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023년 2월 1일 ~ 2월 15일
본문
2/1
어젠 약간 지각했지만 수영을 다녀왔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바나나와 카스테라를 샀다.
토요일에 위, 장 내시경이 있어서 삼일 전부터 부드러운 음식들만 먹어야 한다.
아니... 계란 후라이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어...!?
오늘은 연진이도 작업실에 합류.
이것저것 영양소 풍부하게 차려서 아침을 해줬다.
오늘부터 독서 챌린지 모임에 들어갔다.
매일매일 책을 읽고 인증 사진을 보내면 된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조승연 작가의 시크하다.
이기적이어서 행복한 프랑스 소확행 인문학 에세이.
어제는 한국과 정말 다른 프랑스의 결혼 문화에 대해 읽었다.
한국 청년들이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결혼을 못 한다고 말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며 "결혼이랑 돈이랑 무슨 관계지?" 라고 묻는다는 그들.
결혼이 가족과 가족의 결합이 아닌
개인과 개인의 결합이라고 생각하는 그들.
내 가치관엔 이쪽이 훨씬 더 잘 맞다.
오전 일을 끝내고 대공원 한 바퀴를 돌았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붕어빵 사줬다.ㅎㅎㅎ
엄마, 아빠 것도 포장.
이것은 우리의 저녁식사.
연진이가 나랑 똑같이 먹겠다고 했다.
배고파서 계란찜도 추가... (사실 카스테라도 조금...)
저녁에 너무 배고파서 ㅋㅋㅋ 먹방을 보며 침을 흘렸다지....
한국에 쩝쩝박사들 상줘야해 진짜.
저렇게 행복해 하며 먹는데, 저 사람은 찐 행복한 사람이여 아니여.
근데 연진이 표정 왜 이렇게 아련하냐
붕어빵 먹을 때랑 너무 다른 거 아녀?
○●
하나씩 하나씩 조급하지 않게 !
2/2
아침에 대공원 한반퀴 반 정도를 달렸다.
쿨쿨 자고 있는 연진이도 새벽에 깨워서 ㅎㅎ
점심으로 흰죽과
고등어조림을 물에 씻어서 먹었다. (토요일에 내시경)
-------------
집에서 사우나도 하고
점심도 먹으니까 너무 노곤노곤해져서 밖으로 나갔다.
헤헤 밖으로 나가기 정말 잘했네 ~
밖으로 나온 덕분에 8시까지는 작업을 할 수 있었다.
○●
삶의 리듬감 놓치지 말기 !
송미 달팽이야 네 길만 보렴.
2/3
수영을 다녀왔다.
그리고 오늘 아침 점심은 흰죽 !
(이었으나 점심을 어쩌다 못 먹어서 저게 마지막 식사였다.)
2시쯤 홍대미래치과에 다서 스케일링을 받고 왔다.
다행히 충치는 없었고,
습관적으로 턱 근육으로 앙 다무는 습관이 있어서
치아에 금이 가고 있으니 꼭 턱에 보톡스를 맞으라는 권유를 받았다.
집에 돌아오니 시간이 많이 흘러있었고
평소보다 빠듯하게 원고 하나를 넘겼다 ~ 휴
드디어 두근두근 드디어
대장 내시경 전에 관장(?) 하는 약
오라팡을 14알 먹었다.
맹물이 이렇게 또 역하긴 처음.
화장실을 약 8번 정도 다녀와서 깨끗하게 세척 완료 !
약간 얼굴이 창백해지고
팔다리가 시려웠다.
2/4
새벽 5시에 잠에서 깨
남은 오라팡 14알을 다시 먹고
도저히 맹물을 못 먹을 것 같아서 (역해서)
새벽에 편의점까지 가서 포카리를 사왔다.
솔직히 내시경하는 것보다
3일간 가려먹고 오라팡 먹는 과정이 더 힘들었다.
자궁경부암 검사, 일반검사, 내시경검사
모두 모두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덜 고통스럽고 간단하게 끝났다.
(다음번에는 겁내지 않고 잘 받을 수 있을 듯!)
본죽에서 삼계닭죽 (?) 을 사 왔다.
