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021년 11월 15일 ~ 11월 30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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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영상캠프 2일차.
유달산 둘레길 촬영조.
다른 팀들보다 한 시간 일찍 시작하는
부지런을 떨었다. (의욕 불끈 !)
두 분이 정말 열심히 영상과 사진을 찍으셔서
문득 나도 처음 영상을 배웠을 때가 떠올랐다.
3시간 동안 둘레길과 바닷길을 걸으며 많은 것들을 찍었다.
촬영이라기 보다 촬영을 빙자한 아침 산책 같은 느낌.
어떤 환경에서도 기어이 찍어야 하는 상황보다
촬영하지 못하고는 못 견디겠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 데러다 드리고 싶었다.
참 상쾌하고 재미있었죠? :)
차로 이동하는 다소 부러운
쿵님네 촬영팀.
점심 먹은 후 드라이브 시켜주신 쿵님께
담례로 바닐라 라떼를 사드렸다.
치명적인 거품 ^^ ㅎ
1박 2일 캠프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나에게도 참 좋은 경험이 되었다.
영상 캠프가 끝나자마자 지수와 은혜네 집으로 달려갔다.
돌아갈 친숙한 친구들이 있어서 참 좋았다.
덕수의 덧버선을 신고 쇼파에 벌러덩 누웠다.
친구덜 치팅데이라 칙힌과 맥주를 마셨다.
지수가 맹근 도마
집에 도착하니 서울에서 소영이 보내준 귤이 도착해 있었다.
친구덜과 운동장 15바퀴를 달리고
소영이 준 귤을 나눠먹으며 제주소년 귤을 들었다. ~
지수와 은혜에겐 올해 첫 귤이라고 한다.
집에 돌아가 숙현과 규이씨와도 맛있게 귤을 노나먹었다.
(귤 엄청 달대 소영아 ! 고마워 :) )
마무리는 치즈케이크 맛 에이스에 투게더 얹어 먹기.
기껏 운동하고 돌아와서 엄청 먹었다. 후회는 없다 ! 정말 맛있었으니까 ㅎㅎㅎ
○●
요즘 대부분의 일들에 감사한다. 매 순간이 감사하다.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친구들 모두
누군가의 귀한 딸이자 아들이자 남편이자 아내이자 아빠이자
동생이자 언니이자 형이라는 것을 잊지 말기.
11/16
새벽부터 일어나 열심히 일한 나에게 주는 선물 !
소영이 준 귤 배달.
코워킹 스페이스 사람들과 나눠먹고 ~
집ㅅ씨 세영에게도 나눠 주었죠 ~
세영이 쓴 책고 구매 완료 !
간 김에 아주 오랜만에 세영의 요리를 먹었다.
은혜와 지수의 펀딩은 매우 성공적 !
한나 숙현 아영과 저녁에 곱창을 먹으러 갔다.
자극적인 음식은 아주 맛있지만,
늘 소화가 걱정.
집에 돌아가 아영이 준 바닐라 향 차를 타서 마셨다.
(고마워요 아영 ~)
저녁에 모여 지수 은혜와 초등학교 운동장을 달린다.
달리기가 끝나면 오늘 하루 어땠는지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
그 시간이 참 좋다. 고마워 얘들아 ~
11 / 17
집을 나오려는데 식탁에 와인과 그릇들이 너무 예쁘게 놓여 있길래 :)
하동 로케이션 답사를 다녀왔다.
은혜와 지수가 내 영상에는 거의 높은 확률로
자전거 씬이 꼭 들어간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왠지 들어갈 것 같은 예감 ㅎ
이 장소를 발견하고,
그제야 하동에 대해 뭔가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싹트기 시작했다.
너무 아름다운 것을 보면
몸이 먼저 반응하기 시작한다.
정말 오랫동안 운전했던 명호씨 수고하셨어요.
보금도 함께해 줘서 고마워 !
하동 영상도 잘 만들고 싶다.
아니, 잘 만들 수 있어 !
요즘 너무 바빠서 밤늦게 달리기를 하게 된다.
천천히 천천히 다시 루틴으로 돌아와야지.
일 덕분에 일탈적인 모험을 할 수 있어서 좋지만,
일탈이 좋은 이유는 되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
11/18
하동에 다녀와서 받은 키트들.
하동군 주무관님들이 일을 잘하신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전구가 반짝여서 새 전구를 갈았는데,
그래도 여전히 반짝거려서 전파사를 찾아갔다.
