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021년 11월 1일 ~ 15일
본문
11/1
촬영할 때 밥 잘 챙겨 먹고 싶은 마음
날씨, 사람, 섭외
모든 우연이 다 도왔던 날.
즐겁게 촬영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백업하러 온 선정이와
이번 프로젝트 통번역을 맡아주고 있는 세린이
최애와 최애의 만남이랄까.
플랜트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백업을 했다.
우연인지 뭔지, 비건의 날이었다고 ... ! ㅎㅎㅎ
선정이에게 프록시 편집 방법도 배웠는데
너무 쉬어서 놀랬다.
역시 모르면 그만큼 두려움이 커지고,
막상 해보면 대부분 별거 아니다.
촬영을 다녀와서 그냥 쓰러져 자고 싶었지만,
습관 인증하는 것이 있어서 아파트 단지 10바퀴를 달렸다.
하루 일과를 끝내니 숙현에게서 필름 사진이 왔다.
11 / 2
촬영 다음 날 하루 텀이 있어서
재정비도 하고 느긋하게 다음 촬영을 준비했다.
스케줄 표를 확인하다가 몇몇 실수를 발견했다.
스스로 꼼꼼한 성격이라고 우쭐할 뻔 했는데
나 역시 남들만큼 허술하고 늘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니
다른 사람의 실수에 조금은 더 관대해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이 바닷가 쓰레기를 주웠다며 카톡 사진을 보내왔다.
너무나 착하고 예쁜 사람들. 나도 일이 끝나면 얼른 합류하고파.
오늘은 세린이와 함께 작업실에서 일을 했다.
근처 파스타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친구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그동안 마음에 걸려왔던 일을 얘기했는데,
의외의 대답을 내놓아서 조금 놀랐다.
아아, 사람은 이토록 서로가 다르구나.
다르기 때문에 물어봐야 아는 거구나 다시 한번 생각했다.
○●
일을 하다가 일상과 생활에 소홀해 질까 봐 너무 겁이 난다.
(전적이 화려하기 때문에)
요즘 자꾸 밀가루 음식을 먹게 되고,
운동도 성의 있게 하지 못하게 되고,
마음이 자꾸 조급해지고 이마에 북두칠성 뾰루지가 났다.
요즘 일 복이 터졌나? 의뢰가 많이 들어오는데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역시나 나는 일을 많이 하는 데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타입은 아닌 것 같다.
일 하나를 받으면 정말 내 것처럼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지 않는다.
영상 하나에 쏟을 수 있는 정량의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양과 질은 비례하지 않는다.
요즘 하고 싶은 것은,
친구들과 바닷가 쓰레기를 줍고 싶고 바다낚시도 가고 싶고 책 한 권을 느긋하게 완독하고 싶고
캠핑을 가고 싶고 온종일 가을 길을 산책하고 싶고
땀이 쫙 날 정도로 제대로 근력 + 유산소 운동도 하고 싶고
하루 종일 대화해도 질리지 않는 사람과 커피 발전소에서 라테를 마시고 싶다.
11/3
촬영 도와준 태준이.
역시 말 너무 잘해.
3월에 결혼하는 태준이.
내 친구들 다 장가간다.
so 든든
밥 먹는 거 아주 중요하다.
연희동에서 촬영한 김에
점심 먹고 연희동 엔트러사이트.
촬영 감독님이랑 촬영하기 참 좋은 곳 같다고 그랬다. (직업병 ㅎㅎㅎ)
사색하기 참 좋은 공간. 다음에 책 읽으러 가봐야지.
요즘 가을 풍경이 너무 예뻐서
계절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선정이가 백업을 도와준 덕분에 저녁식사를 제때 할 수 있었다.
○●
나에게 무례했거나, 상식이 통하지 않았던 사람이
너무 잘 살고 행복한 모습을 보면 좀 억울하고 얄밉다.
하지만 종국에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내 방식만이 결코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무수한 사람의 숫자만큼, 정답도 각자 다르게 존재한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을 존중하고 이해할 필요는 없다.