어젯밤부터 배가 너무 고파서
먹을걸 이것저것 사 왔는데
생각보다 입맛이 없어서 잘 먹질 못했다.
저녁에 호연씨를 만났다 ㅎㅎㅎㅎ
지금 저 사진은 내가 호연씨를 토라지게 만들어서
서운함에 팔꿈치로 찌른 것 ㅎㅎㅎㅎ
내가 제일 무서와 하는
날카로운 팔꿈치 공격과 바늘 수염 공격 ㅋㅋㅋㅋ
여자친구 영상 왜 안 보냐며 타박하고
낯설게하기 일부로 보게 하다가 약간 자존심 상해서 끄라고 했다.
맞다.
울 호연씨는 나에게 억울한 상황이 올 때 나타나는 증상이 있다.
"헉.... 송 !!!! 송미씨 !!!"
갑자기 심장이 쿵 반응하고
과호흡이 오기 시작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 아니 !!! 헉....헉....송미씨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헉헉 !!!"
"200줄 차지!"
하도 그래서 억울해하는 시동 (헉헉... 과호흡) 걸 때마다
내가 심장 마사지를 해줌.
다행히 잘 화해 (?) 하고
호연씨가 자전거에 바람 넣어줬다.
그리고 관문체육공원 쪽으로 룰루랄라 자전거 탔음 (평균연령 35.5세)
청춘영화 부럽지 않네 ^_^ ㅋ ㅑ ....☆
우연히 집으로 가는 대공원 샛길 발견해서
집에 무사히 도착 !
우당탕탕 송미 호연 커플의 토요일 끄읏
2/5
여러번 평범함에 대한 찬사를 했지만,
그것 또한 과했던 걸까?
이제는 조금 더 나만이 할 수 있는 어떤 감촉을 느끼고 파.
2023년 목표는 역시 내 커리어와 수입의 안정.
사회적 기능을 왕성하게 하는 것.
단, 거기에 전제 조건이 붙는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면서.
이 전제 조건이 그동안 내가 인내하고 노력하며 지내온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해 줄 것이다.
커리어로 다시 눈을 돌릴 수 있게 된 것도
다시 나의 특별함을 찾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것도
내 생활이나 주변이 이전보다 훨씬 더 안정화되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사람은 늘 결핍된 것을 쫓기 마련이잖아.
나를 안전하게 지탱해 주고 있는 많은 사랑들에 감사합니다.
이제 겁 안 내고 성큼성큼 걸어갈게요.
알죠? 마음먹고 하면 또 끝까지 합니다. 크하하.
2/6
크흠...
만약 한국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만큼 연애 욕구를
자유롭고, 만족스럽게 충족시켜왔다면
나라가 어떻게 변했을까? (진심 궁금)
점심에 스테이크 구워 먹었는데
먹고 나서 급속도로 컨디션 저하.
이번 씨네플레이 제임스 카메론 감독에 대해 만들고 있는데
엄청난 동기부여가 되고 있음.
다시 한번 찾아보게 되는 라라랜드 명대사.
열쩡 ! 열쩡 ! 열쩡 !
저녁엔 그 유명한 연세우유크림빵을 먹어보았다.
진짜 크림이 한가득.
비싼 만큼 맛남.
저녁엔 수영을 다녀왔다.
차가운 머리칼을 휘날리며 자전거를 타는 기분 ~
○●
호연씨에게 매일 감사한 것 3가지씩 말하자고 제안했다 !
2/7
새 책을 빌렸다.
그리고 이제 과천에도 소금빵이 팔지롱.
조금 흥분한 채로 소금빵을 사서 가게 앞에서 우걱우걱 먹어보았다.
보통 소금빵에서 약간의 파슬리와 양파맛이 나는 소금빵.
집에 돌아와보니 카드를 놓고 왔네 ㅎㅎㅎ
다시 30분 정도 자전거를 타고 빵집에 다녀왔다.
운동도 되고 좋지 뭐 .... (라며 정신승리)
이번 제임스 카메론 감독 영상, 재미있다고 생각하면서 편집해서 그런가
오타 빼고 한방에 통과했다.
