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021년 7월 16일 ~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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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6 - 17
친구들과 지리산 여행을 다녀왔다.
공유하고 싶은 사진은 너무 많지만 조심해야 하는 시기이기에 아쉽지만 딱 한 장만 올린다.
이 여행으로 이번년도 여름 여행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을 것 같다.
멤버 중 내가 나이가 제일 많고, 심지어 열도님은 나와 무려 9살이나 차이가 난다.
열도님은 나보다 훨씬 어른스러운 구석도 많고 열정이 넘친다.
그와 진심으로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과는 별개로
숙소비를 정산할 때 인간적으로 이 친구 숙소비 정도는 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냥 애들 숙소비를 내가 다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을 다녔거나 서울에서 들어오는 일을 닥치는 대로 다 했다면 흔쾌히 그 비용을 내가 지불하겠다고 했겠지만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많은 지금 시기에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허세라는 생각에 고민하다가 N빵을 했다.
나 진짜 또래 친구들과 정말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걸 체감했다.
해야만 하는 일들보다 하고 싶은 일만 하는 나.
언젠가 이 친구들과 또다시 여행을 가게 될 때,
맛있는 것도 사주고 흔쾌히 숙소비를 지불해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참 좋겠는데.
나보다 어린 친구들과 동등하게 사람 대 사람으로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과 별개로
공식적인 경제적인 활동을 아직 하지 않는 친구들에게는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마음엔 늘 유연함을 유지하되 나잇값은 하고 싶은 간절한 나의 바람이다.
피터팬처럼 살고 싶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좋아하는 일로 나를 책임질 수 있는
그리고 종종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먼저 대접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를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이 든다.
여행을 마치고 오랜만에 일기를 썼고
정신 바싹 차리자는 의미에서
건강한 식료품들을 샀다.
건강한 거 먹고, 힘내서 글 열심히 써야지.
친구들이 맞춘 우정티가 각자의 집에 도착했다.
7/1 8
아침에 친구가 알려준 레시피를 따라 녹즙을 갈아 마시고
과일을 싸서
친구와 하루 종일 걷기로 했다.
수영을 하다가 귀에 물이 들어가
일요일에도 운영하는 이비인후과를 가서 귀를 뚫었다.
친구가 거의 1시간이나 기다려줬다. (짱착함)
산책을 하다가 중간에 좀 질려서
CGV를 가서 블랙 위도우를 봤다.
친구랑 나는 어벤져스 파가 아니기에 쿨쿨 잤다.
진짜 꿀잠잠.
어벤져스만 보면 늘 잠든다.
한나 생각나서 찍은 사진.
이날 좀 후회했던 건.
친구에게 내 고민과 우울한 감정을 지나치게 많이 털어냈던 것.
모처럼의 주말 상쾌한 기분을 느끼고 싶었을 텐데.
내 감정에만 심취되었던 게 아닌가 생각했다.
보노보노처럼 둥둥 떠다니고 ... 싶
아 맞다. 나 배영 할 줄 알지 !
잡생각이 없고 전체적으로 몸에 힘을 빼야 물에 뜬다.
둥 ~ 둥 ~
힘빼면서 살아야지 ~~~~
7/19
아침 산책
절밥 ^^
시나리오가 너무 안 풀려서 이경미 감독의 잘 돼가? 무엇이든을 다시 읽었다. (정말 잘 쓴 책 ^^)
(명문장 중 하나)
나도 사람인지라 살다 보니 나쁜 줄 알면서 싫은 마음이 생길 때가 있다.
다만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티 내진 말자 이 말이다.
마음 깊이 우러나오는 존중도 아름답지만 때로는 정말 싫은 마음을
완벽하게 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도 아름다운 존중이다.
진짜 싫은 상대를 위해 이 불타는 싫은 마음을 숨기는 게 얼마나 힘든데.
나같은 사람이 또 있구먼. 이경미 감독님 화이팅
집ㅅ씨의 기운이 필요해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
35살 이상이 되면 더 이상 청년의 시기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나누며
슬슬 중년의 마음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을 나눴다.
