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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Journey of daily life

2022 2022년 2월 16일 ~ 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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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 16


한 시간 정도 상하체 근력 운동을 하고, 스트레칭으로 마무리.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거 그렇게 싫어했는데...

이렇게 추운 날씨에는 오히려 실내 체육 환영이다. 


요즘에 나에게 온 시기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찰하고 있다.

이런 시기를 거치지 않았다면 필시 내가 하지 않았던 행동들.

바라보고 있지 않던 방향으로 고개를 쌀짝 틀어보는 것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 끊임없이 저항하며 살아왔다면, 

이번엔 세상의 흐름에 저항하지 않고 이리 휘 ~ 저리 휘 ~ 휩쓸리며 

그 파동을 관찰하는 느낌이랄까.  


인생 드라마 수박에서 이런 명대사가 나온다. 



우리들이 먹었던 주먹밥은 

이 세상에서 가장 맛이 있었고


먹을 만큼 실컷 먹고 

깊은 잠에 빠졌다. 


만약에 우주인이 이 밤 우리들을 봤다면 

살아있는 행복이 어떤 건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있는 행복함을 볼 수 있는 것은 

거기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뿐일지도 몰라요.


행복감에 빠져있는 본인은 반드시

행복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갑자기 대사를 써보니 내 재능 하나가 떠올랐다. 

사람들이 당시에는 알아채지 못하는 "지나고 보니 좋았네 ~" 하는 

평생 갈 인생의 추억이 만들어지고 있는 그 현장에서 

그게 평생 갈 추억이 될 것이란 걸 알아채는 특기가 있다. 


"얘들아 봐봐라. 이거 진짜 평생 갈 기억이 된다. 우린 그 추억의 현장에 있다."


그러면 돌아오는 반응은 이러하다.


"에이 ~ 또 이런 상황 만들면 되지 ~ !"


그러면 아주 단호하게 말하곤 했다.


"아니 ! 이 추억은 이번밖에 없어. 우리 모두 다 바뀌고 세상도 바뀌고 마음도 바뀌어버려.

오늘같이 한마음으로 합심해서 기쁘고 즐거운 날은 딱 오늘 하루뿐이야!"


뭘 그리 비장하게 말하고 다녔을까 싶지만, 

그렇게 말하고 늘, 한 톨의 후회도 없을 만큼 그 추억을 현장에서 흠뻑 느끼곤 했다. 


모두들 알 수 없다는 알쏭달쏭한 표정을 짓다가 

다시 웃고 말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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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나는 우주인이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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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지방을 줄이고 상체 근력을 늘려야 한다.
그 외에, 건강검진 모두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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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존재한다는 것 자체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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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하루.
이미 나 자체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을 때 아무 근거 없이 천국이 찾아왔고,
나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여기며 주변주를 곁눈질할 때 지옥이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새벽 4시까지 잠들지 못했다. 그 밤이 참 괴로웠다. 

시시각각 변하는 충동에 휩쓸리지 않고 
오래 남고 확실히 지탱해 주는 것을 얻기 위해 정진 또 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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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고 헤맬 때, 결정적인 순간 한수희 작가님의 글이 

지도가 되어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제도 그러한 날이었다.


나조차도 설명할 수 없는 추상적인 마음에 더 정확한 단어로 이름 붙여주는 게 

프로페셔널 작가의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



그렇게나 찾아 헤매던 것은 이미 내 안에 있다는 것. 

그것도 아주 넉넉히, 충분히



02 /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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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의 제안으로 비건 페스타에 놀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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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치는 순간에 영감을 받아 만든 컵이라고 하셨다.

미술관에 전시된 예술 작품 보듯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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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와 은혜가 집에서 용기들을 가져와 

일회용품 대신 락앤락에 밥과 비건 치킨을 테이크아웃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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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 이것 봐 진짜 귀엽지?"


지수는 귀여운 것을 찾는 기가 막힌 재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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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와 은혜가 이런저런 이벤트에 참여하고,

야무지게 사은품 받아오는 것을 구경했다. 