역시 재미있게 해야 해.
저녁 약속이 있어서 서울역에 갔다.
석구손에 대한 열정도 조금 식어가는 요즘. (그치만 독보적인 매력!)
호연씨의 절친 보경언니가 5월에 결혼을 해서
밥먹는 자리가 있었는데 솔로갱 모임에 나를 초대해 주셨다.
세심하게 다정한 보경 언니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
모두와 헤어지고 호연씨와 종로거리를 좀 걸었다.
걷다가 약간 허기가 져서 버거킹에 가서 와퍼 주니어를 먹었다.
그리고 또 걸으면서 호연씨와 이런저런 중요한 이야기를 나눴다.
○●
인생은 알쏭달쏭 알 수 없는 것들의 연속.
혼자 작업실에서 일할 때는 내가 물처럼 그렇게 흐릴 수가 없는데
또 밖에 나와 사람들과 섞여 있다 보면 내가 그렇게 선명할 수가 없다.
익숙한 동네의 푸근하고 웃긴 아줌마가 되고 싶기도 하고
영영 낯선 곳을 떠도는 이방인이 되고 싶기도 하다.
둘 다 원해.
2/8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통영으로 출발 !
출발하기 전에 쌀국수도 배도 든든하게 채웠다.
책? ^_^
안 읽었지모 ㅋㅋㅋㅋㅋㅋ
프리미엄 버스 예약해서 거의 누워서 왔다. (너무 잘한 선택!)
중간에 휴게소를 들었다.
화장실에 있는 금산 인삼 모형 (?)
인삼 몸매 좋네.....
통영 버스터미널에서 20분 정도 지역 버스를 타고 내리면
통영 로컬 스티치 건물이 보인다.
아주 세련되고 적절한 외관을 가진 건물이라 생각했다.
옆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묘하게 젊고 세련된 느낌.
1층 카페에서 시작한 오리엔테이션.
노마드랩 지선님께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해주셨고 간단한 자기소개를 했다.
약 8명의 프리워커가 모였다.
들어오자마자 만족스러웠던 방.
그리고 너무 예쁜 코워킹 스페이스
보은님, 민경님, 나연님과
회덮밥을 먹고 짹짹 커피에서 커피 한 잔을 했다.
민경님께서 귀신같이 나의 염세주의를 눈치채시고
다 같이 깔깔깔 웃었다. ㅎㅎㅎ
보은님이 추천해 주신 유자 맥주를 샀다.
(기념품으로 몇 개 더 살까?)
민경님 방도 구경해 보았다.
통영 로컬스티치 공간 정말 예쁘다.
이 예쁜 공간에 사람의 손길과 시간의 축적이 더해진다면
더 좋은 공간이 되겠지~?
좋은 공간에서 잠깐 할 일을 하고
이곳에 큐레이팅 된 짧은 동화책도 한 권 읽어 보았다.
어쩌면 여행을 갈 때 책을 들고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공간을 가면 운영하시는 분들이 고심해서 고른 책들이 큐레이팅 되어있기 때문.
스튜디오 십일월 재정비 잘 해야지 !
올해는 좀 부지런하게 움직여서 재미있는 일 많이 했으면 좋겠다.
보은님이 주신 차
저녁에 참여자분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는데 유익한 시간이었다.
나는 어느 정도의 자유를 누리고 동시에 통제하면서
살고 싶은지 고민하게 되었다.
2/9
아침에 민경씨의 가르침에 따라 요가를 했다.
전주 워케이션, 통영 워케이션 모두 요가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인생에서 배운 첫 번째 두 번째 요가였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누가' 그것을 가르치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장르가 될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은 반드시 일을 해야지 !!!!
했는....데 지선님이 디스코드(이번 모임 때 쓴 앱) 에 올리신 메시지가 딩동 ! 떴다.
약간의 산책과 커피 마실 사람을 찾는 메시지.
망설임 없이 저요 ! 하고 댓글을 달았다.
민경, 지선, 마이클 나까지 총 4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그러다 자연스레 낯설게하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이상하게도 거부감 없이 낯설게하기 정주행 코드를 디스코드에 공유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점심에 굴을 먹으러 갈 사람을 모으는 메시지 !