아 저 사람은 그냥 저렇구나 그 자체를 받아들임과 동시에
곁에 두지 않고 관심을 끄는 게 최선이 아닐까?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미움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크고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그냥 쟨 저렇구나 하며 놓아버리면 최소한 미움의 감정까지 가진 않게 된다.
반대도 마찬가지. 누군가가 자신을 버려가면서 나를 이해하거나 배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론은 각자 맞는 사람들끼리 혼선 없이 잘 뭉쳤으면 좋겠다.
아, 당신은 저 길이군요. 나는 이 길입니다.
각자 갈 길 갑시다 !
11 / 4
새벽에 비요뜨를 먹으며 다음날 촬영 스케줄을 짰다.
근데 이거 비요뜨 맞나?
촬영하면서 서울 구경 제대로 한 듯.
말로만 듣던 광장시장 빈대떡도 먹고 말이다. (엄청 맛있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을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다.
꽤 매력적인 도시 서울.
암튼 촬영 끝.
동시에 편집 시작.
촬영이 끝나고 촬감님 작업실에서 백업을 받으며 오랜만에 로제 찜닭을 먹었다.
오늘까지만 외식하고, 한동안 건강한 것만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할 것이다.
어제는 도저히 운동할 에너지가 나지 않아 프록시 걸어놓고 침대에 쓰러졌다.
고생한 나를 위해,
한동안 케어모드 들어간다.
고생했다. 김송미.
스스로 먹여 살리느라 고생 많다.
11 / 5
촬영이 없을 때는,
4시 30분에 기상 !
그래야 일하기 전에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음 ^^
응 그래 맞아. 나 피곤하게 사는 타입이야.
근데 열심히 사는 거 너무 재미있어.
성경 필사도 하고,
오늘 해야 할 투두 리스트도 짜고 (새벽이 가장 똘똘함, 저녁에 멍청이 됨)
개운하게 근력운동 + 러닝.
그리고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숨만 쉬고 편집 ! 편집 !
7,8시쯤 너무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내일은 50분 일하고 10분 쉬고
점심에 대공원 산책 루틴을 시도해 보기로 마음 먹음.
에너지가 너무너무 필요해서
과자 2봉지 순식간에 클리어.
과자 몇 봉지만 있으면 금방 행복해짐.
11/6
아침부터 잘 먹고 잘 사는 법 듣고,
기분이 너무 좋아서 방에서 혼자 춤췄다.
둠칫 ! 둠칫 !
빨강머리앤이 먹을 것 같은 모양의 빵
9시부터 밤 11시까지 엄청 집중해서
자정 전에 넘겨야 하는 모든 자료를 넘겼다.
하루 안에 10명을 인터뷰를 편집했는데 (외국인 포함)
이 많은 양을 제법 스트레스 없이 해낼 수 있었던 건
50분 일하고 10분 쉬고, 점심 먹은 후 산책을 한 덕분인 것 같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을 두고 조급한 마음 없이 차근차근해야
오히려 더 효율적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대부분의 삶의 이치는 비슷하다.)
덧붙여 세린이에게 미리 번역을 부탁하지 않았다면 ....
선정이가 미리 프록시 편집을 셋팅해 주지 않았다면 ....
아 정말로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로 끔찍하다.
두 사람 덕분에 오로지 내용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노동비를 주고, 일을 맡기는 입장이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나에게 사용해 주는 당연하지 않은 에너지와 현명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늘 고맙게 생각해야지.
그리고 그것에 대한 정당한 대가에 대해 간과하지 말아야지.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이 내 곁에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나부터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지.
저녁에 스트레스가 조금 올라오려고 할 때
언니에게 걸려온 전화.
"치킨 먹을까?"
나는 맥주 사서 당장 오라고 했다. 당 ! 장 !
치킨 먹는데 진심 하루치 스트레스가 80% 이상 날라갔다.
이렇게 먹는 게 중요한 겁니다. ㅠㅠ
장미 언니 센스쟁이.