얘네들에게 행복은 개념에만 존재하는 뭉게구름 같은 것이 아니라

아주 사소하지만 구체적이고 행동적이다. 


행복의 모양이 구체적으로 보이는 사람. 정말 정말 보기 드물다. 

자신에게 갇혀 같은 원을 윙윙 돈다기 보다 

늘 조금씩 그 원에서 빗겨 나가고 

만날 때마다 늘 새롭게 태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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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보리색 주택 단지를 걷는 게 참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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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의 이름이 근사해서 찾아간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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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 사랑방 같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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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과 아주 잘 어울리는, 독일 철학가 같은 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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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고 좋은 세상에 초대해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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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화 다훈 결혼식 가는 날.

이날을 위해 목포에 내려가지 않고 

꽤 오래 과천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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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와 함께 떠나는 망월사역 결혼식 여행 ! (무려 왕복 3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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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와 결혼식장을 가는 구간에서 다소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버렸고,

기껏 망월사역까지 갔는데, 노지가 밥두 못 먹고 인사도 못하고 다시 집으로 갔다. ㅠㅠ...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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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화 다훈의 결혼식을 보고 있자니,

셋이 체코, 파리에서 만났던 일도 생각나고

두 사람이 함께 했던 시간도 생각나고 

정말이지 산다는 건 신기하다 신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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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이 끝나고 소영과 카페에서 밀린 수다를 떨었다. 

그러고 보니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소영이는 

내가 없어질 때까지 오래도록 서서 인사를 해주는 것 같네.


나를 아껴주는 친구들 대부분 그리고 나 역시 그래주는 것 같다. 

휙 하며 금방 돌아서지 않고 계속 손을 흔드는 건

어쩌면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아주 먼 미래의 마중이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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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후회하는 일이 있냐고 물어오면

없다고, 정말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 당시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회피하지 않고 그 어떤 추한 꼴도 상처도 그 당시에 직시하려고 한다.

기어이 바닥을 확인하고야 마는 것은 나에게 중요하다. 

그 바닥을 보며 깊게 한숨을 내쉬고 체념을 하는 것

한 톨의 미련 없이 손을 놓게 되는 것.

그것은 나에게 정말로 중요하다.


그 뒤엔 절대로 그 길로 다시 들어서지 않기 때문이다. 

딱 한 번만 아프고, 딱 한 번만 힘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그 체념들 속에서 매번 다시 태어나고 싶다.

아니, 매일 다시 태어나고 싶다. 


송미야, 

중요한 건, 애초에 맞는 번지수를 찾는 거야.



02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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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목포까지 무궁화 호를 타고 무려 6시간.

기차역에서 우연히 친구 한 명을 만났고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그 앨 끌어안았다.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너와는 늘 연결되어 있지"


무심코 그 말을 꺼냈는데 그 아이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 뚝. 떨어졌다. 


우리에게 시간이 별로 없었다. 딱 일분 밖에 시간이 없었다.  

그 아이를 일 분 만에 위로할 수가 없어서 

기차에서 완독했던 책 한 권을 안겨줬다.  



○●



용기를 내어보자면, 

요즘 위로와 온기가 많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우연히 저를 마주치게 된다면 약간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라봐 주세요. 



02 / 21



어제 쓴 일기를 읽으니 약간 오글거린다. 그래도 지우진 않을란다.

이성적인 상태에서 암만 생각해 봐도 나 진짜 위로가 많이 필요한 시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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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동우 씨와 유달산 둘레길 등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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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우씨가 "우와 ! 사슴이다 !" 하길래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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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많이 유달산 주변을 걸었지만

이날 등산했던 길은 처음 가보는 길이었다. 


익숙해서 다 안다고 생각했던 길에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길이 있었구나.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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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의 에너지를 빌려 씩씩하게 걸어간다. 


한 시간 반쯤 등산을 하고 집에 가서 뻗어버렸다. 

집에서 한참 잠을 자고 일어나 작업실에 갔다.

몸을 일으키는데 너무 큰 에너지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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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통에 쌀부터 앉히고 늘 하던 루틴을 느즈막이 시작했다. 