점심에 정말 휘리릭 부대찌개를 만들어서 먹었다.
국 끊이는 것도 제법 익숙해졌다.
손과 시간이 가도 사 먹는 것보다 만족감이 훨씬 크다.
밥 먹고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마카롱을 파는 홈보이에 갔다.
일하는 중간에 커피 마시고 잠시 대화 나누는 여유를 가지니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생겼다.
내 친구 노지가 나라는 사람에 대해 말해준 것.
병진님과 태식 님이 찍어준 내 사진.
두 분 다 각자 영상 참 잘 만드셨다.
하루 일과는 역시 달리기 !
○●
더 귀하고 덜 귀한 사람이 없듯이
산다는 것 또한 먹고, 자고, 시간을 보내고 (책에서 읽음) 에 지나지 않는다.
살면서 좋은 것 다 누리고 싶은 생각도
최고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없다.
뭐든 내가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을 만큼 딱 그만큼만 가지고 싶고,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을 알뜰하게 써서 내가 도달할 수 있는 최선에만 도달하고 싶다.
매일 당연하지 않은 시간들이 내게 주어지고
그 타임라인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채워나가야지.
그나저나 이번 주에는 큰일이 없으면
혼자만의 시간을 자주 보내야겠다.
11 / 19
자신의 마음을 건강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좋다.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사랑하면 사랑한다 말하고, 좋아한다면 좋아한다고 말하고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말하는 것.
보고 싶은데 안 보고 싶은 척하거나 좋아하는데 안 좋아하는 척하며
상처받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려거나 계산기를 굴리며 머리를 쓰는 게 습관이 되면
정작 중요한 사람이 앞에 나타나도 그 무엇도 줄 수 없게 될 것 같다.
나 역시 마음의 영역에 있어서는
더욱더 머리를 쓰지 않을 예정.
초라한 자신마저 스스로 감싸줄 수 있을 때
나에 대한 사랑도 자라난다.
전날 사둔 그레놀라와 요거트가 있었는데...
사라다빵이 너무 맛있어서 사 먹어부렸다.
사라다빵은 아주 맛있었고
슬슬 요거트 유통기한이 걱정된다.
이제 점심때 요리 몇 가지 해먹는 건 뭐
거의 뚝딱뚝딱.
일에 지나치게 집중해 있다가
직접 요리를 하면 마음이 그렇게 평평해지고 잔잔해진다.
점점 더 외식보다 직접 차려 먹는 음식이 더 좋아진다.
밥 먹고 20분 정도 제이와 동네 산책을 했다.
산책길에 우연히 발견한 고양이.
고양이는 배울 점이 참 많은 동물이다.
사람들이 고양이의 느긋함과 자신감을 배우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위풍당당한 제이의 발걸음
오랜만에 비니를 썼는데 사람들이 장우혁 같다고 했다.
이틀 전부터 형광등이 깜빡거리길래 새로 사서 갈아 끼웠는데
여전히 깜빡거려서 원도심의 맥가이버 혁진이에게 sos를 청했다.
든든한 혁진이.
가끔 혁진이를 보면 장인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녁엔 점심에 먹고 남긴 오므라이스를
락앤락에 싸와 전자렌지에 돌려먹었다.
제법 든든하고 맛있는 저녁이 되었다.
함부로 음식을 버리고 싶지 않다.
냉장고에 못 먹은 음식이 가득한데 배달음식을 시켜먹거나
반찬이 단순히 싫증 난다고 매일 특별한 것만 먹고 싶어 하는
마음과 습관을 점점 더 고쳐나가고 있다.
특별한 음식에만 반응하는 미식가보다
무얼 먹고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몸이 되면 좋겠다.
무엇이든 적당히 적당히.
딱 먹을 그만큼만.
저녁을 먹으며 피식 대학 한사랑 산악회 계곡 편을 시청했다.
4명 다 캐릭터가 달라서 좋은데 언제나 내 마음의 1등은 이택조 배상.
택조가 우렁차게 껄껄껄 웃으면 마음이 박하사탕 먹은 것 마냥 개운해진다.
우캬캬캬캬. 우컁컁캬야컁. 우하하하하.
이렇게 웃는 것 같은데 .... 후후.