○●
요즘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우리는 이 세상에 빈손으로 태어나
결국 빈손으로 생을 마감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살아가면서 사사롭게 잃게 되는
관계나, 물건이나, 돈이나 그런 것들에 저절로 집착이 사라진다.
"아... 원래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지.
뭔갈 잠시 가졌다가 원점으로 돌아왔구나 ! "
그런 생각.
그렇다고 세상과 사람에 시종일관 시무룩하고 무덤덤 한 건 아니다.
오히려 있을 때 최선을 다하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김창완 선생님의 가삿말이 제대로 맞다.
그냥 그 순간이 지나간 것.
바람이 저 언덕을 지나간 것처럼.
가끔 일에 매몰될 때 무엇을 위해 이렇게
일을 열심히 하지? 하는 생각에 잠기곤 하는데
결국 발뮤다 창업자 데라오겐이 말했던 대로
멋진 인생을 위해 버는 거지... 하는 단순한 생각에 그친다.
돈은 쌓아두거나 축적할 무엇이 아니다.
돈과 교환할 수 있는 것은 에너지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 내 시간을 부동산 투기나 주식이나 명품이나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일로 채우고 싶지 않다.
내가 좋아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서로 소중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들과 정말 레어 한 추억들을 많이 만들고 싶고
한 번도 닿아보지 못한 것에 훌쩍 떠나 그곳의 숲길을 산책하거나
무라카미 아저씨가 달렸다던 뉴욕의 마라톤에 참가해 완주도 해보고 싶고
나만의 가치관과 스타일이 담긴 영화도 완성해서 성취감도 느끼고 싶고
프렌치 토스트를 맛있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해서 언제나 최고의 아침을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아주 많은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다정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
이렇게 적으니 정말로 그렇게 될 것만 같다.
더 가까워진 것 같다.
잘 먹고 잘 사는 법.
11/7
정말 살아 숨 쉬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계절이다.
내가 이토록 가을을 좋아했었나? 생각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것이 늘어나는 것은 참 좋은 일.
스케줄러에 미리 휴가 시간을 빼놓고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서 미리 약속을 잡았다.
이번 주 저녁엔 내사랑 세린과 밥 먹고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지극히 평범한 데이트를 할 거다.
우리 서로는 특별한 경험을 계획하지 않아도 된다.
서로 만나서 나누는 대화와 순간 자체가 특별하고 재미있기 때문에 하등 문제없다.
게다가 내일 가는 커피숍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 발전소라구 !
직업 특성상 매번 시간이 빌 때 혹은 전날 당일 약속을 잡곤 했는데
그런 식으로만 즉흥적으로 대충대충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
미리 약속을 잡고, 그날을 기다리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지난주 내내 곁에 끼고 살았던 책.
정말 좋았다.
삶의 군더더기를 빼는 종류의 책은
거의 다 재미있게 읽히는 것 같다.
도서관에서 빌렸다.
벌써부터 이 책에서 그의 단호함과 부지런함의 에너지가
흘러나와서 좀 부담스럽긴 한데, 요즘 부쩍 더 제대로 살고 싶어져서 다시 한번 도전해 보련다.
숙대입구에 있는 원파운드에서 가을, 겨울용 러닝복을 구입했다.
운 좋게 원파운드의 주인장이신 오송민님과 이지보이님을 마주쳤는데
이지보이님의 에너지가 참 좋고 실물이 정말 근사하셨다.
역시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하는 사람의 에너지는 좀 다르구나.
가게 내부도 깔끔하고 단정하고 옷 자체에서도 만든 사람의 정직함이 느껴졌다.
자크하나, 트레이닝복 바지에 끈 모두 제대로 된 것으로 고른 디테일이 보였다.
모르는 분들이지만 최근 가장 많은 영감을 받는 것 같다.
나도 원파운드처럼 스튜디오 십일월에 영상을 의뢰하는 분들에게
제공하는 영상 뿐 만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건강한 에너지까지 닿게 하고 싶다.
제대로, 최선을 다하고 싶다.
내게 일을 주시는 분들에게도 나와 일하는 스텝 분들에게도.
십일월 제대로, 잘 키워보고 싶다.