갓 지은 쌀밥이 참 맛있었다. 밥을 먹으니 힘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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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집에 들어가 봉준호 감독의 마스터 클래스를 시청했다. 

봉준호 감독님도 시나리오 쓰는 첫날엔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어마어마해 디스크를 부숴버리고 싶다고 한다. 

위로받았다. (남의 고통에 위로받는 못된 심보) 


이 영상과 이경미 감독님 에세이 '잘 돼가? 무엇이든?'을 번갈아 보았다.

다들 죽을 둥 살 둥 온 에너지를 다 끌어모아 영화를 만들고 있구나. 

삶이 위태로워질 만큼. 삶을 다 놓쳐버릴까 봐 겁날 만큼.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하면서 다들 영화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걸까?


그 이유를 모를 것 같기도 하고, 알 것 같기도 하다. 



02 / 22 



요즘 홈페이지에 기록을 남길 때 그 전날의 일기를 제 3자의 눈으로 지켜보게 된다. 

왠지 해야 할 일을 하기보다, 이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핑곗거리만 수집하고 다니는 느낌. 

자꾸 이런 태도로만 나아간다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까? 


아침에 일어나 아영과 1시간 15분 정도 유달산 등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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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하고 내려오니, 

유달산 등산로 초입 공원에서 동우 씨가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고 있었다. 


신기해서 한 장 촬영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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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길, 

코롬빵에서 츄러스랑 설산 같은 빵 하나를 사서 나눠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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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다시 코옹코옹에 와서 친구의 부탁으로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다. 

솔직히 방송국 사람들의 태도에 불만이 있었다. 

이 일을 업으로 삼았던 터라 촬영 스탭들의 표정, 말투, 인터뷰를 끌어가는 방식과 태도가 무언어적으로 다 느껴진다. 

늘 갑작스럽게 무언가를 요구하면서 심지어 어떤 보상도 주지 않으면서 

뭔가를 맡긴 양 권위적인 표정과 말투로 서툴게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1차 인터뷰를 마친 후, 예고 없는 2차 인터뷰 요청에 

인터뷰이 중 유일하게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저 개인 인터뷰는 안 할게요" 


친구들과 스탭들이 다 있는 곳에서 그 말을 했는데 사람들의 눈이 똥그래졌다.

그 몇 초간의 정적. 이제는 너무나 익숙하다. 

어쩔 수 없다. 신뢰 가지 않는 사람에게 내 목소리와 말을 줄 수 없다. 

 

다시 한번, 내 성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느낀다. 이럴 때마다 느낀다. 

사람들의 똥그래진 눈은 일주일 전에도 느꼈다. 


지하철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큰 소리로 핸드폰 게임(?) 같은 걸 하고 있었는데 

그 안에 있는 모두가 짜증 섞인 표정으로 할아버지를 흘겨보았지만 그 누구도 시끄럽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망설임 없이 할아버지에게 "너무 시끄러워요" 라며 팩트 그대로를 전달했다. 

할아버지는 소리를 멈췄고, 사람들의 눈은 똥그래졌다. (왜 똥그래지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할아버지도 자신이 소음을 내고 있었는지 미처 모를 수도 있고 

그만해달라고 하면 더 이상 서로 스트레스 받는 일도 없을 텐데

사실을 말하지 않고 참는다는 핑계로 당사자를 흘겨만 보면, 

할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실제보다 더 커지고, 

당사자도 이유를 모르고 계속 미움을 받을 텐데.


불편할 때마다 울그락 불그락 화를 내는 것도 싫지만, '참는다.' 라는 말도 싫다. 

앞으로도 누군가가 나에게 피해를 끼친다면 그만해달라고, 혹은 동참하기 싫다고 사실 그대로를 말할 생각이고,

반대로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었다면 상대방이 참지 않고 

이런저런 것은 배려해 달라고 나에게 요구를 해줬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불필요한 증오와 망상을 키우지 않고

상식 수준에서 끝날 일들이 정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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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편의점에서 키트를 2개 예약하고, 

구매하자마자 바로 테스트를 해보았는데 다행히 음성이 나왔다. 