나도 웃긴 사람이 되고 싶어서 개인기 몇 개를 연마했는데
1.압력 밥솥 소리 2.비둘기 날아가는 소리 3.상냥한 일본 온천 아줌마 성대묘사. 4.올리브영 알바 성대묘사
몇 년째 저 네 개로 돌리고 있어서 친구들이 슬슬 식상해하는 것 같은데
업데이트좀 해야겠다. 우하하하하. *^ㅇ^*
11 / 20
러닝 하기 위해 아침에 나왔는데
영화 버닝마냥 (버닝 안 봄 ㅋ) 안개가 뿌옇게 껴 있었다.
개는 무섭지만,
멀리서 보면 귀엽다.
작업실에 갔는데,
어제 남은 거라고 먹어도 된다고 그래서 맛있게 먹었다.
아침도 얻어먹고,
점심도 얻어먹었다. ^^v
먹을 복 있다. 김송미.
먹을 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저녁에 인애씨와 저녁 약속이 있었는데,
내가 얼마 전에 꾸덕꾸덕한 바스크 치즈케이크가 먹고 싶다는 말을 기억하고
멀리까지 가서 사 와주셨다. ㅠㅠ... 하 이 다정한 싸람.
(그리고 심지어 저녁도 사주심 !)
저 날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 같은데
유쾌하고 좋은 시간이었다.
인애 씨는 내가 늘 변화하는 사람인 것 같다고
그래서 궁금한 사람이라 말해줬다.
밥을 먹고 나와 인애씨가 "저기 보름달 봐요 !" 하는 말에
본능적으로 셔터를 눌렀다.
○●
귀한 분들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요즘 그날 끝내야 하는 일을 미루지 않고 그 시간 안에 잘 해내기도 했다.
요즘 사람들과 하는 대화 주제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건
'나 자신에 대한 믿음' 이다.
나를 지나치게 검열하거나 의심하게 만드는 사람,
내 마음과 몸을 불편하게 하는 상황을 자꾸만 만드는 사람
자신의 실수를 건강하게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고 더 자존심을 부리는 사람.
지나치게 기다리게 하거나 너무 많은 인내심과 이해력을 요하는 사람.
진심으로 경계하고 있다.
자신의 인생과 타인의 인생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내 귀한 마음과 몸의 에너지를 사용할 작정이다.
한 톨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
지금 보다 더 부드러워지고 동시에 단호해질 것이다.
11 / 21
세모가 목포에 놀러 와서
거의 1년? 1년 반 만에 함께 점심을 먹었다.
오후에 미팅이 있어서 작업실에 들렀는데,
다정하게 잠들어 있는 진수씨 커플.
보기 좋아 보였다 :)
깔끔하게 기획서를 마무리하고 먹는 저녁.
우동도 시킬까 하다가 백 퍼센트 다 못 먹을 것 같아서
톳김밥만 시켰는데 잘한 것 같다.
○●
요즘 머리를 너무 많이 쓰고 부지런 했던 탔일까?
저녁에도 몸 안에 아드레날린이 붐비되고 머리가 쉬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 잠을 푹 못 잔다. 조금 괴롭다.
푹 ~ 잠들면 소원이 없겠네 ~
11 / 22
바닷길을 걸으며 계절이 가을에서 겨울서 서서히 이동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한수희 작가님 브런치 글 중
공감 되었던 문장들.
요즘 단순하고 대하기 여럽지 않고 편안하지만
무례하고 순진하진 않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생각부터 단순화하고 있다. 나쁜 일들을 금방 잊고
이미 지나가고 벌써 과거가 된 일이라고 뭐 어쩌겠어 하며
힘찬 오늘을 살아가려고 단련하고 있다.
아 - 단순함에서 오는 개운함.
오늘은 오랜만에 휴무.
송희 영봉 영암댁으로 마실 갔다.
함께 먹은 핵핵 맛있었던 수육과 버섯전골.
끝내주는 뷰 ~
여기가 청산유수여 ~
송희에게 허브 씨앗도 받고.
같이 한사랑 산악회도 보고
이제 혼자서 들이 어린이집까지 운전할 수 있게 된 송희.
무지개도 봤다.
그새 한 뼘 더 자란 들이.
저 날 들이가 장염에 걸려서 잘 먹질 못해서
많이 걱정이 되었으나 또 가끔 짓는 함박웃음에 이모는 마음이 녹았다.
낚시 장난감도 해보고
영봉 오빠가 준 피자 호빵을 먹으며
꼬마 배달부 마녀 키키를 분석했다.