으으....! 일해야 하는데 그래도 점심은 먹어야 하잖아? 딱히 바쁜 일도 없구...
내 성격상 통영까지 가서 김밥이나 서브웨이를 사 먹을게 분명한데
맛있는 지역 음식을 찾아 먹는 것에 열정적인 사람이 곁에 있을 때 먹어보는거지 !
하며 더 여러명의 사람들과 대풍관이라는 굴전문 식당에 갔다.
맛있게 먹느라 찍은 사진은 이것뿐이었는데
굴찜, 굴 튀짐, 굴 버터구이, 멍게비빔밥 등등 정말 맛있었다.
밥을 먹고 특이한 구조의 건물도 잠시 구경하고
다시 코워킹 스페이스에 돌아갔다.
노트북을 켜고 뭔가 하고 있으니,
재령님께서 꿀빵 하나를 주셨다. (+ 득템 1)
그리고 좀이따
민규님께서 커피 드실래요? 하시며
맛있는 아이스라떼를 사주셨다. ( + 득템2)
아아,,,, 뭐랄까 !!!
혼자 골방 같은 작업실에 갇혀 목말랐던 것이 이런 동료의 다정함이 아니었던가.
분명 어제 다들 개인주의에 사회적 활동 별로 안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
다정한데 겁나 담백하기까지 하네.
유리들은 혹쉬... 유사... 동료...? ㅎㅎㅎ
맞다. 요즘엔 또 우먼스베이스캠프에서 만난 경륜님이 운영하는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
나에게 딱 맞는 알맞는 온도의 모임방...!
하루에 15분 이상 책을 읽어야 해서,
공간에 배치되어 있던 무심한 바다가 좋아서를 읽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책장을 펼쳤는데....
글쎄.... 멈출 수가 없어서 거의 삼분의 일 정도를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과천으로 돌아가면 꼭 이 책의 나머지 부분을 읽어보리.
좋았던 문장 몇 개.
* 희소한 것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보면 할 수 있는 한 함께 즐겨 주고자 한다.
서로가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빠르게 변하고 잊히는 이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를 바라는 마음에.
* 나에게는 그 어떤 지표도, 지리적 지식도 필요가 없었다.
그것이 없어도 가고자 하는 곳은 어떻게든 찾아갔고
때로는 내가 가고자 했던 곳보다 더 매력적인 곳을 찾곤 했으니
사실은 세상에서 제일 정확한 컴버스가 내 마음속에서 동서남북을 외치고 있었다.
* 자신을 제대로 직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설사 그렇게 말한다 한들 나중에 시간이 지나 상대가 나의 행동을 보면서
내 말을이 거짓이었음을 하는 순간만큼 부끄러운 것은 없다.
나에 대한 판단은 상대에게 맡기고, 나는 나대로 살면 되는데 말이다.
저녁시간.
지선님께서 각자 접시에 덜어먹을 수 있게 음식들을 주방에 단정하게 세팅해 놓으셨다.
(꼼꼼하고 단정한 지선님의 센스가 노마드맵 내내 참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서로의 전문분야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각 잡은 느낌도 아니고 너무 자연스럽게 형성된 분위기라 더욱도 좋았다.
누군가는 서서, 누군가는 피자를 먹으며, 누군가는 메모장에 적으며
각자 편안한 자세와 방법으로 인사이트를 주고받았다.
(아니... 이게 한국에서 가능하다고 !?)
한국에서는 이런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되기가 힘들다는 걸
여러 프로젝트를 경험해 보며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들뜬 마음이 되었다.
마이클님이 주신 인사이트를 까먹지 않기 위해 몇 가지를 적어두려고 한다.
1. 실패하는 이유는 모두 다를지 몰라도 원인은 동일하다.
그것은 바로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
- 속이 텅 비어 있는 겉치레
- 만족을 모르고 헛된 것을 쫓는 것
- (고집)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세
- 본인이 늘 옳다고 믿고, 실수를 인정하지 못한다.