(러닝복사고, 사업에 대한 결심을 하다니 :) ㅎㅎ)
머리를 예약했는데 시간이 한 30분 떠서,
민지가 알려준 커피숍 데일리 루틴에 갔다.
바 테이블도 좋고, 라테도 참 맛있고 음악도 좋아서
멍 때리면서 시간을 (좋게) 흘려보냈다.
라떼를 마시면서 인터넷 쇼핑을 했다.
원파운드 매장에서 실물로 본 스웻셔츠가 참 예뻐서
생일이었던 민지 생일 선물로 구매하고
데일리 운동화가 필요했는데,
이미 예전부터 아이다스 시티런 사려고 마음 먹었는데 마침표를 찍기 위해
세린에게 괜히 의견을 물어보았다.
이 카페 참 마음에 든다.
특히 저 빨강 빛 도는 로고의 색과
가게의 이름 데일리 루틴.
마음에 든다는 건 뭘까?
마음에 든다는 건 설명할 수 없다.
하루키 아저씨 말씀대로 마음을 빼앗긴다는 건 그냥 빠져버리면 끝이다.
어떠한 이성적인 말로 설명 불가.
마음에 드는 공간
마음에 드는 사람
마음에 드는 물건
마음에 드는 공기
마음에 드는 노래
마음에 드는 계절
내가 아는 지인 중에 가장 감각이 좋은 언니가
찾는다는 미용실에 몰래 예약해서 한번 가봤다.
굉장히 특이한 방법으로 머리를 자르시는 분이었는데
머리카락에 대해 아는 지식을 (하지만 나는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지나치게 시니컬하고 퉁명스러운 말투로 계속 설명하셨다.
나는 소위 '힙'하다는 사람들의 무신경함과 시니컬한 말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감각이나 개성과 하등 상관없다.
내 주변에 자신만의 감각이 있으면서
타인에게도 따듯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유연함, 부드러움 속에 깊은 강함이 우러나는 법이다.
(가게를 나오는데 왠지 모르게 원파운드가 생각났다.)
어쨌든 앞으로는 내 취향과 직관을 따르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나왔다.
머리에도 너무 큰 돈을 쓸 생각이 사라졌고
단정하게 쭉 길러서 모발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에 초점을 둬야지.
예전에 친구가 갑자기 찍어준 개화기 감성 사진이 ㅋㅋㅋ 내 이름 검색할 때마다 뜨길래 ㅠ
그리고 친구들이 자꾸 놀리고 나도 너무 부끄러워서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타인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 김송미의 한 부분.
맘에 안 드는 머리를 복구하기 위해
집에서 셀프 염색을 하고 앞머리를 잘랐는데
대성공 ! 대만족 !
오랜만에 검은 머리가 신기해서
이 옷 저 옷 입어보며 패션쇼했다. ㅎㅎㅎ
머리색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겨울 송미 준비 완료.
원파운드에서 옷을 사고 줬던 포스터와 스티커를 내가 좋아하는 벽면과 소품에 붙이고
다음날 상쾌하게 러닝 하기 위해 구입한 트레이닝복 세트도 문 앞에 걸어두었다.
소비를 많이 한 날은 방이 어질러지기 마련인데
몸이 약간 피로하긴 했지만 다음날 개운한 아침을 위해
옷도 꼼꼼하게 정리하고 물건도 제자리에 두었다.
다음날엔 방바닥에 있는 머리카락들을 청소기로 말끔하게 돌려야지.
11 / 8
가방에 사탕 몇 개를 넣어 가지고
당 떨어질 때마다 먹는다.
최근 먹은 사탕 중에 거의 최초로
깨물어 먹지 않고 다 녹여 먹은 것.
은혜가 준 아껴 먹었던 드립 커피와 향.
오늘 아침은 이걸로 깨우련다.
커피향이 참 좋다.
천천히 커피를 내리는 느긋함을 위해 마시는 것일지도.
은혜가 준 향과 희연이 직접 만들어준 인센스 홀더.
홀더를 보니 희연이 갑자기 생각나네.