○●
나이를 들어가며 무언가를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것의 경계가 사라진다.
극단의 경계가 흐려지면 동시에 거기에서 오는 분노나 미움도 덜 생긴다.
그러나 싫어하는 것이 준다고 좋아하는 것 역시 주는 건 아니다.
송희는 여전히 원슈타인과 빠니보틀에 푹 빠져있고
영봉 오빠는 들이 덕분에 지브리 만화를 열 번 이상이나 보게 되어서
지브리 영화 박사가 되어있고
얼마 전 만난 세모는 키우게 된 강아지
지수는 지올팍의 뮤비와 음악
그리고 나는 삶을 개운하게 만드는 온갖 단순함에 푹 빠져있다.
송희가 그랬다. 우리의 정신 상태는 20살 중반에 멈춰 있는 것 같지 않냐고.
그 정신을 가지고 이렇게 시간이 가는 것 같지 않냐고.
키키가 아파서 "저 이렇게 죽는 건 아니겠죠?" 라며 앓는 소리를 할 때
사람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다고 약 먹으라고 말하며
우렁차고 씩씩하게 웃던 오소노 빵집 아주머니의 단순함을 닮아가자 !
폭풍우를 헤치며 초 간지나게 운전하는 리사 아주머니의 용기를 닮아가자 !
미움보다 사랑하는 것들에 더 가까워지는
우리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 !
11 / 23
가을이 가네
점심과 저녁.
점심에 샌드위치 사 먹었는데
내가 예민한가? 약간 꾸리꾸리 한 냄새가 나서
반절 이상을 버렸다. (음식 버리는 거 싫은데...)
점심은 냉장고에 있는 반찬과
남은 미역국을 끓여 먹었다.
다시 서울에서 과천으로
집 앞 파리바게트에 벌써 느껴지는 연말의 분위기.
○●
어제는 달리기도 성경 필사도 깔끔하게 패-쓰.
더 오래 질리지 않고 하려면 이렇게 며칠 공백의 시간을 가져주는 게 좋은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습관이라도 강박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즐겁고 산뜻한 기분으로 즐기고 싶다.
11 / 24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소포들을 뜯고 짐을 정리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이불커버와 베개 커버가 도착했다.
포장지에 붙은 도형 스티커가 참 마음에 들었다.
약간 정이 드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만족 ! :)
아침에 만두와 컵라면을 먹었다.
거의 한 달 반을 쏟아부은 서울 경쟁력 포럼 열리는 날.
은혜를 포토로 불러서 촬영 봐주러 잠시 DDP에 갔다.
떡볶이 코트의 계절 ... ☆
오랜만에 하루님도 마주치고 대표님도 마주치고
바빠 보이는 선주 PD님도 멀~리서 지켜보고 왔다.
왠지 뿌듯해서 돌아오는 길에 함께 고생한 선정이에게
영상 잘 나온 것 같다고 고생했다며 카톡을 보냈다.
집에 돌아와 지수와 명랑 핫도그를 먹은 후 장을 보러 갔다.
농협에서 장을 보는데 중학교 때 베프 진희를 마주쳤다.
너무 반가워서 부둥켜안았다.
유모차 안에 탄 진희의 아가도 보았다.
진희의 예쁜 눈을 쏙 ! 빼닮았다.
친구들을 집에 초대했다.
(2박 3일 합숙 예정)
밀푀유나베를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 깜짝 생일파티 ...ㅠㅠ
다들 참말로 고맙데이 ~~~
깜짝파티해주려고
주문한 곳에 꼭꼭 도착 전에 전화 달라고 당부
귀엽고 참 고맙다. (귀고귀고~)
친구들과 맛있는 것도 실컷 먹고 팩도 하고
누워서 넷플릭스도 보았다. (나는 금방 잠들었지만 ㅎㅎ)
그리고 터기 여행 중인 아빠가 보낸 사진.
보자마자 입가에 함박웃음.
참 어울리는 커플 세연 앤 두석.
엄마 아빠의 행복한 중년의 시기를 보고 있으면,
나도 덩달아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이유 없는 희망이 차오른다.
○●
느슨할 때와 부지런 해져야 하는 타이밍을 잘 구분하는 것 또한
잘 사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을 배우고 있다.
일한 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고,
일이 끝나면 좋아하는 사람들과
느슨하게 먹고 마시며 웃는 시간을 보내는 것.
