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023년 11월 15일 ~ 11월 30일
본문
11/16
오늘 저녁에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자기 전 호연씨와 영상 통화를 하며 제법 자란 수염과 머리카락에 그만
"수염 느끼 아저씨 뭐야 ~ 제발 잘라~"
하며 사정 사정을 했다.
호연은 내 반응이 더 재미있다는 듯
더욱더 느끼한 쌍꺼풀눈을 만들어 보였다.
나는 자연인이다 섭외 되는 것은 시간문제 ! (응원할게 ! 느끼수염아저씨!)
11/17
모처럼 여유 있는 점심시간 !
팀장님께서 서촌에 있는 '누각'이라는 식당을 데려가 주셨다.
최근 먹어본, 아니 약간 오바 조금 보태면
올해 하반기 베스트 3 정도에는 들어갈 만한 식당이었다.
아담하고, 정감 있는 가게 내부와
건강하고 개성 있는 한식 메뉴.
전부다 먹어보고 싶다.
반찬까지 남김없이 싹싹 비워냈다.
오랜만에 정말로 만족스러운 식사.
식당 옆 카페에서 커피와 빵도 사주셨다.
팀장님 덕분에 고즈넉한 점심시간 !
퇴근 후 회사 앞에 귀여운 수염쟁이 아저씨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11/18
집에서 딩굴댕굴
11/19
오늘은 유지를 무려 5년 만에 만났던 날 !!!!!!!
소 ㅏ 리 질러 ~~~~~
어머 ~~ 지지배 스페인 사람 다 됐어 정말 ~~~~
1차는 시녕 유지 송미 멤버
2차는 소희까지 합류 ~
요즘식 하트를 늙은이들에게
알려주는 신세대 소희 ~
하트 하면 이거 아니겠냐며
옛 세대 감성 하트를 지어보이는 시녕짱
그리고 갑자기 망원동 주민 호연(?)
깜짝 게스트처럼 부르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카페로 합류 (?)
내가 우리끼리 놀거라고 이제 그만 집에 가라고
눈치 줘서 중간에 빠이빠이. (오늘은 걸스데이여 ~ 그래도 사랑한대이~ )
나 ! 너무 ~~~~
씐나 ~~~~~
또 놀고 싶다 이 조합 ㅠㅠ
시간이 너무 모자라.
11/20
몇 개월 동안 고생한 다큐 최종 컨펌 완료 !
아주 속이 시 ~~~~ 원 허다 ~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감사 국정감사 ~~
11/21
작년에 조연출 했던 영화가 서독제에 올라서
공짜표 콩꼬물이라도 떨아질까 괜한 기대했다가
결국 내 손으로 예매 ㅋ
우씨 그런데 영화제 관계자 여러분덜~
스탭 소개 부분에 왜 조연출 이름은 안 넣어 주는 겝니까 ~!
지금도 갖은 고생하고 있을
조연출분들 ~~~ 파이팅 !
저녁에 와리와 언니와 서촌에서 급벙개 만남 !
오래 봐요 언니 ~~ :)
11/22
오늘 드디어 다큐멘터리가 온에어 되었다.
승리의 브이 V
11/23
아침에 타일러 인터뷰를 보고
내가 업계 안에서 잘하는 것,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필요로 하고
혹은 일조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정리되는 문장을 발견했다.
"모호함을 명확한 것으로 바꿔는 것
복잡한 것을 보고 정리하는 것"
아이디어를 추상적으로 말하는데 익숙하고
영감이 샘솟을 때마다 그때그때의 감각에 의존해
일을 만들어가는 성향의 사람들이 대부분인 문화 예술계에서
나는 실제화, 구체화하는 일에
능할 수도 있겠다는 것을 점점 더 느끼게 된다.
여튼, 세상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예술가가 되길 원하고
그 수가 너무 많아짐으로써 그 선택이 뻔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어떤 '기회'를 잡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건 진짜 '기회'가 맞을까?
그럼 내가 가장 잘하는 건 뭐지?
내가 원하는 건 또 뭐구?
이런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유투브 영상 여러 개를 찾아보기도 했다.
문득 재필이와 인생의 우선순위를 말했을 때
저상해 둔 메모가 떠올라 찾아보았다.
이 메모가 어디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유머'를 검색해서 찾게 되었는데
내 우선순위는 ㅋㅋㅋ 어쩐지 건강이 아니라 유머일지도.
11/24
원래 오늘 휴가였는데,
제대로 숙고해 결정하고 싶은 일이 있어 오후 반차로 바꾸었다.