여유가 생길 때 오랜만에 연락 한번 해봐야겠다.
마지막 커피는 세연에게 한잔 내려줬다.
향이 너무 좋아서 다음에 구매하고 싶어서 찍어 둠.
어제 새로 산 가을, 겨울용 체육복을 입고
구두 수선을 하러 외출했다.
과천에서 가장 평이 좋은 구두 수선집.
저 작은 공간에서 평안함, 단정함, 여유, 성실함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차를 홀짝이며 구두 수선 아저씨가 수선하는 모습을 멍 때리며
반나절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규모에 상관없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양을 알아서
딱 그 정도를 최선을 다해, 건강하게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스튜디오 십일월을 아 구두 수선 집같이
가꿔나갈 수 있을까?
프라하에 살 때 아침에 바게트에 크림치즈를 발라
차나 커피를 곁들여 먹는 걸 좋아했다.
내일은 생일이니까 아침부터 기분 좋게 시작하고 싶어서
통밀빵 바게트 하나를 샀다.
아이구야.
집이 비어서 옳다구나 하고 서울 친구들을 불렀는데
부모님이 그때 딱 오시는 날.
친구들이 무슨 우리 중학생 같다고 그래서
민망하기도 하고 왠지 웃겨서 배시시 웃었는데
마침 프린터 고쳐주시러 오신 기사님이 나에게 뭔가를 설명하는 타이밍이라
너무 웃긴데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
어쨌든 우리의 계획에 변동은 없고
친구에게 세연과 두석을 소개해 줄 예정 ㅎ
세린과 슬런치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어째서 말끔하게 정돈된 꽃과 식물보다
이리저리 자유분방하게 놓인 야생에 가까운
식물과 꽃들이 더 예뻐 보이는 걸까?
본연의 자연스러움을 담고 있는 꽃과 식물처럼
자신의 모양을 받아들인 사람들이 참 사랑스럽다.
자연스러움을 섣불리 깎아 내려거나 없애지 말아야지.
결점도 하나의 개성이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둬야지.
내 얼굴에 있는 주근깨, 튼튼한 종아리 장딴지 지나치게 과몰입 하고 섬세한 것
솔직한 성격, 약간은 급한 마음 모두 다 레어한 내 것 ~ 내 꺼 ~
사랑스러운 케이크들.
언젠가 다시 세영과 따듯한 케이크를 구워서
목포 친구들 집에 배달하고 싶다.
나는 비건은 아니지만 외식을 비건 식당에서 하는 걸 선호한다.
몸과 피를 맑게 해주는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 걸까?
생일 전날 세린에게 근사한 편지와 선물과 마음을 선물받았다.
나는 부자여 ~ 나는 바랄 거시 읎어 ~
대부분의 것들의 만족한다.
뭔갈 더 가지고 싶은 욕망보다
이미 많은 걸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 곁에 있는 것들을 안목 있고 꼼꼼한 정원사처럼
정답게 가꾸어 나가는 일밖에는 없다.
집에 돌아가는데 마음에 참 와닿는 글이 있어서 캡쳐를 했다.
잘 직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잘 직면하기를 바란다.
사실 점점 더 타인을 바꾸거나 타인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줄고 있다.
나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한다. 나의 몸 상태는 어떤지 내 기분은 어떤지.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인지.
타인의 마음을 교묘하고 얄팍한 방법으로 조종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건 너무 오만한 생각이 아닐까.
그 이전에 나를 점검하고 싶다.
어떤 상황과 사람을 마주해도 그것을 탓하지 않고
나 나름대로의 정답을 만들고야 마는
지혜로움과 현명함이 더 무럭무럭 자라났으면 한다.
11/9
아침에 일어나 세린이가 써준 엽서를 읽었다.
우리를 만나게 한 네덜란드에서 산 엽서.
겨울 옆에 붙여 놓았다.
세린이가 사준 비싼 양말도
서랍 안 우유갑 안에 넣어두었다.
헤헤 나는 이제 예쁜 양말만 신는 사람. :)
덕분에 !
