홍길동 윤슬이 공주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중간에 잠깐 군산에 들려
함께 수다도 떨고 저녁도 먹었다.
늘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윤슬. 그녀의 도전기를 듣는 게 아주 생소한 감정을 느꼈다.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있는 사람들이 가장 신기하다. 어떻게 하고 싶은 게 있을까?
가장 신기한 건 이렇게 변한 나의 마음.
나도 분명 적극적이고, 하고 싶은 게 많은 열정적인 사람이었는데.
어쨌든 윤슬을 만나고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6/28
군산과자조합. 참고로 나는 과자 귀신이다.
사람 없는 월요일의 (문 닫은) 초원 사진관.
어제보다 훨씬 좋았다.
2일 내내 5-6시간 죽치고 앉아 있었던 붕어빵(?) 파는 동네 카페.
검색해서 잘 안 나오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 카페였는데
이곳이 가장 편하고 마음에 들었다.
자리에 앉아 이동진 평론가의 원터풀라이프 영화 해설도 듣고
마음에 있는 답답함 들을 수첩에 적어 보기도 하고
친구에게 빌린 책도 읽어 보았다.
아이슬란드에 가면 어떤 기분일까?
아무것도 없어서 오히려 매력적인 곳에
나처럼 심심한 사람이 가면 정말이지 아무런 사건 사고도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다.
위에 글을 쓰니, 나 정말 요즘에 나에 대해서
자신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갑자기 예전 일기장을 들춰봤고
파리에 있는 민영이가 그리워졌다.
민영이와 다음날 보이스톡 할 시간을 정했다.
체코와 파리에서 민영이와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려보면 아직도 꿈같다.
그때 우린 꿈속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유명한 곳에서 짜장면을 먹고 고미숙 선생님 철학 강연을 들으면서
호수 공원까지 왕복 3시간을 걸었다.
내가 너무나 싫을 때, 시간이 너무나 더디게 흘러갈 때
아주아주 오래 걷는다.
오래 걸으면 잠시나마 나에 대해서 잊을 수 있다.
걷고 또 걸으면 내 안에 있는 기복들이 조금은 평평해진다.
6/29
군산에서 가장 유명한 빵집에서
도리야키 같은 빵을 아침으로 먹었다.
책 큐레이팅이 훌륭했다.
붕어빵 파는 카페에 또 나와 라뗴를 마셨다.
여러가지 생각을 적고
가게 밖을 나와 산책하다가
아이슬란드 책을 완독했다.
그리고 군산역 앞에서 새우깡과 맥주 한 캔을 사서
군산에서 산 책을 읽었다.
호주 떄나 필리핀 때나 체코에서나 한국에서나
나는 너무 비슷하게 시간을 보내는구나.
밥을 먹고, 책을 읽고, 팟케스트를 들으며 아주 오랫동안 걷고
공원에 눕고, 그러나 가끔 그리운 사람이 생기면 불쑥 안부 인사를 묻고.
다른 사람들은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려나?
누군가는 혼자 있는 시간이 가장 좋다고 하던데
나는 아니다.
좋아하고 편안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그런데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편안한 사람들은 너무나 소수여서 혼자 있는 것을 자주 택하곤 한다.
목포로 돌아가는 기차 시간이 임박했을 때 민영이로부터 보이스톡이 왔다.
민영이에게 니가 너무 생각나고 그리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파리에 너무 가고 싶었다. 파리를 싫어하지만 민영이와 함께하는 파리는 다를 테니까.
민영이가 막내동생 일기장을 찍어서 보내줬다.
"나는 나의 자체가 행운이다. 왜냐하면 내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이 가득하다"
너무 예쁜 마음이지 않냐며,
보내온 일기장.
문장이 마음에 스며들었다.
집에 돌아와 군산에서 산 것들을 하나하나 사진으로 남겨보았다.
6/30
군산에서 몸에 안 좋은 것을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레몬수를 만들어 하루 종일 마셨다.
동엽이와 하토리 키친에 갔다.
옆자리에 꿔바로우 맛을 궁금해하시는 아저씨가 계시길래
동엽이가 하나 권했는데, 그 마음에 감동해서 우리 술값을 다 내주셨다 !!!
옴마. 이게 웬일이야 진짜.
여튼 우리는 기분이 째져서 발 박수를 치면서 거리를 활보했다.
돈 굳었으니까 베스킨 라빈스 사라고 협박(?) 해서 얻어먹은 아수크림 ㅎㅎㅎ
이날 정말 기분 째졌고 하루의 스트레스가 다 날아갔다.
성격이 잘 맞는 친구가 있다는 건 진짜 진짜 좋은 일.
매일매일 지루하게 느껴져도 하루에 한 개씩 꼭 좋은 일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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