젊음에 대한 집착보다 자연스럽게 나이 듦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니
마음이 차분해지며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는 어떤 역할이 되어줄 수 있을까에 대한 대화를 나눴는데
세영이기에 가능했던 대화였다고 생각한다.
세영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선한 친구이다.
투명한 그녀와 대화할 때면 가난한 내 마음이 들켜 버릴 것만 같다.
7/20
평범했던 하루 = 무사했던 하루
7/21
운동을 나가기 전에
이불 개기 + 잠옷 개기 + 오늘 입을 옷 미리 꺼내 놓기를 한다.
생각이 워낙 많은 사람이다 보니
시스템이 중요하다. ㅎ
친구들이랑 점심에 파스타를 해먹었다.
간단하지만 만족스러웠던 식사 :)
7/22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에 걸었다.
자연은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한없이 위로가 된다.
은혜에게 성공하라고 주입하고 있다.
제 2의 김은희가 되라고 카톡명로
박은희로 바꾸고 은혜는 김항준으로 바꿔줬다.
점심에 성준이 남은 반찬들로 김치볶음밥을 해줬다.
너무 맛있었다.
오늘은 전남 영화학교 첫 수업날.
시네마 라운지 mm에 동료 감독님 영화 포스터가 보였다.
자랑스럽고 반가웠다.
오태승 촬영 감독님의 수업.
수업을 들으며 역시 영화는 한 컷을 위해 온갖 비효율적인 고생을 하는 직업이라는 것을 다시 상기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점이 너무 좋아.
사람 안에 마음이 존재한다는 그 추상적인 믿음 하나로 개고생하는 일 너무 좋다.
역시 영화여야만 한다.
이 일이야말로 (실패하더라도) 소중한 내 시간을 걸어서 할만한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좋은 거 많이 보고 좋은 이야기 눈에 많이 담아서
감각을 더욱 날카롭게 길러야지.
영화학교도 성실하게 출석해서
끝날 때 다 같이 단편 영화 하나 만들어봐도 좋을 것 같다.
이번 계기로 더 힘을 얻어서 장편 시나리오 반드시 완성해야지 !!
갈수록 멀끔해지는 시네마라운지 mm
영화 학교가 끝나고 코옹코옹 옥상으로 달려가
주간 괜마 친구들과 공장공장 친구과 함께 (잠깐) 맥주를 마셨다.
특히 현경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말도 잘 통하고 주변에 겹치는 인맥들이 있어서 너무 신기했다.
이번 주에 떠나신다니 너무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동시에 오늘이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다행이고,
잠깐 코옹코옹을 들리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인연은 참 신기하다.
착하게 살아야지 !!!
7/23
사람들이 습관을 들이기를 하자고 제안하고,
혼자 하겠다고 하거나 아무 말 없이 슥 사라지기도 한다.
그럴 때 모른척하거나 넘기긴 하지만
쓸쓸하고 아쉬운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같이 하는 동안 그들이 나에게 힘이 됐으니까.
다시, 혼자 달리고 걷는다.
매일 마음을 다독인다. 내가 알잖아. 내가 알잖아.
지수랑 성준이랑 치킨을 시켜 먹었다.
친구들에게 농담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자꾸 심오하고 심각한 이야기 밖에 안 나온다.
미미갸토에 잠시 나가 제이님과 수빈과 대화를 나눴다.
랑종 보기 전 찰떡 아이스를 사 먹었는데 지수한테만 한 입 먹을래? 해서
은혜가 삐졌는데 삼일 뒤에도 왜 자기한테는 안 물어봤냐고 물어봐서 깜짝 놀람.
7/24
랑종을 봤다. 하도 윤성준이 랑종랑종 노래를 불러서 얼마나 무섭나 해서.
그런데 진짜 엄청나게 무서웠다,
영화관에서 악 ! 하면서 소리 지르고
옆에 친구에게 의지해서 봤다.
그런데 정말 기분 나쁜 요소는 다 들어가 있는 영화인 것 같다.