좋아하는 방식으로 아침을 먹었다.
바게트를 올리브유에 굽고 크림치즈를 바르고 (마늘맛 샀는데 역시 플레인이 짱이다.)
구운 토마토를 얹어서 차와 먹었다.
오늘은 내 생일이자 두석의 성악회 날.
엄마가 차려준 생일상.
엄마만큼 나를 소중하게 대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
사는 동안 엄마랑 더 친하게 지내고 많이 표현해야지.
왠지 효도 이런 말은 싫다. 효도라는 단어보다
서로 가장 친한 친구를 사귀듯 다정한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다.
생일인 덕분에 얼마 전부터 먹고 싶었던
딸기 쉬폰 케이크를 먹을 수 있었다.
호 ~
일이 바빴지만 (대기실에서 계속 일을 할 정도로...)
인생에 몇 번 없을 성악회라고 생각하니
왠지 축하해 주러 가고 싶었다.
나비 넥타이가 근사하네? :)
서비스로 영상도 찍어줬다. ㅎㅎㅎ
꽤 잘 불러서 놀랐고 왠지 모르게 울컥했다.
앞으로 아빠의 일상에 이런 기회들이 자주 찾아왔으면 좋겠다.
무대를 마치고 나를 향해 v를 날리는 두석.
사진 너무 화목하게 찍혔네 ~
사실 개인주의를 지향하는 우리 가족 ^^
이제는 좀 내 곁에 이미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의식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라는 걸 체감하기 때문에.
생일에 두석을 축하하러 간 것
정말 잘 한 결정인 것 같다.
잘했어. 멋졌어. 수고했어,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엄마 아빠 언니 너무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그런데 약간 초치는 소리 하자면...
아마 나는 앞으로도 그렇게 효녀스러운 딸이 되진 못할 거야.
착한 딸 좋은 딸이 되려고 오버하거나 무리하지 않을 거야.
그냥 나는 앞으로도 내가 될게
그러니 엄마 아빠도 나보다 스스로를 더 사랑했으면 좋겠어.
사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거 하나는
우리 가족이 이미 잘하고 있는 것 같아.
우리는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몫의 행복을 서로에게 기대하지 않잖아
좋다, 생일 !
참 좋네.
11/10
얼마 전에 산 통밀빵 올리브유 두르고
파프리카 + 토마토 볶아서 부르스케타 만들었는데 너무 맛있네.
친구들 놀러 오면 해줘야지
시녕이 선물해 준 초판본 월든 금장 에디션 한정판이 집에 도착했다.
캬... 근사하네.
와씨... 왤케 재미있냐...
프롤로그부터 밑줄 좍좍.
개인적으로 선물은 책과 립스틱을 받을 때
가장 기분 좋다.
최근 계속 집에서 작업했는데,
콧바람도 쐴 겸 1시간이나 걸려서 가장 좋아하는 커피숍에 갔다. (일하려고...흙...)
카페라테가 진짜 예술이다.
나는 왜 한 시간이나 걸려서 굳이 이 커피숍에 온 걸까?
이 카페가 뭐 그리 좋아서.
좋아하는 것을 왜 좋아하는지 설명하는 건 참 어렵다.
그래도 살면서 이 카페 몇 번이나 와보겠노하며
굳이 굳이 찾아간 건 잘한 일.
합정, 홍대에 근사한 식당들 냅두고
조폭 떡볶이 먹었다.
나는 여기가 제일 맛있다.
물론 많이 남겼고, 남긴 건 집에 싸와서 두석이 좀 먹고
아침에 내가 클리어할 예정이다.
사람들은 마치 얼룩 하나 허용하지 않는 하얀색 대리석 식탁 관리하듯
일로 만난 관계와 일과 자신의 관계를 정의 내리려고 하지만
세상만사 생각처럼 똑떨어지는 것이 어디 있나.
몇 천만원짜리 프로젝트도 조별 과제와 다를 게 없다.
아니, 대학 조별 과제 할 때보다 더 쉽고 재미도 있다.