일이 끝난 후 회사 근처 카페에서
(내 스타일인 카페를 드디어 찾았다)
와리 언니가 번역한 스푸와 이데올로기
그리고 책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를 보았다.
다큐멘터리가 아주 좋았다.
영상은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현실을 정확히 직면하면서도
동시에 유머러스하고 따스하며 일상적이었다.
단정하고 차분한 영상의 편집과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 나레이션이 참 인상적이었다.
고민하고 있던 것에 대한 결정이
'결심'이 아닌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내 마음속에서 '결정'되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결정을 했다는 걸 알아챔으로써
나 스스로에 대한 변화를 읽었다.
사람의 에너지는 한정되었다는 것.
내 인생이 무언가를 이뤄내기 위해 소진되는 시간이 아니라
모든 하루하루가 동등한 가치로 살아지는 시간의 모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홈페이지에 있는 몇 년 치의 일기가
그 다짐에 대한 나의 증거이기도 하다.
이번주 주말에는 모처럼 약속이 없다.
나 자신과 시간을 보내는 일에 매진하겠다.
11/25
모처럼 약속 없는 토요일.
하루 종일 집안에 콕 박혀 있었다.
좋아하는 까까 2봉지 사서
그동안 밀려 있었던 일기들을 홈페이지에 업로드하고
보고 싶은 컨텐츠들을 보았다.
CHOKI , 알간지 라는 재미있는 유투버 2명을 알게 되었는데
CHOKI 라는 브이로거가 만든 영상들은
내가 앞으로 만들고 싶은 방향성과 비슷한 느낌이어서 더욱 반가웠다.
해그린달 보다는 좀 더 개인적이고, 아늑한 느낌이면서
본인의 생각과 취향에 충실한 영상이라고 해야 하나...?
일요일에도 다른 영상들을 마저 볼 생각이다.
알간지 영상은 내가 궁금하지 않은 정보마저
궁금하게 만들 정도로 영상 흡입력, 내용 구성, 통찰력이 뛰어나고
그리고 유투버 특유의 나레이션이 힙한 영상이었다.
○●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떻게 일이 흘러가면 좋을지
너무 많이 생각하진 않으려고 한다.
생각한 대로 일이 굴러가지 않을뿐더러
생각은 오히려 더 실체가 없기 때문에
그보다 오늘을 채울 행동에 더 집중하는 것이 낫겠다.
행동은 한 사람의 민낯을 더 적나라하게
비추는 실제 사건이기 때문이니까.
영화 <더 리더> 브루노 강쯔의 대사
11/26
이전의 라이프스타일을 많이 가져다 쓴 주말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성경 필사도 하고 (쓰다 보니 정말 새로운 관점)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주었던 사생활의 천재들의 중요 부분도 읽고
오래전, 쓰다 멈추었던 시나리오의 시놉시스들을 읽었다.
솔직히 얼마나 엉망일까 걱정했는데 (?)
진짜 내가 쓴 게 맞아? 할 정도로 너무나 처음 보는 이야기 같고
무엇보다 구조도 촘촘하고 소재도 흥미로워서 놀랐다.
결국 나는 그 시나리오를 완성하게 되려나? (이것 또한 알 수 없는 일이겠지)
이전에 내가 좋아했던 것들, 피하려고 했던 것들을
상기시키려고 노력했다.
저녁엔 샤브샤브 재료를 사기 위해 번화가로 나갔다.
친한 오빠의 아저씨께서 공원에서 1인 시위를 하고 계셨다.
마음이 복잡했다.
샤브샤브 재료가 다 떨어진 관계로
고기 재료를 사서 고기를 구웠다.
스르르 잠이 들고 새벽에 깨서
영화 더 리더를 마저 보게 되었다.
인터넷이 잘 발달되어 언제든 소통할 수 있는 요즘 시대에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품고 언제까지나
그 사람의 편지를 기다리며 사무치게 그리워만 했던
그 시절의 사랑의 기억이 희미하다.
주인공들의 그리움이 너무나 사무쳐
괜스레 눈물이 났다. 그리고 다시 잠에 들었다.
11/27
너무 푹 쉬었나...?
주말 동안 쉼 모드가 가동되어 출근 전까지
어떻게든 1분이라도 더 누워 있으려 노력했다.
어제 회사에서 세상 최고의 김밥과 닭강정을 먹었다.
오토김밥 ! 역시 고추냉이김밥 달인이 만든 김밥이라 그런가 ! 닭강정도 최고 !
야근할 때 꼭 오토김밥을 사먹어야지 ! (먹보의 하루 ㅋ)
11/28
요즘 아침에 눈을 뜨면 '내 방 왤케 포근하냐... 따땃하다 따땃해~' 하는 기분을 느낀다.