두 가지 시간은 결코 따로 똑 떼어놓을 수 없다.
11 / 25
아침에 일어나 친구들이랑 명상을 했다.
아침의 빛
친구들에게 아침으로 부르스게타를 만들어줬다.
터키에서 온 아빠의 유쾌한 카톡
점심에 오징어볶음도 만들어 보았다.
다들 맛있다 했음.
서울랜드에 다녀왔다. ㅎㅎㅎ
15년 만에 갔는데 어째 변한 게 없누.
서울랜드를 나와 해가지는 대공원을 아영과 산책했다.
○●
사적인 행복을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해버리면
누군가 그 행복을 시기, 질투해버려 빼앗아 가버릴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복 없이 인생을 평탄하게 잘 사는 사람들을 보면
굳이 자신을 드러내거나 자랑하거나 법이 없다.
내 마음이 만족했으면 그걸로 충분한 거 아닌가.
11/26
웨스앤더슨 감독의 프렌치 디스패치를 봤다.
다른 사람들의 대중성을 조금씩 따라해서 만든 지루하지 않은 영화보다
다소 지루하더라도 그 감독만의 개성이 확실한 영화가 더 좋다.
웨스앤더슨 감독의 영화는, 그의 이름을 지우고 어디에다가 상영해도
누가봐도 웨스 앤더슨의 영화이니까.
친구들이랑 영화를 보고, 버거킹도 먹고
또 집으로 돌아와 짜파게티를 먹고 (정말 한참 성장하는 여고생마냥 먹고 또 먹었다ㅎㅎ)
2박 3일 합숙소의 대장정을 끝내려는데 박은혜씨가 핸드폰을 놓고가는 바람에
식탁에 놓여진 핸드폰을 가지고 냅다 뛰었다.
그 찰나가 찍힌 사진 ㅎㅎㅎ
뭔가 다시는 만나지 말자 ! 하는 원수처럼 나왔네 ㅎ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친구가 너도 왼쪽 같은 사람이라고 하더이다... ㅎ
이제 곧 크리스마스.
연말 느낌을 주는 트리와 전구만 보면
왜 그렇게 마음이 설레이는지.
11/27
지현이가 생일 선물로 준 차를 마셨다.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벼랑위의 포뇨를 봤다.
선정이가 아주 고심해서 골라준
콜라겐 선물 ㅎㅎㅎ
선정이의 건강 보조식품 예찬.
고맙다 ~
민지랑 슬기가 저녁에 과천집에서 하룻밤 자고 가기로 했는데,
그새를 참지 못하고 얼마전부터 너무 먹고 싶었던 교촌 치킨을 시켰다.
거의 한마리를 앉은 자리에서 다 먹어버려서 스스로도 되게 당황스러웠다 ㅎㅎㅎ
진짜 교촌치킨 한마리 일도 아니다 ^^
친구들이랑 밤새 작업실에서 분식과 오뎅탕을 먹으며 새벽까지 수다를 떨었다.
요즘 슬기가 유투브를 시작했다. ㅎㅎㅎㅎ
내가 민지에게 먹방 유투브처럼 해보라고 시켰다. ㅋ
얘들이랑은 대화 코드가 정말 정말 잘 맞는데
대화의 희열이 존재한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사람의 본성이나 성질 혹은
인생의 양면성에 대한 주제에 아주 관심이 많다.
그리고 꽤나 생활적이고 현실적이다.
나는 민지와 슬기가 가진 낙관이 참 좋다.
그녀들이 순진하지 않고 순수해서 참 좋다.
삶의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후
그녀들이 장착하게 된 생존 방법과 유머가 참으로 좋다.
11 / 28
애들의 자는 모습.
조금 일찍 일어나 설거지를 하고
작업실을 정돈했다.
아침에 누룽지탕을 끓여 먹고
최근 이사한 슬기 냉장고가 텅텅 비었을 것 같아
김치랑 반찬들을 싸줬다.
각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인사를 했다.
엄마 심부름 가는 김에 도서관에 들려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을 잔뜩 빌렸다. (룰루랄라)
유쾌하고 진중하고 이상하고 정상적인 하루키 아저씨의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한 짤막한 글.
인생은 참 아이러니하다.
달라지자 ! 다짐하면 바뀌지 않지만. 그래 달라지지 않아도 뭐... 하는 순간
이상하게 사람은 달라져 간다니.