그런데 자꾸만 목이 칼칼해서 걱정이 된다. 

3일 뒤에 또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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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는데 저절로 응원하는 마음이 생긴다. 

내가 얘 부모님이었으면, 뒤통수를 엄청 여러 번 쓰다듬어주고 싶었을 것이다. 


넌 잘 될겨. 잘 할겨 !

그럴 수밖에 읎으 ~ 

(말이 씨가 되니 여기다 씨 뿌리는 중 ~) 



02 / 23 ~ 25 



지금 이 일기를 쓰고 있는 시점은 2022년 2월 26일 아침 7시 22분.

그동안 3일 치의 일기를 남기지 못했다. 그만큼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 


목구멍이 따갑고, 마른 기침도 하는 것 같고 바깥 활동을 하면 체력이 금방 방전이 되었다.

열은 그닥 나진 않는다. 활동량이 눈이 띄게 줄었다. 


높은 확률로 오미크론 증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자가 키트를 하루 간격으로 해봤는데 할 때마다 음성이 나왔다. 


목포에서 같은 공간을 쓰고 있는 2명이 격리 중이고 한 명은 증세가 심각해져 입원 중이다.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사람들과 함께 밥을 나눠 먹는 것도 왠지 꺼려지고

누군가 마스크 없이 침을 튀겨가며 이야기를 하면 눈살이 찌푸려지곤 했다. 


그동안 서울이 가장 위험 지역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번에 목포에 방문했을 땐 여기야말로 피부로 느껴지게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집의 온도도 들쑥날쑥 했다. 너무 춥거나 너무 따뜻하거나. 감기에 걸리기 쉬운 환경이었다.


24일 새벽에는 몸이 힘들어서 하루 종일 밤잠을 설쳤다. 

이러다가 혹시나 양성이 뜨면 주방, 화장실을 같이 써야 하는 하우스 메이트들에게 너무 미안해질 것 같았고 

방에 꼼짝없이 고립이 될 것 같아서 빨리 목포를 떠나는 게 가장 현명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포를 떠나기 약 2시간 전 자가 키트를 해보았고 음성이 떴다. 체온은 36.1도. 

가장 첫 번째 새벽 기차를 끊고 다시 과천으로 돌아왔다. 


과천으로 돌아와 엄마가 사다 주신 약도 먹고, 밥도 먹고 과자도 까먹으면서 계속 방 안에 누워만 있었다. 

거의 3일간 계속 누워만 있었던 것 같다.


누워서 책과 영화만 봤다. 끝까지 보는데 성공한 영화는 5편 정도 되는 듯 하다. 

칠드런 오브 맨, 존말코비치되기, 러브, 로지, 레인오버미, 디아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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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았던 건 레인오버미.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좋고... 배우들의 연기도 모두 좋고 (특히 아담 샌들러 정극 연기 사랑해요)

이 영화 만든 사람은 진짜 마음이 따듯한 사람일거야. 정말루.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위로를 받고, 새 마음을 다짐했을까?  


좋은 영화는 우리도 상상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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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몸 컨디션이 이전만큼 회복되진 않았지만 

이렇게 홈페이지에 글을 적는 걸 보니 정신력은 돌아온 것 같다. 


부모님께 너무 너무 감사하다. 특히 엄마. (아빠도 ㅎㅎ)  

간호해 주신 것 잊지 말아야지. 정말로.



02 / 26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아로 자가 키트 3번째 검사를 해봤고 양성 떴따.

으이구. 이럴 줄 알았다. 어쩐지 몸이 그렇게 안 좋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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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보건소로 pcr 검사받으러 갔다. 

친구들이 뇌 끝까지 찌른다고 하길래 약간 겁먹었는데 약간 시큰거리는 정도였다. (에게...?) 


나랑 접촉했던 친구들에게 전부 연락을 돌렸다. 