아늑한 내 방. 겨울 아침은 여름 아침보다 유난히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요즘 출근길엔 양영희 감독님의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를 읽고 있다.
잘 살고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던 북으로 간 세 아들.
그들의 사진을 처음 우편을 통해 받아보게 되고,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야윈 자식의 얼굴을 본 후
가슴이 찢기는 고통을 겪게 되는 어미의 마음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다큐 <스푸와 이데올로기>에서 몇십 년간 식료품, 생필품이 담긴 소포를
북으로 보내는 어머니의 장면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고
책에서 이 대목을 보는 순간 이야기의 퍼즐이 맞춰지면서
가슴이 너무 아파 눈물이 핑 돌았다.
이게 스토리의 힘일까.
재일한국인으로 살아야 하는 정체성과 삶에 대해
처음으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멍하고, 멍청했던 아침의 뇌가
너무나 뚜렷히 깨어났던 순간이었다.
요즘 우리 팀 동료가 감기에 걸려 몸보신이 필요했다.
이제 곧 떠날 동료와 팀장님과 함께 맛있는 삼계탕을 먹었다.
○●
봉준호 감독이 연출부로 일하던 올챙이 시절.
조연 후보로 있었던 올챙이 시절 송강호 배우에게
배역에서 선정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정중하게
그리고 정성을 다해 음성 메지시로 남긴 썰을 들은 적이 있다.
거절당하는 것이 일상이었던 송강호 배우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가득 담긴 거절(?)에 봉준호라는 사람을 기억하게 되었고
그 일은 훗날 살인의 추억으로 서로 다시 만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6개월 전만 해도 나도 업체들과 똑같이
클라이언트 일을 받는 프리랜서 감독의 입장이었다.
취업을 한 후 잠시 클라이언트가 되었다고 입장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 앞에서 우쭐하기 보다
최대한의 존중을 다해 일을 만들어나가고 싶다.
왜냐하면, 우리는 너무 많은 날들을 일해야 하고
모든 사람들의 에너지는 너무나 소중하니까.
11/29
어제 쓴 일기를 보니 너무 착한 척 가식이 난무해 일부를 삭제하였다.
조금은 담백해진 글을 보니 살 것 같다. ^^ (휴 ~)
요즘 감독님들 이력서를 많이 보고 있는데
역지사지로 나의 포트폴리오는 일관되었는가
또한 그동안 타인에게 어떻게 보여지고 있었는가 궁금해졌다.
경력이 다채롭게 많은 것보다
얼마나 일관된 결로 작업을 했는가에 끌리는 것 같은 나.
anyway
나는 외향형 성격에 사람을 그리 어려워하지 않는 편인데,
그래도 낯선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고, 무언가를 제안하고,
거절하고, 조율하는 일은 이따금씩 버겁게 느껴질때도 있는데
아니, 그렇다면 내향형 사람들은
사회생활이 얼마나 더 힘들까 (!!!???)
심지어 주변에 콜포비아들도 꽤 많다던데...
오늘 점심.
자꾸 일기가 먹는 것으로 도배되는 것 같네.
점점 더 먹보가 되어가고
어쩐지 점점 똥똥해지는 것에도 마음이 후해지는 나. ^^ 허허.
몇 달간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되었다.
얼른 남자친구를 만나 못살게 굴 날을 고대하고 있다. (-_-)+
11/30
11/30
점심 먹은 후,
직원들과 함께 좋아하는 카페를 갔다.
이 공간이 주는 느낌이 참 좋다.
저녁엔 회식을 했다.
스스로 수고했다며 축하하는 일도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일인지
이제야, 이번 프로젝트의 매듭을 짓는 것 같다.
벌써 다음 일들이 시작되었지만.
○●
누군가 내 앞에서 괴롭던 일을 괴롭게 쏟아낼 때
나는 어딘가 고장 난 기계처럼
어떻게 말하고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까먹게 된다.
그런데 그러기엔 나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
내 마음들을 쏟아내지 않았던가.
그들의 고충을 생각하니
내 분노를 다른 이들에게 털어내기 보다
혼자서 더욱 잘, 건강하게 푸는 방법을 익혀야겠다.
(물론, 참는 건 절대 안 되고)
댓글목록
수염아저씨님의 댓글
수염아저씨 작성일응 안깎아~~~
가짜다큐서감독님의 댓글
가짜다큐서감독 작성일올해를 즐겁게 회상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해요~~~~~~
song님의 댓글의 댓글
song 작성일오잉? 누구지? 이거 나 아닌디
admin님의 댓글의 댓글
admin 작성일아!!! 서피디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