공포 영화로서 사람을 무섭게 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이 영화 시나리오를 쓴 나홍진 감독은 대체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게 더 소름 끼쳤다.
노출씬을 비롯해 몸과 마음을 지나치게 써야 하는 연기를 해야 했던 여자 주인공이
너무 걱정이 돼서 인터넷에 검색해봤는데
뭐... 너무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영화를 본 내가 이런 말 할 건 아니지만,
영화가 뭐라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게 뭐라고
이런 것까지 찍고, 찍히고 해야 하나 싶다.
아름다운 것만 보기에도 아까운 시간이다.
어떤 일을 하고 싶으면 왜 그 일을 하고 싶은지,
그 일에 담긴 그 사람만이 가지는 삶의 의미와 철학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나'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나와는 완전히 다른 타인과 외부 세계를 끊임없이 수용하고, 비판하고, 맞춰가며
심지어 나를 잃어감으로써 더욱 다가워지는 확장성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취향이라는 단어에 숨어서,
내가 소비한 것들이 나를 설명하게 두게 내버려 두거나
나 혼자만 완벽해지겠다고 다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정말 우연히 최소한끼에서 웃으며 나오는 다빈씨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나 밥도 먹고 이런저런 좋은 이야기도 한껏 나눴다.
다빈씨는 여전히 초롱초롱한 예쁜 눈을 하고 있었다.
수빈이와 토요일 저녁 식사를 하고 야경을 보러 갔다.
수빈이는 마음이 바르고, 꼬인 곳 없이 건강하다.
건강한 흙고 빛을 잘 맞고 자란 건강한 토마토 같다.
그 아이와 있으면 때묻은 어떤 곳이 씻겨가는 기분이 든다.
7/25
맛있는 거 먹고,
뒹굴뒹굴했던 일요일.
친구가 부적을 그려줬다.
사랑이 가득해지는 부적.
새벽까지 일을 했고,
중간에 진아님과 도란도란 수다를 떨었다.
함께 대화하면 너무 재미있는 사람.
7/26
곧 코옹코옹을 떠나는 성준과 지수.
일에 집중도 안 되고 카페 나와서 수다나 떨었다.
친구들이 가기 전까지 좋은 기운만 줘야지.
태도가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세영이 갑자기 타준 차
7/27
숙현과 모처럼 깊은 이야기
7/28
진주 문고에 강연 왔다.
(근데 사진은 죄다 풍경이나 먹는 것뿐 ^^;)
코로나 영향 때문인지 김송미의 인지도 영향 때문인지 (잘하자 김송미 ! )
그리 많은 분이 참석하시진 않았는데 ....
염치 불구하고 나는 그 시간이 정말 좋았다.
일단 내 영상을 다 보고 와주셨고,
관객분들이 좋은 질문도 많이 던져주셨다.
100명이 1번 보는 영상을 만드는 것도 좋겠지만,
1명이 100번 돌려보는 영상을 만드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많은 자극이 되었다.
좀 더 감독으로서,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일도 삶도 좀 더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이끌어가고 싶다.
그날 밤 정말 잘 해내고 싶다고 다짐을 하고 싶어서 민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민지야 우리 누가 뭐래도 계속하자 ! 계속하자 ! 계속하자 !
7/29
오늘도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하루.
내일이면 지수가 퇴사를 한다.
갖고 싶은 선물이 편지라고 하길래,
두둑하게 진심을 담아보았다.
그리고 저녁에 제이님과 유달산을 잠깐 산책했다.
요즘에도 여전히 우울하고, 힘든 마음이 욱하고 올라온다.
연약하고 여린 마음은 천성이 그런 것 같은데
내 타고난 성격의 어느 부분이 인생의 많은 부분을 힘겹해 했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을 조금 더 단단하게 먹고 계속 반복되는 마음과 행동 패턴을 바로잡아보려고 한다.
내 인생이 정말 소중하기 때문에 이렇게 무기력하게 손 놓고 볼 수 없다.
운동으로도, 독서로도, 결심으로도 안된다면
내 연약함을 인정하고 이제는 정말 병원을 다녀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정확히 말해서 상담이 아니라 병원.