그동안 접촉한 사람이 몇 명 되지 않아 천만다행이고 

양성 뜨기 전에 과천으로 바로 온 것도 정말 잘한 것 같다. 


그동안 컨디션이 좋지 않았을 때도 '내 몸이 왜 이러지?' 하며 

참고 운동하고 꾸역꾸역 일하려고 했던 나 스스로가 좀 미련하게 느껴졌다.

인간아 그건 게으르고 나태한 게 아니라 몸이 아픈 거란다 ㅠㅠ


이왕 이렇게 일주일 쭉 쉬는 김에 진짜 베짱이처럼 지낼거다.

영화 왕창 보고 왕창 누워있어야지. (이왕이면 지하 땅꿀까지 파는 울적하고 어둡고 슬픈 영화들) 

나는 좀 그럴 필요가 있다. 



○●



몸이 안 좋아지면 본래 성격 나온다.

아 김송미 꽤나 성격 드릅다. ^^ 이번에 또 느꼈다. 

자가격리 끝나면 운동 더 열심히 하고, 건강관리 잘할 거다. 

그리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사람들 중에 이세연씨한테 제일 잘할 거다. (한입으로 두말하기 없기?) 



02 / 27 



잘 먹고 잘 쉬는 덕분에 몸이 잘 회복되고 있다. 


성실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나의 능력이 가장 알맞게 쓰일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건강한 노동을 하고 싶다. 


요즘 바라는 것은 그것뿐이다. 



02 / 28 



어제 조승연의 탐구생활이라는 유투브와 

넷플릭스, 왓챠 영화를 엄청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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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고 싶은 쪽과 질서를 유지하려는 쪽의 마음. 

사람들로부터 환영받는 예술가들은 한 시대의 통념이나 고정관념을 뒤집는 혁명적인 변화로 고정되어 있던 질서를 무너트리고 

기성세대나 혁명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무너트린 질서의 혼란을 끊임없이 정돈하려고 한다. 

이 반복이 한 시대를 구축해가는 에너지의 원리가 아닐까.


인생의 원리도 이와 어단가 닮아있다. 

자신을 뼈째 집어삼켜버릴 것 같은 무기력과 무료함을 전복시켜버리려는 히스테리컬한 젊은이와  

그 혁명이 기어코 일상을 쑥대 밭으로 만들어 놓으면, "이렇게 만은 살 수 없어 ! 모두 그렇게 살잖아?"를 외치며 

쑥대 밭을 다시 무료한 일상의 밭으로 만들기 시작하는 불안한 노인.  


히스테리컬한 혁명가와 불안한 노인 둘 다 한 마음 안에 존재한다. 

그 두 명이 자신의 자리를 빼앗겼다, 빼앗았다. 힘을 잃었다. 얻었다는 반복하며 

우리는 한 번의 삶 안에서도 몇백 번 몇천 번을 다시 태어나고 다시 산다. 


요즘, 마치 캐스트 어웨이의 마지막 장면 속 갈렛길 처럼 변화와 질서 두 개의 길 앞에서 몇 달간 망설이고 있는 상태이다. 

예전의 나였다면 무엇이든 빨리 결정해서 즉각 삶으로 실행해 본다는 마음이었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우두커니 서서 더 고민하고 싶다. 


갈렛길 앞에 서 있으면, 많은 사람들을 마주치게 된다. 

누구보다 혁명적이었던 친구가 자연스레 노인의 길을 선택히 택해 이미 저 멀리 가고 있는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한편 갈림길은 애초에 없었다는 듯 혁명의 길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소수의 친구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


다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토끼처럼 시계를 들고 허둥지둥 뛰어다니듯 

섣불리 전공을 택할 때, 섣불리 너무 여러 군데의 회사에 이력서를 돌릴 때.

그때도 이렇게 우두커니 서 있던 시간이 있었다. 


사실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멍하게 서 있는 내가 그리 불안하지만은 않다. 

때가 되면 가장 납득할 만한 방향으로 움직일 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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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본 영화는 리플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년, 화양연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총 4편. 

가장 재미있었던 건 리플리.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고 싶은 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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