- 내적인 가치에 충실하고, 손안에 있는 것에 감사한다
- 욕심을 부리지 않는 담담한 마음
- 현재 상황에 만족할 줄 아는 자세
- 갈대처럼 휘어지는 자세
- 산에서 싸울 때와 바다와 싸울 때는 전략이 다르다.
2. 자신만의 고유 레시피를 찾아내는 과정
3. 한가로운 수영장과 침몰하고 있는 타이타닉.
막약 10개의 고무튜브가 판매 중이라면, 나는 얼마를 지불할 수 있을까?
4. 강한 자가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지키려고 하면 진다.
5.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유일한 공짜는 쥐 덧 안에 있는 치즈뿐이다.
그리고 이건 재령님이 주신 대화 카드.
주체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길을 잃을 때
방향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나침판이 되어 줄 질문들을 모아 놓은 것 같다.
재령님께서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하시고,
만약 그때 누군가가 이런 질문을 던져주었다면 좀 덜 방황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을 담아 만든 카드.
깊게 고민하신 결과물이라 그런지 질문의 퀄리티가 무척 높다고 생각했다.
재령님께서 카드를 설명해 주시는데 사람한테도 빛이 났다. ㅎㅎㅎㅎ (본업하는 모습은 늘 멋있지)
좋은 실패란 것이 이런 것이구나... 자신의 실패의 경험으로 세상을 더욱 지혜롭게 만드는 사람이 있구나
최근 실패가 두려워서 현재에만 머무르려고 했던 나에게 아주 좋은 자극제가 되었다.
그래, 실패 까짓것.
이상하리만치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한 개인주의자들이
이상하리만치 서로에게 소속되고
누구의 눈치도 없이 마음껏 일에 대한 고민을 말할 수 있었던
진지하고 동시에 유머러스하기까지 했던 시간.
허허 이것은 왠지 ㅎㅎㅎㅎ 올려보고 싶은 내 사진 ^_^ (아직도 놓지 못한 관종 기질)
2/10
아니.... 2박 3일이 이렇게 빨리 흘렀다고 !?!?!?
서로 간단한 소감과 인사를 나누고 다같이 점심을 먹으러갔다.
해물뚝배기...
이것 역시 쏘 딜리셔스....
다들 커피 한잔 마시고 바이바이....
보은의 넘 이쁜 카메라.
보은은 거제도 잘 갔으려나...?
덕분에 엄청 많이 웃었는데 ㅎㅎㅎㅎㅎ
조금 더 통영에 머물가 넘어갈까? 하다가 영감도 충분히 꽉 찼고
오히려 과천으로 돌아가서 이 인사이트들을 정리하고
내 업무에 적용해 보는 시간을 갖고 싶어 민경과 마이클님 차를 타고 과천으로 돌아왔다.
(마이클님 감사해유 ㅠㅠ 멋진 어른)
○●
인사이트 (불규칙, 경계 없음, 감성) -> 계획 (이성, 논리, 분석) -> 이행 (루틴, 규칙)
2/11
아무튼 하루키를 읽고 독서 인증
오늘은 호연씨와 노트북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창수린에 가서 팟타이와 솜땀 그린 커리를 먹었다.
호연씨도 맛있어해서 기분이 좋았다.
호연씨가 서점에 가서
내가 생각났다며 사 온 책.
으이구. 기특해 죽겠네.
이 책 보고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 몇 가지 연습해봐야지.
호연씨랑 재령님이 주신 대화 카드도 해보았다.
카드 덕분에 새로운 주제로 대화를 나눠볼 수 있어서 좋았다.
똑같은 모자를 쓰고 나물을 팔던
너무나 귀여운 할매들.
해방촌에 생긴 계단 엘리베이터를 타보았다.
걷는 데이트 재미있네.
중간중간 서점 들러서 구경도 하고 가게들도 보구,
해방촌에서 이태원까지 따릉이릉타고 이동했다.
날씨도 덜 추워지고 먹고 적당히 몸도 쓰고 아주아주 훌륭한 코스였다.
노지가 알려주었던 맥심 카페에서 각자 시간을 보냈다.
두목님 (?) 같은 얼굴을 가진 호연은 사실 귀여운 것을 좋아한다.