갑자기 얼마 전에 송희가 20대 후반 이후로
마음의 나이가 멈추는 것 같지 않냐는 말이 떠올라서
글귀를 찍어 송희에게 카톡을 보냈다.
11 / 29
아침을 먹으며 미팅 시간까지 여러 가지 잔업을
(반절쯤) 끝냈다.
우휘 감독님이 사주신 마늘 불고기 덮밥.
감독님과 또 일하게 되었다.
이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감독님 :)
미팅을 끝내고 너무너무 당이 딸려서
근처 프릳츠에서 도나쓰 하나를 나에게 수혈했다.
그리고 바로 기절.
노지도 나도 앞머리를 잘랐다.
ㅋㅋㅋㅋ 오늘은 죄다 먹는 사진뿐이네 ^^;
노지 잔티님 민규 님을 만났다.
잔티님과 민규 님을 실제로 뵙는 건 처음이었는데
대화도 잘 통하고 너무 재미있었다.
빨리 헤어지는 게 좀 아쉬울 정도로.
민규님이 일기장 종종 보신다고 하시던데
^______^ 우리 또 만나여 ~~~~~ ☆★ 헤헤 (의식)
○●
작업자들과 일을 할 때 이런저런 방법들을 새롭게 시도해 보고 있다.
역시나 내 성향에는 작업자들과 너무 긴 미팅이나 함께 청사진을 그리는 것보다
차라리 상대방에게 전달해야 하는 정보를 간결하지만 밀도 있게 정리해서 보낸 후
작업자 혼자 오롯이 고민하신 시간을 갖게 하는 게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게 나한테도 훨씬 펀하고)
그러기 위해서라도 작업자들에 대한 믿음을 더 키워야겠지.
내 머릿속에 있는 것보다 확실히 더 나은 것 혹은 다른 것이 나올 것이라는.
설령 내가 생각한 그림보다 서툰 그림이 나온다 하더라도
능숙하게 수습하고 책임져야 하는 게 내 일이지 않을까 싶다.
11 / 30
아침부터 3개의 프로젝트에 해당하는 잔업들을
하나씩 하다 보니 정말 눈 깜짝하는 사이
저녁 약속 시간이 되어 있었다.
예쁜 은행잎 하나를 주웠다.
길거리 트리를 보면 마음이 설렌다.
지은이와 이렇게 단둘이 저녁 약속을 잡은 건...
거의 3년 만의 일이 아닌가 싶다.
텅 빈 이자카야에 진한 파란색 스웨터와 검은색 코트를 입고
반듯하게 앉아 책을 읽으며 나를 기다리는 모습이 근사하고 단정해 보였다.
지은이에게 길거리에서 주은 은행잎을 건네주며
인사를 하니 하얀 얼굴에 귀여운 미소가 번졌다.
지은이는 최근 쉼이 필요해 보였다.
그래, 너도 4년 동안 정말 바쁘게 일하고
거의 쉬어본 일이 없었으니까.
네 건강이나 마음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고,
쉬다 보면 또 하고 싶은 일이 생길 거니까
아무 생각 없이 쉬어보라고 힘주어 말했다.
쉬어도 내가 존경하는 지은이의 많은 모습들은 어디 가지 않을 거야.
오히려 여유마저 생겨 더 근사해지겠지 :)
지은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 쓴 산문이라며
느낌의 공동체라는 책을 선물해 줬다.
작가의 이름에 신형철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어서 이건 정말 이 사람
책을 읽어보라는 계시인가 !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크로켓이나 고양이의 새침함이나 파스타 같은 것들을 주제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 같지만 무릎을 탁 ! 치게 되는
하루키 아저씨의 산문과 번갈아 가며 읽어야것다.
○●
조금 경솔한 발언을 한 게 아닐까
스스로 좀 후회되는 말을 했다.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것에 대한 의견을 물어오면
특히, 작업물이나 창작의 영역에 대해선
지나치게 솔직하고 날카롭게 내 주관을 말하는 편인데
'평가의 종류'의 말을 뱉고 나면 늘 마음 한편 후회가 된다.
주변 지인들이 그런 솔직함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내 말들이 누군가를 마음 아프게 하는 칼날로 사용되진 않았으면 좋겠다.
멀리 보면, 그 사람도 변하고 그 사람이 만든 것도 변하고
나도 변하고 내가 만든 것들도 변할 테니 말이다.
뭔가를 서둘러 단정 짓는 건 시간이 흘러 좀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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