동시에 타인에게 힘을 빌려서라도 나를 일으켜 세우는 연습,
너무 같은 공기에 머물러 있지 않고 새로운 공기를 만드는 시도를 해봐야 할 것 같다.
내 인생과 마음이 밝게 빛날 수 있게
스스로 믿고 책임을 질 것이다.
7/30
지수 마지막 출근.
지수 성준과 상천이 쉐프로 일하는
소반동 플래트에서 점심을 먹었다.
상천이 또 !! 또 !! 사줬다. ㅠㅠ....
너무 고마워서 가게 바로 옆에 있는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사서 직원들에게 돌렸다.
그나저나 그 카페 헤이즐넛 아메리카노 대존맛.
밥 먹고 코옹코옹까지 가볍게 산책했다.
골목도 구경하고 나무도 구경하고
신한 비치 호텔 화장실도 사용(?)하고 ^^
즐거웠던 지수와의 마지막 점심.
만족.
오늘 퇴사하는 건 지수뿐만이 아니었다.
리오, 한나도 마지막 날...
이로서 괜찮아마을 1기 친구들이 전부 떠나가는 날이구나 생각하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너무 싱숭생숭해서 테이블에 다 같이 앉아
한마디씩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자꾸만 눈물이 났다.
마지막으로 열도의 강연을 들었다.
이때도 눈물을 한 바가지 쏟았다.
열도의 재능은 진심이 아닌가 싶다.
어떻게 저렇게 진심을 다해서 무언가를 말할 수 있는 거지.
반성도 되고 감동도 되고 힐링도 되는 시간이었다.
열도의 강연이 끝나고,,, 알 수 없는 기분이 올라와 집으로 그냥 돌아가고 싶지 않아
다같이 뒤풀이를 하자고 제안했다.
성준과 나는 왠지 울적한 기분이 들어 축 처진 어깨를 하고 앉아 있는데
갑자기 하은님께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시곤 거제도 홍보를 해주셨다.
거제도에 밤새 춤출 수 있는 곳, 맛집, 좋은 풍경 등등이 빼곡히 적힌 여행정보를 보여주시고
놀러 와야만 이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며 우리를 한껏 안달 나게 만들었다.
거제도 홍보대사가 한마디 한마디 내 뱉을 때마가
슬픔은 온데간데없고 당장 거제도를 떠나야 할 것만 같은 설레임만 가득하게 되었다.
거기다가 갑자기 은선씨가 컬러 사주를 봐준다고 하더니 거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온갖 축복을 내려주셨는데 진짜 기분이 너무 좋아져서 집에 돌아갈 때는 거의 콧노래를 불렀다.
참 사는거 어쩌면 별거 아니다. 우울함이 지하 암반수마냥 꺼지더라도
5초만에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게 또 인간이다.
그래 !!! 너무 심각해지지 말자 !
희노애락이 다 있었던 신기한 하루 !
7/31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크로플집
보양빌라 앞에 있음.
시나리오 학교 시작.
수업 진행하시는 감독님들의 느낌이 너무 좋았다.
거의 2달 만에 온 서울...
방치했던 개인 작업실에서 혼자만의 시간도 많이 갖고 싶고
보고 싶은 사람들도 만날 사람들도 많다.
기차 타고 오는데,
웰컴 서울이라며 나를 반기는 친구들 덕분에
서울 가는 기분이 한껏 들떳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수다쟁이처럼 엄마와
도란도란 수다도 떨었다.
2주간의 소감.
최대한 매일매일 일기를 쓰려고 노력했다.
내 소중한 하루하루를 어떤 형식으로든 남기고 싶어서.
다시 점점 더 이성적인 머리로 돌아오고 있다.
당분간은 감정, 감성적인 머리는 덜 쓰려고 한다.
사리 분별을 제대로 하려고 하고, 현실적으로 해야하는 일들이나
내 감정 에너지를 지나치게 소모하는 일들에는 당분간 스위치를 아예 꺼버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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