최고심 스티어 사서 내 노트북이랑 안경 케이스에 붙여주심 ㅎㅎㅎ
저녁에 맛난 거 먹구 젤라또 먹으면서
이태원에서 숙대입구역까지 다시 걸어돌아왔다.
----------
호연씨와의 데이트는 참 재미있었다.
둘 다 서툴지만 상대방에게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서
그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참 감사하다.
호연씨가 아주 오랜만에 서점을 들른 일.
또 거기서 자신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던 채소 요리 책을 사준 일.
미리 데이트를 계획해 보려고 노력하는 일.
공유 앨범을 만들어준 일.
내 의사를 많이 존중해 주는 일
약속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일.
미리 저녁 식당을 열심히 찾아준 일.
○●
"이제 나도 나이가 드나 봐. 평생 20대의 마음으로 살줄 알았던 나인데
변화는 자연스럽게 찾아오네. 평생 모험하면서 살고 싶은데
그 모험을 끝나고 되돌아올 곳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
2023년에는 되돌아 올 곳에 대한 준비를 하는 한 해로 보내려고 해 !"
호연씨랑 방금 통화를 하다가
2023년 내가 뭘 원하는지 문득 정리가 되었다.
2/12
얼마 전 건강 검진에서 모든 항목이 건강하게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 무기력의 이유가 건강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네.
몸이 건강하다는 것만으로도 다시 뭐든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허나, 많은 다짐을 해도 몸에 쌓인 관성이 있어서
예전만큼 부지런한 상태로 금방 돌아가기가 힘들다.
그래도 희미한 불빛 한줄기가 보인다.
2/13
불을 밝히니 촛불은 두 개가 되고,
세 개가 되고 어둠은 사라져가고 ~
진짜로 그렇네.
어제는 빛한줄기라고 했는데
오늘은 그 빛이 점점 더 커져가는 것 같네.
작가님의 이상형인 하루키 소설에 나올법한 남자의 특징을 서술한 내용이
꽤나 디테일해서 흥미로웠다.
생각해 보면, 자아가 강하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여자들이
대부분 이런 느낌의 남자를 좋아했던 것 같다.
달리기와 같은 개인주의적인 운동을 하고
음악과 책에 대한 취향이 깊고 후루룩 파스타 한 개쯤 만들 줄 아는...
그렇지만 또 자기 자신에 대해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 조용한 남자.
쓰다 보니, 여자들이 원하는 건 어쩜 내 자아를 뒤흔들거나 어떤 다름을 강요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지만
그 사람의 고유한 세계가 있어서 내 흥미가 식지 않고, 언제든 그 세계를 탐험할 수 있고
언제든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게 포인트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오전에는 집에서 작업을 하고
맛있게 배추 참치 쌈을 먹었다.
밥을 먹고 이대로 있으면 좀 퍼질 것 같아서
자전거를 타고 근처 스타벅스에 갔다.
요즘 내 포트폴리오를 새로운 방식으로 리뉴얼하고 있다.
예전에 '정통'을 고집하면서 변화하고 성취하는 사람들에 대해 회의감을 품은 적이 있었다. (질투심이었을까?)
하지만 지금은 내가 지키려고 했던 것이 '정통'이 아니라 '게으름'이라는 것을 깨닫고
과거에 회의적으로 봤던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한 걸음씩 앞으로 가고 있다.
참으로 부끄럽고 감사하다.
내가 쉽게 무언가를 단정하는 순간
거대한 가능성과 세계가 닫혀버린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제 내 안에 사라지지 않은 중심축이 있으니
최대한 많은 것들을 편견 없이 바라봐도 괜찮지 않을까?
날씨가 점점 따듯해지고 있다.
점점 더 활기를 찾아가는 것 같다.
따듯한 마음을 가지고 싶다.
2/14
오랜만에 새벽 달리기 ~
상 ~ 쾌 !
달리기하고 뭔가 ㅎㅎㅎ 급 감기 기운 오는 것 같아서
애플 유자차를 타 마셨다.
언니가 알려준 꿀맛 레시피.
아무튼 하루키에서 웃겼던 대목 ㅎㅎㅎㅎ
천하의 하루키도 마누라 앞에선 별 수 없군.