11/11
마음을 빼앗는 대공원 풍경
외국인 인터뷰이들 외국 계좌밖에 없어서
직접 우편으로 보내주려고 하는데
이왕 하는 거 봉투에 약간의 귀여움 한 방울 추가.
오사카에서 산 시바견 도장은 드디어 사용.
좌 - 세린이 생일 선물로 준 비싼 양말.
우 - 송미가 송미에게 선물로 준 아이다스 시티 마라톤 운동화.
시티 마라톤 운동화는 실물이 생각보다 예쁘진 않았는데
발이 너무 편해서 구매 만족.
다...다들 고마워요 ♡
덕분에 웃었다. ㅎㅎ
딱뽁이 코트.
좋아하는 가게 옴.
좋아해서 가게 이름 안 쓸 거임.
레몬 사와 ♡
돼지고기 부추볶음 ♡ (천국의 맛)
레시피 찾아서 해먹어야지.
좋아하는 곳에서 맛있는 거 먹으면서
수다 오르가즘 (?) 느껴지는
다큐 하는 89친구들과의 수다.
원래 미팅 느낌의 자리였는데
미팅은 개뿔.
개인적인 얘기 엄청 많이 하고
오랜만에 이렇게 찰진 대화 가능한 사람들 만나서 좋다.
11/12
오늘도 하늘이 참 맑네 ^^
하하. 작업실에서 일하기 좋은 날씨여 ~
그렇게 눈곱 떼고 죽 앉아서 4시까지
3개의 프로젝트를 차근차근 마무리했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아무리 일로 만난 사이라도 상대방의 감정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달이 된다.
누군가 아무 이유 없이 부정적인 기운을 담아 나에게 말하면
나를 점검하거나 내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엄청 따듯한 정도의 커뮤니케이션 온도는 아니더라도
미지근한 정도의 온도는 유지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며 그 부정적인 기운을 다 털어내거나
일로부터 약간의 거리나 여유를 둔다.
그러면 많은 확률로 시간이 저절로 해결해 준다.
'역시 ! 섣불리 자책하지 않길 잘했어' 와
'역시 ! 상대방에게 침착한 온도를 유지하지 잘했어'
그런 생각이 동시에 든다.
나보다 목포 더 자주 가는 것 같은 모아와 설. ㅠㅠ
자기들 맥주 먹는 자도 영상 통화 거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애긔들 ~
12월엔 전주 갈게. 귀염댕이들 ~ ♡
장편 영화 크랭크업한 안다훈군이
스케이트를 타서 신난 모습.
철들면 안된다 !!! ㅎㅎ
사실은 오늘은 내 전 동업자 김수훈씨 청첩장 받으러 간 날.
맛있는 것도 먹고 그간 못했던 이야기도 하고
중학교 동창회 같은 느낌 ~
내가 시킨 카퓨치노보다 노지의 핫초코가 더 맛있어서 뺏어 먹음.
핸드크림 꼼꼼하게 바르는 섬섬옥수 2명.
(나는 거부함)
얘들아 오래 보자 ~
우뎡 포 ㅇ ㅔ ㅂ ㅓ ~ ☆★
○●
얼마 전에 어떤 친구로부터 거의 칭찬 폭격을 들었는데
^______^ 헤헤 유치하지만
기분이 너 ~~~~~~~ 무 좋았다 ~~~~
들을 때는 애써 담담한 척 (-_-) <--- 이렇게 무심한 척을 했지만
사실 듣는 내내 기분 째졌음. 거의 ^_______^ 헤헤.
(입꼬리 올라가는거 잡느라 힘들었네)
진짜로 내가 그런 사람인지 아닌지는 상관없어 ~~~
그냥 기분이 너무 좋았으면 된거 아닌가 ~~~~~
요즘엔 한눈에 봐도 반짝반짝한 사람보다
나를 알아봐 주고 먼저 다가와 주는 사람들에게 애정과 시선이 간다.
멋진 거 힙한 거 간지나는 거 세련된 거 다 필요 없으 ~
착하고 솔직하고 정직한 게 짱이여 ~
11/13
민지에게 선물 밭은
빨간 맥 립스틱.