나에게 잔소리를 듣는 호연의 표정이 떠올랐다.
뭔가 부인 옆이라 유독 순해 보이는 하루키 아저씨.
어제 계약서 쓰러 갔다가
민희 피디님이랑 점심을 먹으러 갔다.
마포 우동 맛집 이요이요에서 명란버터우동과 돈까스를 먹었는데.....
진짜 진짜 진짜 맛있었다.
나랑 왠지 결이 비슷해 보이는 (?)
민희 피디님과 잠깐이지만 수다도 떨고 재미있었다 ㅎㅎㅎ
잘 부탁드립니다 ! ^.~
발렌타인테이라 저녁에 호연과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우리의 첫 밸런타인데이라 좋은 초콜릿을 사주고 싶었다.
고급스러운 포장에 화려한 초콜릿 + 젤리 (호연씨는 젤리를 더 좋아함) 가 섞인
것을 주고 싶었는데 딱 맞는 걸 결국 찾아냈다 ! (돌아다니느라 다리가 너무 아팠음 ㅋㅋㅋ)
너무너무 만족스러웠다.
남자친구 것만 사면 섭하지. 그래도 35년 키운 딸내미인데.
아빠는 이미 언니와 엄마에게 많은 초콜릿을 받았기에
고급 양갱 세트를 포장해왔다!
다음날 아침에 뜯어보니 이렇게 예쁘게 개별 포장되어 있음 !
식물 그림이 그려져 있는 싱그러운 엽서 한 장도 골라서 카드도 썼다.
카드를 사려고 서점에 갔다가 책도 둘러 보았는데,
내가 사려던 책들은 이미 절판되었고
요즘 브랜딩과 트렌트에 관심을 둬야 되겠다 해서 그쪽 책을 읽으니까
본능적으로 막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현기증이 났다 (?)
(온몸으로 거부하는 반응일까 아니면 ㅋㅋㅋ 아까 먹은 커피에 든 카페인 때문일까? 알 수 없다.)
어쨌든 몸이 반응하는 것이 가장 솔직하다고 믿는 나는
세상 사는데 유용해 보이고, 젊어 보이는 책들 구매를 포기하고
제일 좋아하는 블로그 언니, 봉부아님이 책을 냈다고 한 게 기억이 나서
책날개를 보자마자 '어머 이거야!' 하면서 구매해버렸다.
[작가소개]
아무 연고도 없는 봉천동에 제 발로 들어와
이십 년째 살고 있습니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아침
떡볶이집을 찾아 걷는 씩씩한 오후
얼음 잔에 맥주를 마시는 나른한 저녁을 좋아합니다.
뒷산에 올라 새를 보고 앞마을로 내려가 라테를 마시고
집으로 올라와 글을 일고 씨는 삶을 꿈꿉니다.
어쩐지 내가 추구하는 삶의 이상형은 여기에 더 가깝다.
결이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본능적으로 끌리는 쪽.
당장 눈앞에 있는 행복을 콩알 줍듯 그때 그때 줍고 싶다.
아, 그래도 성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발전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들도 책을 노력해서 썼자너.
연남동으로 다시 넘어와서 목표치 만큼의 일을 끝내고
재령님이 주신 대화 카드를 다시 꺼냈다.
아무래도 커리어에 대해 진심이고, 나와 함께 수다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태준이와 하고 싶어서 사람들 몇 명을 모으자고 제안을 했다.
퇴근후에 연남동 플랜트가서 밥을 먹었다.
(개인적으로 이태원점이 더 좋음. 메뉴가 다름)
양 볼 가득 음식을 먹는 호연의 모습이
식량을 비축하는 햄스터 같아 보였다.
아무래도 조만간 이 테스트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아 맞다 ! 바빌론도 봤는데....
내 취향은 아니었어...
근데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했네. 에효.
(보기 전에 영화 추천 하지 말자. 본 것만 하자)
어제 한거 진짜 많네 ㅎㅎㅎㅎㅎ 어후... 기 빨려.
마지막으로
귀여운 호연으로 마무리 ^_^ 진짜 나만 귀엽냐? (응)
2/15
아무튼 하루키를 깔끔하게 다 읽고 (좋은 책이었다)
책 2권을 빌려웠다.
통영에서 읽고 반했던 무심한 바다가 좋아서와
호연씨와 올여름엔 여행 가고 싶어서 빌린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어제 산 봉부아 작가님 책 시작도 못했는데...
하여튼 책 욕심 ! ㅎㅎㅎ
그래도 오랜만에 책이 다시 재미있게 읽혀서 너무 좋다.
갑자기 짜장 범벅 먹고 싶어서 냠냠.
짜파게티와 짜장 범벅은 다른 거 알죠?
이게 양도 적당하고 꾸덕꾸덕해 ~
저녁엔 우리 연진이 시집가기 전에
목포 등대 게스트하우스 옥탑방 멤버들 모임을 했다.
새색쉬 ~ 화장하니까 이쁘네 ^^ ~ ㅎㅎㅎㅎㅎ
나 생각나서 사 왔다던 시집과 작가님께 싸인도 받아온 연진.
어우 너 뭐야 ~ 왜 이렇게 다정해 지짜 ~
어제 민지가 추천해 준
을지로 '지금 여기가 맨 앞'
분위기 온도 습도... 추천
음식도 정말 맛있었는데 특히
라구 떡볶이와 바질크림리조또가 내 입맛에 정말 잘 맛았다.
(한 입 먹고 미간 찌푸려지는 맛)
동창생들의 모임처럼 얼큰한 얼굴과 들뜬 분위기로
와하하하 하며 골목에 보이는 이름 모를 바에 무작정 들어갔다.
그동안 떨어져 있었던 시간이 무색할 만큼 우리는 서로의 마음속
가장 깊숙한 곳을 단숨에 다녀갔다.
내가 너무 예민한 사람이 아닐까.
나는 왜 이렇게 사교적이지 못할까.
펄떡펄떡 살아있는 싱싱한 활어처럼
눈을 반짝이면서 말해본 게 언제였지.
왜 이렇게 시간이 따분하게 흘러갈까.
얼마 전 2박 3일의 통영 워케이션과 오늘 목포 친구들 과의 만남이
연쇄 작용처럼 순식간에 나를, 내가 좋아하는 나로 돌려놓았다.
'그래, 이거지!' 하는 한 치의 오차 없는 그 느낌.
숫자로 생략되어 버리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던 진아님은
다시금 힘주어 우리 모두는 결국 죽음 앞에서 속수무책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결코 타협해서도 물러서도 잊어버려서도 안되는 유일한 가치를
그 시간 속에 묵직하게 새겨 주셨다.
'사랑'
진아님은 때때로 이름을 점점 잃어가던 치히로에게
다시 이름을 상기시켜주던 하쿠 같다.
송미, 예전에는 너 스스로를 굳이 증명해 낼 필요가 없었는데도
너를 증명하는데 힘들어했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구나.
때론 그 사람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다.
어제의 만남이 내 포트폴리오와 이력을 정리하는데 많은 변화를 줄 것이다.
내가 영상으로 끝내 이루고 싶은 것을 간신히, 다시 떠올렸으니.
목포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간을 떠올려 본다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등대 게스트 하우스 다락방에서 4명이
따닥따닥 붙어살던 때를 말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열악한 환경 속에서 부족함 없이 행복했던 그때.
그리고 이렇게 약한 내가 장편 다큐멘터리를 완주할 수 있던 것도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 덕분이었지.
내가 그걸 또 까먹고 있었네.
우리를 다시 모으게 한 것도 연진의 사랑 덕분.
그리고 우리의 폴라로이드 사진은
내 책장에 잘 걸어두었습니다.
다들, 정말 정말 고마워요,
누군가에게 받은 것 중 가장 좋은 걸 받은 것 같다.
행복하네. 무지무지.
댓글목록
엄복동님의 댓글
엄복동 작성일송미씨 자전거 속도가 안나는건 기분탓이겠죠?
song님의 댓글의 댓글
song 작성일망원동 엄복동씨 과호흡 오시면 말씀해 주세요. 제가 치료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