내심 한번 써 보고 싶었는데 !
이렇게 빨간 거 어울릴까? 걱정했는데
톡톡 바르니 제법 잘 맞았다.
요즘 너무너무 바빴는데 오전에 해야 할 일들을 후다닥 끝내고
딱 3시간 정도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자유시간이 나서
과자 2봉지 사서 침대로 바로 들어갔다.
핸드폰 보면서 놀고 과자도 먹고 그랬는데 오히려 두통이 났다. ㅎㅎ
차라리 차분히 앉아서 책 읽고 차를 마실걸.
그래도 과자가 급한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걸로는
최고 빠른 특효약이다.
약 3주 만에 목포에 왔다.
목포역에 도착하자마자 몸과 마음에 안심이 들었다.
목포가 "어서 와 ~ 그동안 고생 많았지~? 기다리고 있었어"
하면서 다정하게 마중 나와주는 기분이랄까.
난 목포가 참 좋아.
과천도 너무 좋고 목포도 너무 좋아.
9시쯤 목포역에 떨어져서 집 근처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컵 누들을 사서 가볍게 저녁을 먹었다.
사랑스러운 내 방 ♡
몇십억짜리 집과 바꿀 수 없이
아늑하고 편하고 다정한 공간이다.
목포에 도착하자마자 지수와 은혜와 운동장을 달리고 걸었다.
얘들을 보자마자 반가워서 와락 안아버렸다.
요즘 어떻게 사나 근황도 듣고 거릴 걸으며
같이 뭐 해 먹자 ~ 거기 가보자 ~
조잘대니 아 진짜로 목포에 다시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집에 돌아와 집을 정리하고 있는데 하우스 메이트 보금이 술이 떡이 돼서
샐리 등에 실려 들어왔다 ㅎ 어휴 ~
장흥 비건페스티벌을 다녀온 하우스 메이트들과
각 지역에서 내려온 모아를 비롯한 친구들이 집에 모여서 3차를 추진했다.
원래 전주로 바로 내려갈려고 했는데
나 보려고 일부러 목포까지 왔다는 모아의 귀여운 투정에
나도 합류해 맥주 3잔 정도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모아는 참 귀엽고 신기한 녀석이다.
친척 동생같은 친근한 귀여움이 있다.
허술해 보이지만 오히려 엄청나게 단단하고 강한 내면을 지닌 아이.
일주일 동안 집에 안 들어가고 방랑하는 가출 청소년.
거리의 시인이 따로 없다.
요즘 계속 데일리로 입을 수 있는 남색 코트를 찾고 있다.
남색 코트로는 떡볶이 코트도 있지만
같은 남색이어도 떡볶이 코트와 일반 코트는 하늘과 땅 차이 ^^
(이번년도 옷 안 사기로 했으믄서 !)
어쨌든 적당한 모양의 코트를 몇 개 찜해두었고
이명박 아저씨가 선거 유세 때 두를 것 같은 색의
파란샌 목도리가 매치하기 좋을 것 같아 같이 구매할 예정 !
11/14
목포의 아침 풍경.
사 ! 랑 ! 해 ! :)
시녕이 시집간다 ! ㅠㅠ
너무 아름다와 ~~~
웨딩드레스 골라달라고 이런저런 사진을 보내줬는데,
목선이 예쁘게 강조되는 드레스를 골라줬다.
우 - 민지가 사준 빨간 립스틱
좌 - 은댕언니가 사준 립 틴트
두 개를 섞어 바르고 외출했다.
목포 작업실에 있는 내 캐비닛.
이건 스완님이 사준 비건 핸드크림 ! ㅎㅎㅎ
순천, 여수에서 오신 수강생분들과의
1박 2일 콘텐츠 히어로 영상캠프가 시작되었다.
목포에서 다시 뵈니 더 반가웠다.
열심히 가르쳐 드려야지 !
댓글목록
JAY님의 댓글
JAY 작성일므찌다므찌다 쏭
song님의 댓글의 댓글
song 작성일제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